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연합정당 논의, 시작하자"
    [인터뷰] 11월 2일 출범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소집권자
        2013년 10월 28일 10: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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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새로운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 제안자 모임으로 시작하여 2012년 노동자정당추진회의, 그리고 2013년 연초에는 추진회의를 비롯하여 노동포험, 노동자교육기관, 현장노동자회, 공공현장, 노동자연대 다함께, 혁신네트워크 등 7개의 노동정치그룹이 모여 ‘노동정치연석회의’를 만들고 새로운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건설을 모색해왔다. 이 연석회의가 11월 2일 본조직을 출범한다. 앞서 연석회의는 3차례의 공개토론회를 통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을 호소하고, 진보정당과 노동정치세력들에게 진보연합정당 건설에 나설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출범을 앞두고 연석회의 소집권자인 양경규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대표를 만나 그간의 과정과 이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21일 여의도에서 진행했으며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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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11월 2일 노동정치연석회의의 본조직이 출범한다. 그 의미와 목표에 대해 알려달라.

    양경규: 우리는 새로 출범하는 본 조직의 이름을 최종적으로는 11월 2일 결정하겠지만 가칭 <노동•정치•연대>로 정했다. <노동•정치•연대>는 과거의 노동정치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고민하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대오를 형성해 출발한 조직이다. 또한 이 조직은 과거처럼 몇몇 명망가들이 중앙조직을 결성하고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즉 지역으로부터 지역조직을 건설하고 이 조직들이 모여 중앙조직을 건설함으로써 현장과 지역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정치운동을 만들어 왔다.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과거의 노동정치.진보정치에 대한 반성과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노동자정치운동의 새로운 길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종권 : 새로운 노동정치가 무엇인가?

    양경규 : 민주노동당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보정당의 노동정치는 물리적인 대중적 토대나 지지 기반이라는 걸 넘지 못했다. 대중의 참여와 실천이 전제되지 않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이나 진보정당운동은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고민 속에서 <노동•정치•연대>는 단순히 물적인 토대를 넘어 어떻게 직접적으로 노동자들이 정치운동에 실천적으로 참여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우리는 이것이 새로운 노동정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제도권력에 대한 개입이나 선거참여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노동정치, 진보정치는 무엇보다도 지역과 부문에서의 헤게모니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동•정치•연대>는 이런 관점에서 현장과 지역, 현장과 부문을 결합하는 정치운동의 전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해 갈 것이다.

    정종권 : 출범에 앞서 <노동•정치•연대>의 모태라고 할 수 있었던 노동정치연석회의의 과정들에 대해 평가한다면.

    양경규 : 정파가 달라 서로 대립하고 갈등했던 노동운동 내의 다양한 세력들이 과거에 대한 평가와 반성 속에서 하나의 틀 속에서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해 함께 했다는 점이 평가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존에는 대중운동의 갈등 구조가 진보정당 공간으로 확대됐는데, 이제는 그런 갈등의 구조들을 대중운동 내에서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의 내용과 전망들을 하나로 묶어내며 통일시켜 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조직화 과정을 거침으로써 노동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구조를 확보해 왔다는 점과 이런 과정을 통해 지역에서 스스로 노동자를 주체적인 노동정치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역별 노동자정치학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사회공공성 강좌, 지역별 진보정치의 거점 확보를 위한 민중의 집, 노동자의 집과 같은 지역커뮤니티센터 건설 준비, 지역의 현안조사와 지역의제에 대한 정책마련 등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들이 노동자들 스스로의 반성과 평가 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현재 그 성과가 전면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망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현재 백가쟁명의 혼란스러운 진보정치 전망에 대해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이라는 화두와 그 방안으로서 연합정당을 제기함으로써 과거 진보정당운동의 과정에서 발생한 대립과 갈등의 구조나 혹은 이념의 문제들을 방치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근본적인 고민을 제기했던 것도 평가되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음은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이러한 문제제기와 노력이 새로운 진보정치의 길을 위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연석회의는 얼마 전 정의당, 노동당의 양당 대표와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여한 토론회에서 우리의 이러한 제기가 어쩌면 참 철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현장의 노동자와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적어도 우리는 연석회의가 그저 너는 너, 나는 나로 흘러가는 진보정당운동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면서 그 새로운 가능성을 논의할 최소한의 고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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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규 연석회의 소집권자

    정종권: 그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연석회의의 활동이 노동자대중과 진보정당의 당원들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연석회의가 지향하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운동이 과연 확장될 수 있는 것인가?

    양경규 : 맞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연석회의가 갖고 있던 고민이 맞물리고 있다. 연석회의는 활동 초기부터 지역과 현장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이름부터 띄우는 방식의 활동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그저 명망가 몇 명 세워 조직을 만들고 내용이나 토대도 없이 대중을 또 다시 대상으로 만드는 운동은 그만하자고 했다.

