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볶이 장사를 시작하다
    [끝나고 쓰는 노점일기] 내가 한 음식 내가 가장 많이 먹어
        2013년 10월 31일 03:40 오후

    Print Friendly

    노점하시는 분들은 노점 중에 가장 힘든 품목은 ‘떡볶이!’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노점의 대표 상품이고 가장 많이 하는 떡볶이를 왜 힘들다고 하는지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4월초, 따뜻해진 날씨로 더 이상 잉어빵을 할 수 없을 때, 나는 떡볶이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딱히 다른 쌈박한 품목을 찾을 수 없어서였고,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하랴 하는 생각도 있었다.

    떡볶이라고 함은 떡볶이, 튀김, 순대, 오뎅을 함께 하는 걸 말한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떡볶이는 튀김과 함께 먹어야 하고 오뎅이 빠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순대와 핫도그들, 꼬마김밥은 여기에 더해지는 품목이었다.

    나는 떡볶이, 튀김, 오뎅, 순대, 핫도그(핫바,쏘세지), 꼬마김밥을 하기로 했다.

    준비하기

    • 마차 – 원래 쓰던 마차가 4구이므로 바람막이만 새로 사기로 했다. 4구는 마차에 불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이 4개라는 것이고, 여기에 각각 왼쪽부터 오뎅통, 떡볶이판, 튀김통, 순대통을 얹는 것이다. 바람막이는 그 구멍을 가장자리를 돌려서 올라오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바람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고, 가스의 불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다.

    • 구매물품 – 우선 영등포시장에 가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다. 바람막이 3개와 버너 4개. 튀김냄비, 순대 삶을 대야, 순대 올릴 쟁반, 오뎅통과 뚜껑. 설거지할 대야, 물통 4개, 핫도그 등을 담을 접시, 국자와 떡볶이 뒤집게, 튀김망과 집게와 가위, 도마와 칼 등등등. 그나마 떡볶이 판과 튀김을 담을 긴 쟁반과 접시들은 지역장님 사모님이 챙겨주셨다.

    • 재료상에서 주문할 것들 – 튀김종이봉투, 까만 봉투, 순대소금봉투, 접시를 쌀 하얀 봉투 크기별로, 냅킨, 오뎅꼬치, 나무젓가락, 긴 이쑤시개, 종이컵, 쌀떡, 오뎅, 순대, 순대내장, 만두, 김말이, 새우, 오징어, 튀김가루, 꼬마김밥, 감자핫도그, 녹차핫도그, 쏘세지, 핫바오뎅, 식용유 큰 거, 케찹, 머스터드소스,

    • 집에서 준비할 것 – 오뎅국물 낼 재료들, 고구마, 순대소금, 파, 떡볶이 양념, 오뎅 및 튀김 간장, 순대에 넣을 된장, 소주, 월계수잎.

    장사의 비법들

    음식을 만들어 파시는 분들은 각자의 비법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에 대한 고집이 대단하다. 나에게 떡볶이를 가르쳐주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가장 맛있고 잘 팔리는 곳의 노점상분들이 추천되었고, 그 중 나는 두 분의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두 분의 선생님은 아예 떡볶이를 시작한 첫날과 둘째 날을 맡아 본인들이 장사를 해주셨고, 그 외의 수많은 노점상분들이 나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비법과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아… 나는 하나를 들으면 열 개를 헷갈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다른 수십 가지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정말 큰 문제는 그 분들이 다시 왔을 때, 내가 당신이 알려준 방식대로 하지 않고 있으면 서운해 하신다는 거였다.

    예를 들면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거다. 1호 선생님은 쌀떡을 넣기 전에 손으로 다 떼어낸 후 떡볶이를 하라는 것이었고, 2호 선생님은 익으면 다 떨어지니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1호 선생님은 순대를 소주랑 된장이랑 월계수 잎을 넣고 삶아서 올리라고 했고, 2호 선생님은 순대를 왜 삶아서 올리냐고, 그냥 찌면 된다고 했다. 1호 선생님은 오뎅을 꼬아서 끼우면 예쁘고 쉽게 불지 않는다고 했고, 2호 선생님은 언제 그러고 끼우고 있냐고 했다.

    오징어를 써는 방식(오징어를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오징어 튀김이 몇 개가 나오느냐가 좌우된다), 튀김가루의 선호도 차이에서부터 튀김반죽의 농도(튀김옷이 꽃피는 것처럼 묽게 할 것인지, 깔끔하도록 살짝 되직하게 할 것인지), 야채튀김을 하는 방법의 차이(야채를 집게로 집어서 기름에 넣는 방법과 손철판을 이용할 것인지), 떡볶이에 깻잎을 넣고 안 넣고의 문제, 핫도그에 칼집 넣는 방법의 차이, 순대소금을 만드는 방법, 흰 물엿과 황 물엿의 차이. 1인분에 순대를 몇 개, 떡볶이를 몇 개 올릴 것인가, 새우튀김을 할 건지 말건지의 문제, 하물며 튀김집게의 길이의 선호도까지 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떡볶이양념과 오뎅국물을 내는 방법.

    내가 만든 떡볶이양념의 비법은 ‘과일을 갈아 넣은’ 것이었다.

