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산병과 함께, 네팔 국경을 넘다.
    [서윤미의 착한 여행] 티베트 여행 ①
        2013년 10월 30일 11:11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네팔의 최대명절 ‘더사인(Dasain)’을 맞아 네팔에 있는 동안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여행을 하기로 했다. 꿈에 그리던 티베트족 자치구의 주도 라싸를 향해 국경을 넘어 육로 이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새벽 6시부터 부지런히 출발하여 카트만두 밸리 근처 둘리켈에서 아침에만 잠깐 보여주는 히말을 보며 아침을 먹고 중국과의 국경 코다리(Kodari)까지 달렸다. 드디어 코다리에 도착, 중국 국경과 네팔 국경 사이에는 다리가 하나 있다. 우정의 다리라고 부른다. 다리 중간에 앳된 중국 군인들이 각을 잡고 서있다. 네팔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사진촬영도 금지, 짐 매무새를 다듬고 다리를 건넌다.

    코다리까지 오는 중간에도 수많은 체크포인트를 지났다. 여권을 검사하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검사하고 이미 중국 국경에선 가방을 다 열어 달라이 라마 사진이 있거나 티베트에 관련된 책은 압수라고 들었기 때문에 티베트 지도며 가이드북까지 챙기지 못했다.

    가방 검사와 중국으로의 입국 수속을 마치고 티베트 청년 ‘자빠’를 만났다. 앞으로 우리의 여행을 함께해줄 자빠는 동티벳 ‘캄(kham)’이 고향인데 4년전 라싸로 와 영어를 배우고 가이드 일을 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중국 국경마을인 장무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첫날을 묵을 장소인 올드 팅그리(Old Tingri)로 향했다. 우리가 라싸까지 가는 도로는 중국이 중국과 네팔 국경 장무부터 상하이까지 5400km로 깔아놓은 ‘우정공로’로 가는 길 내내 8천미터가 넘는 에베레스트부터 14좌 중 가장 낮다는 해발 8,201m인 초유(Cho Oyu)봉과 수많은 히말들을 보면서 갈 수 있는 길이라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도로이다.

    중국 국경 장무를 지나 보이는 티베트마을

    중국 국경 장무를 지나 보이는 티베트마을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히면서 테티스에서 솟아오른 바다로 1500개의 호수와 산맥이 형성되었다는 히말라야 산맥지대. 히말라야가 습기를 차단하여 건조한 땅으로 알려진 티벳, 벌거벗은 돌산에 줄기 없이 바로 핀 꽃나무들과 눈산, 그리고 건조한 집들. 내 눈에 들어오는 광활한 대자연도 멋있었지만 대자연 아래 산등성이 사이 사이 자리 잡은 마을들을 보며,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들을 보며 그들의 생활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했다. 야크 똥을 잘 뭉쳐 담벼락에 두고 햇빛에 말려둔 집들, 버터차 향이 진동을 하고 머리에 빨간 실 뭉치와 장신구로 치장한 티벳 사람들을 보며 티벳 사람들의 전통 주식인 ‘짬빠’를 먹었다.

    그렇게 첫날을 잘 마무리 하는 줄 알았는데 카트만두도 1300미터에 있는 곳이지만 이곳은 5천미터 가까이에 있는 마을이다. 갑자기 찾아온 고산병으로 누군가 머리를 찌르는 것 같이 아프고 속이 좋지 않아 밤새 끙끙 앓으며 첫 날 밤을 보냈다.

    이틑날 새벽 일출을 보며 초유봉을 보겠다는 일념은 온데간데없고 조금이라도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짐을 챙겨 티베트의 제 2의 도시이자, 티베트의 제 2지도자 판첸라마의 도시 시가체(Xigatse)로 떠나는 데 가는 길에 에베레스트의 티벳 명칭 초모랑마(Qomolangma)가 보인다. 초모랑마는 티벳어로 ‘우주의 어머니신’ 이란 뜻이란다.