    우리는 지역과 현장에서 먼저 책임질 수 있는 현장활동가들이 치열한 고민과 반성을 하고 나서 조직을 만들면서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그동안 내부의 토대와 내용을 채우는 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활동이 대중적 확장에 장애가 된다는 비판도 일부 있었지만 다시는 예전과 같은 방식의 조직화, 예전과 같은 정치운동은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러한 방침 때문에 연석회의가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있고 오해를 산 부분도 있다.

    본 조직인 <노동•정치•연대>의 출범과 함께 우리는 이러한 부분이 극복될 것으로 믿고 있다. 왜냐하면 현장의 대중과 함께 할 충분한 내용적 준비와 책임있는 활동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장의 대중들이 지금의 진보정당운동에 대하여 실망과 바람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조직인 <노동•정치•연대>의 활동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정종권 : 연석회의의 활동 중 노동자 정치운동의 통일에 일정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과거의 갈등과 정파적 차이를 넘어 단결하겠다고 하면서도 소위 계급정당을 추진하는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연석회의는 계급정당 추진위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나?

    양경규 : 계급정당 추진위원회의 경우 서로 입장이 달라서 같이 하기 어렵다고 정리한 바 없다. 같이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계급정당 추진위를 하고 있는 동지들이 향후 새로운 노동정치, 진보정치를 열어감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계급정당 추진위가 그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쳐 진보적 대중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내가 대표로 있는 연석회의의 참여단위 중 하나인 노동자정당추진회의는 과거 계급정당 추진위 그룹과 공동토론회 개최, 대선 연대 방안 논의 등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해 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일정한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서로가 새로운 노동정치를 만들어 감에 있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현재의 조건에서 오랜 기간 활동방식과 경험의 차이 때문에 당장 함께 하기는 어려우니 일정하게 자기중심성과 자기전망을 가지고 장기적인 연대를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바 있다. 이후 어떤 형식으로든 <노동•정치•연대>는 계급정당추진위와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종권 : 이제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았으면 한다. 양 대표는 현재의 조건에서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이 실제 가능하다고 보는지 또 그 구체적인 경로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

    양경규 : 진보정치 통일재편 문제는 쉽지 않다.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2011년 진보대통합의 실패, 통합진보당 사태와 정의당으로의 분당 등 이성이나 운동의 당위로만 설명할 수 없는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고, 막상 (통일재편 운동을) 시작하려니 정의당이나 노동당의 현실 조건이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우리의 진보정당 운동 구조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다면 진보정치 전체의 향후 전망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양당의 판단은 다를지 몰라도 양당의 진보정당으로서의 전망은 매우 불투명할 것이며 이는 곧 우리 진보정치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이는 연석회의의 생각이다. 나는 진보정당이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또 그 이념적 지향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 당이 진보정치의 재편이 필요없다고 명확하게 선언하거나 그 이념적 지향이 너무 달라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에 대해 이야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연석회의가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진보정당의 분열구조 혹은 대립구조가 결코 하나의 당 구조 내에서 공존할 수 없을 만큼 양 당의 이념적 편차가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나는 양 당이 표면적으로는 진보정치의 통일.재편에 대해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고 각각의 의결단위에서도 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연석회의는 진보정치의 통일과 재편이 전혀 논외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진보정당의 분열이 가져 온 현장의 조건, 한국의 진보정치의 조건, 변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진보의 새로운 확장 등을 감안할 때 진보정치의 통일.재편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현실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 당이 처한 조건들, 즉 그간의 진보정당 운동에서 나타난 갈등과 대립의 유산, 당 내부의 리더쉽과 당내 민주주의의 문제를 간과할 생각은 없다. 연석회의는 이런 측면에서 가장 느슨하지만 새로운 길을 열어갈 최소한의 방안으로 연합정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의 조건 상 양 당의 당적구조를 전면적으로 해체하지 않고 공존의 가능성을 열어놓되 적어도 노동자들에게, 혹은 민중들에게 하나의 정당으로서의 일정한 전망을 보여줌으로써 진보정치의 토대와 내용을 확장하자는 것이다.

