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해산 청구에 모두 비판
    통진당과의 연대는 소극적, 왜?
    [기자눈깔] 통진당 사태에서 보이는 진보 내부의 속살들
        2013년 11월 07일 06:4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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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 청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 외 다른 진보세력의 행보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정당해산 청구에는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반대하고 있지만 연대의 행보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워낙 국면전환용으로 통합진보당 두드리기를 ‘우려’ 먹고 있어, 이들에 대한 탄압이 전체 진보세력의 탄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과 동시에 더나아가 통합진보당과 ‘연루’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양상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이 과거 민주당과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해왔다는 이유로 민주당에게 그 책임을 묻는 새누리당 등의 공세 덕분에 민주당은 통합진보당과 연대하기를 극히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한 매체는 RO사건이 터지자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각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에 비판적인 논평이나 성명을 내긴 하지만 그 이상의 적극적인 연대는 하지 않는 실정이다.

    세 개

    노동당 장석준 부대표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정권 입장에서 상대가 야권단일화에서 참여함과 동시에 종북이라는 혐의를 활용하기 좋은 세력이기 때문에 타깃으로 삼은 것”이라며 “강령 등을 문제 삼는 것은 문제제기해야겠지만 박근혜 정부가 전체 민중운동을 일망타진하려는 수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이석기 RO사건과 통합진보당 강령을 문제삼아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분명 다른 측면이기 때문에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탄압이 전체 민중운동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적다고 판단하는 것과는 별개로 ‘RO사건’과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분리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일련의 복잡했던 관계가 깔려 있다.

    실제로 노동당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상정 당시 당 대표단의 성명으로 상정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성명 내용을 두고 당직자들을 포함한 당원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상의 자유나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와 별개로 이들과의 감정적 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탓이다.

    반대로 정의당은 체포동의안 상정에 찬성 당론을 결정했지만 일부 시도당위원장 연명으로 그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해 당원들 사이에서 때늦은 주사파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NL경향인 당내 인천연합계에게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밝히고 정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이 오고가는 상황이다.

    이 또한 통합진보당 시절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분당해 나온 정의당에서 NL세력에 대해 일종의 ‘경계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진보당에 대한 탄압 대응기구에 참여하고 있는 세력은 대부분 NL계이거나 초정파적인 성격을 갖는 인권단체나 일부 법률단체들 뿐이다.

    ‘국정원 내란음모 정치공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에 결합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보다 상세하게 전해주었다.

    그는 “처음 대책위를 구성할 때 이른바 좌파 세력들이 안들어왔다. 인권단체나 일부 단체는 결합하기는 했지만 초기에 20여개 단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토로하며 “결국 적극적으로 연대를 요청한 결과 뒤늦게 다른 단위들이 결합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곳은 없다. 심지어는 자주민주통일 계열에서도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러한 상황이 통합진보당이 주축이 되는 사업 이외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 현장에서도 소위 ‘경기동부’와 나머지 세력간의 경쟁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연대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며 “같이 모여 공동 대응해야 할 사안에서도 서로 따로 대응하거나 함께 모인다 하더라도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문제때도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통합진보당이 결합하는 걸 반대하고, 전교조 공동행동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았다”며 “이외에도 어떠한 집회에 통합진보당이 결합하는 걸 경기를 일으키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통합진보당측에 깃발 같은 거 너무 많이 들고 나오지 말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과거 서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지만 결국 상호성의 문제”라며 “결국 통합진보당이 진보진영에 대해 (성찰과 자성 등) 일정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전혀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공동의 투쟁에 있어서도 힘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만으로도 너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도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권의 일련의 탄압들에 대해 “박정희 정권이 ‘고강도 긴급조치’를 취해왔다면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이나 시장원리 기제를 활용한 ‘저강도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전교조 법외노조화 등 이런 식의 탄압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통합진보당 사태에 다른 단위들이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통합진보당이 진보정치세력과 대중으로부터 분리되어온 과정이 있었다는 걸 그 자신들이 직시해야 한다”며 “현재 박근혜 정부의 탄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통합진보당이 무조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재의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고립은 그간 진보세력과 대중들의 누적된 불신의 결과”라며 “이런 점에서 이들의 성찰의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통합진보당에 대한 탄압이 부당한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또한 이런 방식의 탄압이 통합진보당 이외의 다른 진보세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 때리기에서 나름의 달콤한 효험을 보게된 박근혜 정권이 진보 마녀사냥을 그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진보진영의 불편함은 통합진보당이 진보 전체를 표상하거나 대표하지 않는다는 대안적 흐름을 만드는 노력을 별개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고, 통합진보당 때리기를 통해 진보진영 전체를 마녀 취급하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진보진영 공동의 실천적 대응이 필요할 때이다.

    또한 통합진보당 스스로는 박근혜 정권의 탄압에 맞서는 투쟁에서 주인공이 아니라 가장 헌신적으로 싸우는 무명의 용사가 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가 연대를 더욱 더 효과적으로 건설할 것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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