    어제도 오늘도 날씨가 좋다. 에베레스트와 초유를 뚜렷하게 같이 본 우리는 행운아인 것 같다. 시가체는 티베트의 제2지도자 판첸라마의 도시라고 한다. 1447년 설립된 타쉬룬포 사원(Tashilunpo Monastery)은 승려들이 공부하며 머무는 곳인데 중국의 승려 제한 정책으로 많은 수가 줄었다고 한다.

    버터램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사원 입구에는 아예 큰 버터 한 통을 판다. 티베트 사람들은 큰 통의 버터를 들고 사원마다 돌며 숟가락으로 버터를 떠서 기도를 드린다. 아마도 티베트 여행 내내 이 야크버터 냄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사원에는 돌아가신 10대 판첸라마의 사진과 6세에 최연소 정치범으로 중국에 납치되었다고 알려진 11대 판첸라마의 어릴적 사진이 걸려있다. 11대 판첸라마가 현재는 25세가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6세 이후의 모습을 그 누구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나는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 한걸음 걷는 것이 힘든데 사원에서 몸에 꼿꼿한 힘과 기운을 실어 온 정신을 다해 기도하는 티베트 사람들을 보며 숙연해진다. 네팔도 그렇지만 종교와 삶이 일치 된다는 것은 어떤 삶일까? 종교가 곧 삶이자 삶이 곧 종교인 이들..

    여행자들에게 ‘산소통’ 도 파는 시가체에서 이틀밤이 지나간다. 꿈에 그리던 ‘라싸맥주’ 는 고산병으로 인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여행 셋째날 시가체에서 간체로 이동하여 9층의 층층마다 법당이 있는 간체쿰붐 사원을 보고 다시 달렸다. 카토라(Kato La, 5010m)를 지나는데 웅장한 카로라빙천(Kharola Clacier)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렇게 라싸까지 가는 길은 내내 황홀했다. 카로라 빙천을 지나는데 도로 공사를 잠시 한다고 차가 멈춰섰다. 저 멀리 산 밑에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

    쿰붐사원 앞 손자와 할머니

    쿰붐사원 앞 손자와 할머니

    마을에서 야크떼를 몰고 나온 모녀가 다가 온다. 어머니의 손을 꼬옥 잡고 있는 소녀가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더니 이름도 물어보고 사진도 보여주니 수줍게 웃으며 엄마 뒤로 숨는다.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나 마나사로바, 남쵸와 더불어 티베트의 3대 성호라고 하는 암드록쵸호수(Yamdrok Tso lake)를 지나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빛깔은 상상 이상이었다. 갈색, 자주색, 노란색으로 물든 돌산과 오묘한 색깔의 호수색깔, 그리고 검은 야크떼와 하얀 설산, 자연이 만들어 낸 색깔이다.

    그렇게 하루종일을 달리니 도로 표지판에 ‘라싸’ 가 보이기 시작했다. 네팔에서 중국 국경을 지나 달리는 길에서 처음 만나는 티베트 마을 집집마다 중국 오성기가 펄럭였다. 자빠 말로는 중국의 강제 정책이고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라싸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의 티베트 마을도 다시 오성기가 펄럭이기 시작한다. ‘신들에게 바쳐진 땅’ 이라는 뜻의 라싸에 도착했다. 저 멀리 포탈라 궁이 보인다. 그 주위로 한창 건설 중인 아파트들이 보이고 온통 중국 간판 위에 티베트 글씨가 적혀있다. 중국 베이징에 온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나는 라싸에 도착했다. – 다음은 티베트 여행 ② <환상속의 라싸, 중국속의 라싸> 편이 연재됩니다. –

    올드팅그리 가는길

    올드팅그리 가는 길

    암드록초 호수

    암드록초 호수

     

    암드록초 호수 가는 길

    암드록초 호수 가는 길

    시가체 쿰붐사원

    시가체 쿰붐사원

    코라도는 티벳인

    코라도는 티벳인

    필자소개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