    정종권 : 지난 토론회에서 양 대표는 진보정치 통일재편이 내년 지방선거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또한 만약 지방선거 전에 연석회의가 지향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노동대중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양경규 : 우선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정리하고 가자. 지난 토론회에서 연석회의가 제기한 핵심적인 과제는 지방선거 전에 진보정치의 통일.재편을 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연석회의와 양 당이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함께 열기 위해 논의를 시작하고 그 논의를 위해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 논의기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진보정치의 과거에 대한 평가,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과제에 대한 공유와 토론,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통한 공동사업과 당면 현안에 대한 연대투쟁, 당면한 지방선거에 대한 공동의 대응, 이러한 과정에서 연합정당을 포함하는 진보정치의 통일.재편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논의의 과정에서 지방선거 전에 연합정당 건설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진보정치가 지방선거라는 정치적 계기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치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또 분열된 당의 구조로 맞게 될 선거에서 나타날 현장과 대중들의 혼란, 이 과정에서 나타날지도 모를 진보정당의 선거실패,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또 다른 성장과 이에 따른 진보정치의 토대 축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좀 더 통일.재편 논의에 힘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연석회의의 입장이다. 양 당이 토론회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지방선거 전 통일.재편에 신중한 입장을 갖고 있다면 이는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는 논의기구 구성의 전제가 지방선거 전 통일.재편에 대한 동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어떤 문제든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논의 틀 내에서 토론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가 이런 열린 입장을 갖고 하나의 논의틀에서 만난다면 지방선거 전에 통일.재편이 설사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망마저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나는 이러한 논의가 새로운 진보정치를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작업의 시작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장의 대중들 또한 지방선거와 관계 없이 이후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놓아 버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대목에서 내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지방선거의 패배가 오히려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여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대한 우려이다.

    어떤 사람들은 양 당으로 하여금 독자적인 선거전략과 자기중심의 전망을 갖게 하고 이를 지켜 본 후에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진보정치의 토대와 조건을 감안할 때 이는 일종의 ‘청산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 모두는 현재의 진보정당의 토대를 함께 지키고 이후를 도모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태도가 새로운 출발을 위한 자극이 아니라 현재의 어려움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어떤 형태로든 진보정치의 새로운 내일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종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번 양 당 대표가 참가한 토론회에서 확인했지만 양 당의 입장은 매우 소극적인 것 같다. 그날 민주노총 위원장은 양 당이 노동현장의 고민이나 노동대중의 바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 당의 입장이 소극적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양경규 : 연석회의 내부에도 이런 의견들이 많다. 진보정당들이 각 당의 자기전망을 진보정치 전체의 전망으로 환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반적으로는 진보정치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될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우려와 요구를 각 당이 끌어안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들은 독자적인 자기전망을 생각하고 있고 오히려 노동자들이 함께 무언가를 풀어 나가자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를 두 가지 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그 하나는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연석회의가 제기한 진보정치의 통일.재편이 현 단계 진보정당 운동에서 운동적 당위성을 갖지 못한다고 양 당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의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망에 대해 한 쪽은 상대방에 대해 이미 이념적으로 우경화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또 다른 한 쪽은 상대방이 진보정치의 범주를 지나치게 경직된 이념의 틀로 묶어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입장이라면 사실 노동이 어떤 입장을 갖는다 하더라도 양 당이 하나의 틀 속에서 진보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양 당은 모두 자신들의 독자적인 자기전망이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여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주장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양 당에는 분명히 일정한 이념적 지향의 편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운동, 내세우는 강령, 정책방향과 의제들,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전망이 실제로 대중에게 분명한 변별력을 가질 정도의 차별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더구나 양 당이 모두 공히 진보정당으로서의 독립적인 전망, 대중정당으로서의 위상 정립, 제도권력에 대한 참여와 함께 사회운동적 정당으로서의 활동방향 수립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차별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한국사회에서의 새로운 진보정치운동의 이념적 지향의 범주에 대해서 그 좌우의 편차는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나는 수렴되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토대와 흐름이 형성될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것이 논의자체를 거부하는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른 또 하나는 노동에 대한 평가 혹은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평가로부터 비롯된 노동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또 주요한 활동가들은 과거의 진보정당운동에서 노동은 진보정당의 대중적 토대로서 그 역할을 다했는데 당의 정치꾼들 혹은 명망가들이 자기들끼리 권력다툼을 하면서 진보정치를 이렇게 분열시켰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평가는 아니다.

    진보정치에서 노동계급이라는 물리적 토대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진보정치의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될 수 없다. 진보정당운동에서 그동안 노동대중의 실천적인 참여는 거의 없었다. 당의 의결구조에 노동대중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도 노동대중은 그 숫자를 채우지 조차 못하기 일쑤였다. 노동대중은 현장에 갇혀 매양 기업 내의 노동조건에 매몰되고 있었고 그 사이에 민주노조운동은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왔다.

