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야
1분 진료, 의사 성과급, 선택진료비 급증의 악순환 끊어야
    2013년 10월 31일 10: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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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지난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위해 ‘적정진료시간 보장, 어린이 환자 식사 직영, 의사 성과급제 폐지,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병원 인력 충원, 임금인상, 병원 내 조직 문화 개선, 단체협약 개악안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도화선이 된 것은 서울대병원의 비상경영이다. 지난 7월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을 발표하여 병원이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연말까지 6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등이 맞물려 경영여건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10% 경비절감 등의 비상경영에 전사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비상경영, 의료경쟁의 결과

서울대병원이 비상경영을 발표하자 소위 빅5 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성모병원) 역시 비상상태임을 밝혔다. 서울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형 병원에 공통으로 찾아온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90년대 중반 삼성의료원과 아산병원 등 재벌병원의 등장으로 인해 야기된 대형화·전문화·고급화 경쟁, 소위 의료계 군비 경쟁(Medical Arms Race)이다. 대형병원끼리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병원 신축, 첨단 고가 장비 도입 등 과열된 경쟁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2002년과 비교해 인구 천명당 병상 수는 4.8개에서 2010년 8.8개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이런 큰 폭의 변화는 OECD 국가 중에는 한국이 유일하다. 고가장비 도입 역시 현재 보유량 및 증가율이 모두 OECD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대형화, 첨단화는 국민 의료비 지출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OECD 기준 1인당 국민의료비는 2002년 966달러에서 2010년 2,035달러로 급격히 상승했다. 의료비 증가의 과실 대부분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빅5 병원이 차지한 것이다.(2012년 상반기 기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급한 외래 급여비 중 40.5%가 빅5병원에 지급됨. 전체 요양 급여비중 5.3% 수준.)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의료비 지출 증가세가 둔화함에 따라 이들 병원들의 위기의식이 발동된 것으로 보인다. 즉, 비상경영이란 자신들이 촉발시킨 의료계 군비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며 이는 자신들이 자초한 위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인력, 경비 등의 비용을 쥐어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서울대병원이 주장하는 위기는 그 정도가 과장된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지출로 처리한 매년 수백억원의 고유목적준비금과 정부보조금으로 상쇄되는 감가상각비, 2011년과 2012년 일시적으로 늘어난 퇴직급여를 감안한다면 현재의 서울대병원은 경영위기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 다시 말해 비상경영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역시 병원측에서 ‘고유목적사업 준비금’ 명목으로 520억원을 적립한 것을 감안한다면 적자가 아니라 수백억의 흑자라면서 근거 없는 비상경영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게다가 상황이 어렵다면서 2천억 원을 들여 암센터 증축, 호텔매입, 첨단복합외래센터, 심뇌혈관센터 등을 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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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노조의 문제제기, 의사 성과급

이번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요구사항 중에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의사 성과급제에 왜 병원노동자들이 나서는 것일까. 바로 의사 성과급제가 의료비 상승, 과잉진료 및 부실진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의사 성과급제는 의사의 진료 및 검사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로 우리나라 병원의 38% 이상이 도입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 역시 2008년부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의사들은 더 많은 성과급을 위해 진료량과 검사량을 늘린다. 진료시간은 줄어들며 부실해지고, 수술과 검사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행해진다. 이 때문에 의사와 병원노동자 모두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게 되며 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성과급의 재원은 주로 선택진료비다. 2010년 진료비 본인부담 실태조사 결과 선택진료비는 종합병원에서 환자 본인부담금의 31.1%로 본인부담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국립대병원중 선택진료비 비중이 8%대로 가장 높은데, 2010년 선택진료비 수입의 48.6%가 의사 성과급으로 쓰였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사이에 2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의사는 77명에서 110명으로 58.2% 증가했다. 고액연봉 의사 평균연봉의 29.3%가 선택진료 수당이었다. 의사 1인당 연간 5700만 원이 선택진료 수당으로 지급됐으며, 지난 한해 국립대병원 의사 중 선택진료비 수당을 가장 많이 받은 의사 역시 서울대병원 의사로 1억 8천만 원을 수령했다.

이처럼 의사성과급제는 1분 진료로 대표되는 진료의 부실화와 검사실적을 위한 과잉검사, 성과급 재원 마련을 위한 선택진료 확대 등 환자의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환자의 안전과 주머니 사정을 모두 위협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이에 따른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무는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제공, 수익성이 낮아 민간이 의료제공을 기피하는 보건의료제공,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제공,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며, 이는 곧 공공병원임을 뜻한다. 한국의 공공병원의 비중은 전체의 5.8%(2012년 기준)이며, 병상 수는 10%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 중 가장 큰 규모의 병원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빅5병원 중 하나로 꼽히며 공공병원임이 무색하게 민간병원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원격의료 도입에 앞장서는 등 의료 민영화 흐름에 선두주자로 나서기까지 한다. 이는 공공병원으로서의 책무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의 불평등을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다.

1981년 미국 레이건 정부의 의료민영화의 결과가 극심한 불평등과 의료비 폭등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은 공공성을 망각하고 민간병원과의 무한의료경쟁에만 몰두하는 서울대병원에 대한 경종이다.

공공의료는 저소득층에 한정해서 시혜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의사 성과급제, 선택진료비 등 의료비 상승을 낳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강남 건강검진 센터와 같이 특수계층을 위한 의료가 아닌 말 그대로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에 기여하는 진정한 ‘국가중앙병원’ 으로서 ‘국립서울대병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서울대병원을 ‘국립서울대병원’으로, 올바른 공공병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길, 그것은 바로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에 연대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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