• 솔직유쾌한 일상의 위대함
    [책소개] 『달리는 인생』(김창현/ 오마이북)
        2013년 11월 09일 02:18 오후

    Print Friendly

    오늘은 어디로 가십니까? 우리의 인생은 늘 어딘가를 향해 나아간다. 뚜벅뚜벅 걷고, 고단하면 쉬고, 또다시 힘을 내어 달린다.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가슴에 품고 행복한 삶을 꿈꾸면서.

    20년 가까이 진보정치의 현장에서 활동해온 김창현(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전 울산 동구청장)도 ‘더 나은 세상, 다 같이 행복한 삶’을 향해 쉼 없이 달려온 사람이다.

    2012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직업 정치’를 내려놓고, 택시 노동자로 변신했다. 주변에선 ‘정치인의 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만류하거나 고된 노동 강도 때문이라도 며칠 못 가 그만두리라 예상했지만, 그의 결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1년 동안 매일 12시간 300킬로미터씩 달리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애환과 가슴 뭉클한 사연들을 만났다. 그의 택시는 점점 살아 움직이는 사랑방이 되었고, 승객들과 나눈 대화는 페이스북에 연재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달리는 인생》은 이 성실하고 따뜻한 기록을 책으로 한 데 모은 것이다.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리 삶의 다양한 면모를 진지하게 성찰한 ‘김창현의 택시일기’ 《달리는 인생》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위대함을 일깨워준다.

    자신의 꿈을 무시하는 남편이 못내 서운한 아내, 사랑 받지 못한 채 평생 고단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에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아주머니의 넋두리에서 공감과 위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모텔 앞에 내리는 사람들, 장난기 그득해도 알 건 다 아는 청소년들, 일부러 돌아간다고 오해하며 막무가내 폭언을 퍼붓거나 택시비를 내지 않겠다는 손님으로부터는 우리가 몰랐거나 외면했던 또 다른 세상을 엿보게 된다.

    황혼이혼을 앞두고 법원으로 가던 할아버지, 아들을 먼저 보낸 친구를 위로하러 가는 아주머니, 부부싸움 끝에 짐 싸 들고 나온 젊은 아내와의 대화에서는 만남과 이별, 존중과 배려의 소중함을 마주하게 된다.

    ‘까라면 까야 하는’ 대기업 과장, 비정규직 아들을 둔 노부부의 한숨,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아르바이트에 지친 20대 청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사법고시생, 땜질만 해대는 보육정책이 불만인 어린이집 교사, ‘인서울’ 대학에 목매는 고등학생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지독한 모순과 불평등을 직시하게 된다.

    달리는 인생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살아가는 인생들. 김창현은 이들과 솔직하고 유쾌하게 대면한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승객들과의 대화에서도 경청하는 자세와 소통하는 지혜를 배워나간다. 진보정치인으로 살면서 남들에게 자기 신념을 내세우는 일이 더 익숙했던 저자에게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 바로 택시라는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의 애환을 경청하고, 위로하고, 공감하고,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진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창현의 ‘인생 택시’를 타고 함께 달린 사람들은 우리 곁에 항상 존재하면서도 특별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서민들이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진보’가 피상적이거나 허망하지 않으려면, 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나와 우리 이웃들의 구체적 삶과 행복을 바닥부터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