    이런 역사적인 경험 속에서 노동자들이 다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말한다고 해서 선뜻 신뢰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다시 정규직 중심의 노동이 진보정치의 내일을 말한다고 해서 양 당에게 새로운 전망을 주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지점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양 당이 연석회의가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연석회의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고 실천하는 노동자정치운동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 그 시작이 미약하지만 분명히 새로운 노동정치의 전형을 만들어 가겠다는 약속이 우리 안에 있음을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정종권 : 양 대표가 바라보는 양 당의 입장에는 분명히 그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양 당의 내부정치의 구조로부터 파생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점에 대해 양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양경규 :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이긴 하지만 그런 측면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난 번 진보정치 통일재편과 관련해 연석회의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민주노총 위원장, 학계 원로, 심지어 양당 대표들까지 나왔는데도 양 당은 이를 당원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지하거나 이 토론회의 의미를 당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노동당의 경우 토론회 이후에도 당 대표의 기본입장은 물론 이런 토론회에 나갔다는 것조차 어떤 형식으로든 당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당의 공식 홈페이지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정의당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진정 양 당이 진보정치의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고민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많다.

    나는 양 당이 겪어 온 그동안의 과정이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자칫 새로운 문제의 공론화가 당에게 또 어떤 어려움을 불러올지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 양 당이 이런 진보정치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공유하는 과정만큼은 거쳤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는 당 내부의 정치적 조건 때문에 양 당이 진보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공유의 과정이 없다면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양 당이 주장하는 대로 설사 지차제 선거 이후가 되더라도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정치•연대>가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당원들에게는 너무나 생뚱맞은 제안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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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이야기를 조금 바꾸어 보자. 양 대표는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노동운동의 실패가 진보정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노동•정치•연대>의 새로운 노동전략은 무엇인가?

    양경규 : 현재의 노동운동은 운동의 계급적 토대 자체가 붕괴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이 문제는 계급운동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문제로 연결된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조직화된 노동운동의 중심은 정규직이다.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가질 수 없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노동운동의 한계이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토대 확장 없이는 현재의 노동운동이 계급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 노동운동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바로 비정규.영세 노동자의 조직화 전략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과제는 현재의 노동운동의 틀,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의 구조에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왜냐하면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 사업장 안의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인 영역에 걸친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현장의 틀에서만 해왔지만 이를 전사회적 문제로 확장해야 한다. 즉 지역운동과 부문운동이 계급운동과 결합할 때 이 과제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은 이 지점에서 정치운동과 결합된다. 노동자정치운동은 바로 이 지점에서 대중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노동운동의 또 하나의 과제는 사회변혁운동으로서의 자기전망을 명확하게 수립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동운동은 현장의 담장을 넘어 사회적 운동으로서의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부문 운동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공공부문의 노동운동은 전일적인 자본의 지배에 맞서 사회공공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대안사회의 미래를 담보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운동은 하나의 부문운동으로서는 그 임무를 다할 수 없다. 공공부문의 문제는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민중의 문제이자 사회변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부문 운동은 사회적인 운동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당연하게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은 여기서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된다. 노동자정치운동은 공공부문의 문제를 지역과 부문으로 확장시키는 운동이 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혁신이 종래의 노동운동의 조직적 구조나 기존의 틀 속에만 갇혀서는 이루기 쉽지 않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자체의 자기혁신도 필요하지만 노동자정치운동을 통해 노동운동의 새로운 토대와 영역을 확장시키려는 전략도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정치•연대>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노동운동에 대한 새로운 전략 또한 강구해 나갈 것이다.

    정종권 : 이야기를 마치기 전에 아무래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양 대표는 향후 <노동•정치•연대>의 활동과 관련하여, 특히 진보정치의 통일.재편과 관련하여 통합진보당에 대하여 일체 언급이 없다. <노동•정치•연대>는 통진당에 대하여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것인가? 통진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양경규 : 그렇지 않다.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과 진보정치의 통일.재편을 이야기하면서 어느 특정한 정치세력의 배제를 전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통진당에 대한 우려를 솔직히 갖고 있다.

    우리는 과거 진보정당운동을 평가하면서 반성과 자기성찰을 전제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우리 진보정치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모두의 책임이라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과거 우리 진보정당운동을 사실상 주도해 온 통진당의 책임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진보정치의 한 시대를 책임져 온 통진당이 자청해야 할 책임이다. 그런데 우리는 통진당에게서 이런 문제에 대한 자기책임과 자기성찰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는 통진당이 현재의 진보정치의 조건에 대해 이러한 자기책임과 자기성찰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통진당과의 관계는 열려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통진당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 양당 대표들에게, 나아가서는 양당의 당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양경규 : 우리에게 시간과 기회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노동당이나 정의당 나아가서 진보정당들의 경험과 조직은 우리 운동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험이 소실되지 않고, 지금의 어려움과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노동당이나 정의당의 당원이 아니지만 그 조직들이 나와 무관한 것이라고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마찬가지이다. 비록 노동자들도 그 당에 직접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진보정당들에 대한 기대를 접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던질 희망의 싹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진보정당운동은 노동운동의 미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견제와 지원의 상생관계를 복원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자기 당의 틀을 넘어 전체 진보운동, 민중운동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방안과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대화하고 소통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한다. 비록 그것이 나와는 판단이 다르더라도 그게 대화와 진전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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