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북 김정은 만날 수 있어"
박 대통령의 정상회담 긍정 발언의 전후 배경과 의미
    2013년 11월 04일 03: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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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남북정상회담 관련 긍정적 언급

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발간된 프랑스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 있냐는 질문을 받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5월 미국 방문 당시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를 만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은 그렇게 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비하면 긍정적 입장으로 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물론 이번 인터뷰에서도 박 대통령은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 일시적인 이벤트성 회담은 지양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해 종전의 전제조건을 유지했고, 이정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원칙적인 답변으로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프랑스

2일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기사(자료사진=민족21)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역시 4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많은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말씀한 남북정상회담과 지난주 통일부 국정감사 등을 토대로 정부가 대북정책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는 사실과 (내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 5·24 조치 해제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금방 획기적 진전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1일 국정감사에서 5.24조치 해제와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주문과 질의에 대해 “정부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것과 연동해 생각해보면 현 정부내에서도 현재의 정체된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문제의식이 있거나, 우리 사회 내에 이런 요구가 꽤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조태용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 “주인의식 갖고 북핵문제에 대응하겠다”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본부장은 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북한 문제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진 나라로서 관련국과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북한 핵문제는 범세계적인 비확산체제에 가장 중대한 도전을 던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 핵문제는 북한이 던지는 도전 중의 하나”라며 “그래서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생각이고 국민들의 기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겠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발언을 하는 것의 이면에는 최근 미․중 양국 주도로 전개되고 있는 6자회담의 재개 움직임에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대통령 발언은 6자회담 재개 등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 높아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대통령 언급의 긍정적 내용으로의 변화는 단지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중국이 주도해 전개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미국을 추동해 모종의 진전이 있고, 우리 정부도 여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런 상황에 대한 한국이 취할 포괄적인 정책의 일환이 언뜻 드러난 것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미국 정부는 북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과 함께 그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계속 주문하고 있고, 북한도 외무성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먼저 움직이는 일은 꿈에도 없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등 샅바싸움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북한이 반관반민 방식의 대화(1.5트랙)에서 핵문제와 관련해 비핵화에 대해 김일성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유지라는 것을 밝히며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에 대해 보즈워스 전 미국 국무부 특별대표가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복귀할 준비가 아주 잘돼 있는 것 같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기도 하다.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한국정부의 능동적 역할 필요

한국이나 미국 정부가 북한의 진정성을 주문하고 회담을 위한 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계속 밝히는 것은 6자회담이나 그동안의 합의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지 못하고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되는 결과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비핵화할 생각은 없으면서 대화를 방패삼아 자신들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게 하고, 시간만 끈 게 아니냐는 불신을 토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제네바 합의를 무력화시키고, 9.19공동성명 직후에 BDA제제를 추진하는 등 북의 불신을 자초한 바 있다는 것도 명확한 사실이다. 한국 정부도 이명박 정부 들어 6.15선언과 10.4선언에서의 약속을 팽개치고, 결과적으로 2007년 정상회담 등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게 하는 행위를 한 바 있다.

즉 누가 더 잘못 했느냐의 문제를 서로 따지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지금의 상황이다. 남북관계를 전향적으로 풀고자 한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북한은 그 궁극적 목표 등에 대해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수행원들에게 ‘개혁, 개방 등 북이 불편해하거나 오해할 말을 우리부터 하지 말자’는 말을 했던 태도와 진정성이 전달되지 않는 한 오히려 우리의 진정성과 정책의 목표가 계속 의심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는 후퇴하고 남북관계도 간신히 최악의 상황만 면한 상태에서 언제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될지 모르는 퇴행적 상황이고, 이런 현실의 상황을 타개하는 구체적 정책을 전개할 책무가 한국 정부에게 있는 것이다.

문제를 풀기 위한 방도 자체는 기존의 합의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 동안에 많은 합리적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북의 핵능력이 대폭 강화된 상황에서 북이 비핵화의 길로 적극 나서기 위해서는 그만한 반대급부, 즉 평화협정 체결 등을 논의할 4자간 한반도 평화회의를 비핵화 6자 회담 등과 병행하겠다는 정도의 약속과 실천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평화협정 체결까지에는 장기간의 시간이 요구된다면,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언급되었던 남북미중 정상회담과 그 결과물로서 ‘종전선언’ 등을 적극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추진하고 이끌어내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전개된다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중대한 발판을 놓는 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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