    사진 076

    레시피

    • 떡볶이 양념 : 들통에 물을 넣고 멸치, 다시마, 양파, 파, 북어머리, 사과, 파인애플 등 과일을 넣고 물이 절반이 될 때까지 끓인다. 여기에 고춧가루, 청양고춧가루, 마늘 한 근, 생강 다진 것, 설탕, 물엿, 굵은 소금을 넣고 잘 섞으면 끝. 핵심은 과일을 듬뿍 갈아 넣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양념을 준비해두고 떡볶이를 만든다.

    떡볶이 판에 물과 떡과 오뎅을 넣고 소스와 약간의 고춧가루와 물엿을 넣고 끓인다. 국물이 끓고 떡이 익으면 불을 줄여 파를 듬뿍 넣는다. 처음에는 오뎅국물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물로 하지만 이후부터는 오뎅국물을 넣어 간을 맞춘다.

    • 오뎅국물 재료 : 무, 양파 1개, 생강 두 개, 멸치 두 주먹, 파뿌리, 마늘 한웅큼, 새우, 다시마, 국산고추씨. 이렇게 넣고 우린 국물에 다시다 대신 약간의 혼다시와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면 오뎅국물 완성. 여기에 나름 비법이라면 파뿌리를 넣어야 시원한 맛이 깊고, 국산 고추씨를 써야 깔끔하게 칼칼한 맛이 난다.

    • 순대 : 내장 삶을 물에 소주와 월계수잎, 그리고 약간의 된장을 넣으면 냄새가 사라진다. 순대 소금은 소금에 고춧가루와 깨소금 빻은 것을 섞어서 만든다.

    처음 재료상에서 순대 내장을 받았을 때의 황당함이란. 간과 염통 허파와 그것들이 연결된 내장 한 덩어리와 오소리감투가 들어있었다. 내장이 통으로 들어있는 것이었다. 간과 허파와 염통을 분리하고 나면 그것들이 연결된 관이 남는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 연결 부위는 먹지 않는 건 줄 알고 버렸더랬다.(당연히 먹는 것이었고, 그 부위가 오도독 하다고 일부러 찾는 손님도 있다)

    내가 만드는 떡볶이와 오뎅과 순대는… 맛있다!

    오뎅국물은 국산고춧가루를 써서 칼칼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는 먹이지 말라고 미리 얘기해 줘야 했어도, 국물이 맛있다고 매일 들려 오뎅만 먹는 손님도 있었다.

    순대도 맛있지만, 집에서 통깨를 갈아서 만든 순대소금에 찍어먹으면 더욱 고소하다. 순대를 삶고 나면 나는 도마에 순대와 내장을 조금씩 썰어놓고 도마 끝에 소금을 올려 찍어먹곤 했다. 내가 한 음식을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은 바로 나^^.

    떡볶이는 먼저 그대로 떡과 오뎅을 먹고, 그 다음엔 꼬마김밥을 찍어 먹고, 튀김만두를 반을 잘라 남은 국물을 듬뿍 적셔 먹는다.

    튀김을 하는 시간에는 그 냄새 때문에 손님이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징어를 튀길 때 그렇다. 오징어튀김은 다른 튀김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오징어튀김이 휘어지지 않고 곧게 튀겨지도록 일일이 집게로 반대편 끝 쪽을 잡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큼지막하게 튀겨냈던 오징어튀김이 수북이 쌓이면 친구라도 불러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같이 내놓고 싶을 지경이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4월 초. 장사 시작할 때 삶은 달걀을 두어 개 까서 오뎅통에 넣어둔다. 장사를 마칠 때 즈음 달걀을 꺼내면, 10시간 넘게 오뎅국물을 빨아들인 쫀쫀한 갈색이 되어 있다. 이 맛이 정말 일품이다.

    장사를 마치기 전, 앞 건물의 경비아저씨를 불러 순대 삶을 때 쓰는 소주 됫병을 한 잔 따라드리며 달걀을 안주로 내놓으면 소주 한 잔 오뎅육수 달걀 한 입에 아저씨는 정말 행복한 얼굴을 하셨다. 아저씨도 웃고, 나도 웃었다.

    먹고 사는 일

    나는 누군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설령 내가 먹고 살기 위한 노점음식일지라도 누군가의 허기를 메우고, 어느 사무실의 간식이 되고, 어느 집의 저녁 술안주가 되어 잔잔한 즐거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욕심을 한껏 부려 언젠가 내 마차 앞을 지나가며 ‘씁!’하고 침 한 번 삼키거나 입가에 미소 한번 나는 음식이었음 좋겠다.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한 만큼 그 먹고 사는 일을 ‘함께 하고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 말과 행동으로는 다 못할 감사와 애정과 격려와 위로와 결의를 대신하는 것이 함께 하는 밥상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노점을 하면서도 사람들을 위한 밥상을 차린다. 나를 믿어주고 함께 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도 늘 기억하고 함께 할 날을 벼르고 있다는 다짐을, 여전히 열심히 뛰고 있는 이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나는 밥상에 담는다. 그 일이 기쁘다.

    그러나 나의 음식들은 법적으로는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음식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것에 대해서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영업허가 없이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나는 2012년 4월 6일. 도로법 위반의 노점에서 식품위생법 위반의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시흥동 홈플러스 횡단보도 건너편 디자인거리에서.

    필자소개
    전직 잉어빵 노점상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