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접근성 가로막는 장벽들
    [책소개]『의료접근성』(로라 J. 프로스트, 마이클 R. 라이히/ 후마니타스)
        2013년 10월 26일 03: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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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말 HIV/AIDS 환자의 67퍼센트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으며, AIDS로 말미암은 사망의 80퍼센트가 이곳에서 발생했다.”

    “2002년 남아시아의 일인당 보건 의료비 지출은 26달러였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은 32달러,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은 218달러였으며, 고소득 국가는 3,039달러였다.”

    ‘의료 접근성’이란 질 좋은 보건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현재 개발도상국의 많은 사람들이 HIV 항바이러스제처럼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과 항천식제처럼 삶의 질을 향상하는 의약품 등을 포함한 보건 의료 기술을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

    1995년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인 17억 명 가량이 필수 의약품과 백신에 지속적으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추정은 1980년대 중반부터 지속되어 왔으나, 현재까지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인 장애 요인은 비용 문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의약품이나 다른 보건 의료 기술을 구매할 돈이 부족하다. 그들은 값비싼 신약, 새로운 기구와 진단법 등을 이용할수록 더 깊은 빈곤의 늪에 빠진다.

    게다가 자원이 부족하며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빈곤 국가의 정부는 공공 기관에 보건 의료 신기술을 도입하기가 어렵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는 가난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원인이기도 하다.

    빈곤만으로는 접근성 문제의 복잡성을 파악할 수 없다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보급되면서, 미국에서 1996~97년 연령 보정 AIDS 사망률이 48퍼센트 감소되었고, 서유럽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사망률이 낮아졌다. 그러나 HIV에 감염된 전 세계 인구의 95퍼센트가 빈곤 국가에 살며, 그들 대부분이 비용 장벽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상의 문제나 제도적 문제 탓에 생명을 연장할 치료법에 접근할 수 없었다.”

    “세계는 더 많은 생각과 자금을 (단지 기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전달하는 데 써야 한다.” _2005년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빌 게이츠

    그러나 의약품의 가격을 낮추고 특허가 만료되어 일종의 복제약인 제네릭을 훨씬 적은 비용을 들여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1990년대 프라지콴텔(주혈흡충증 치료약)의 특허권이 끝난 이후 더 많은 공급자들이 세계 시장에 진입해 제품 가격이 내려갔으나 접근성은 여전히 향상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짐바브웨의 여성들은 여성용 콘돔에 달린 고리를 장식품인 팔찌로 만들어 시장에서 거래하기도 했다. HIV 진단법은 그 제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히기에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그 기술이 애초의 의도대로 쓰이게 하는 것은 문제 영역을 달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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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과 특허권에만 해결 방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의료 현장에서 직면하는 구체적인 문제점은 주목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상품이 개발된 이후 최종 사용자에게 의약품이 전달되기까지 매 단계마다 다양한 취약점이 존재한다.

    취약한 공공 보건 의료 체계, 건강에 대한 정치적 책임성의 부재, 공공 및 민간 보건 의료 시설의 부패, 국제무역 및 특허 분쟁, 질병과 치료에 대한 문화적 차이, 생산품을 분배/처방/전달/사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어려움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특정 의약품이 국제기구의 필수 의약품 목록에 포함된 것만으로 접근성 문제가 사라진다고 여기는 현장 경시 풍조가 존재하는 한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이 책은 의료 접근성 문제의 큰 원인이 좋은 의료 기술의 부재, 빈곤 내지 부의 불평등에 있음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국가/문화/제품 등의 특성에 따라 기술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6가지 사례연구를 통해 확인하는 국제 보건 실무 지침서

    이 책은 빈곤 국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보건 의료 기술의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도전과 접근법에 대해 살핀다. 개발도상국에서의 보건 의료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경제적/정치적/문화적 요인, 그리고 이런 기술이 집단마다 어떻게 달리 이해되는지 등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가 드문 현실에서, 현재 전 세계의 의료 빈곤 현장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동료 활동가는 물론, 국제 보건 의료 활동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 의료인에게 전하는 책이기도 하다.

    의약품, 백신, 진단법, 피임법, 기구, 이중 보호 기술 등 다양한 보건 의료 기술 영역을 한 축으로 하고, 기생충, 성병, 말라리아, 간염, 원치 않은 임신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또 다른 축으로 설정해, 이 두 축이 모두 만나는 사례들 가운데 접근성의 다양한 단계들을 최대한 등장시킬 수 있는 사례들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각 사례의 마지막에는 관련 개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표를, 본문 말미에는 접근성 관련 주요 용어의 해설을 실었다.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주요 위원회, 단체들의 명칭과 역할, 보건 의료 기술들이 확산되기 위해 거치게 되는 공식적 과정의 개념과 명칭, 그리고 국제 보건의 역사상 시금석이 되는 주요한 지침이나 선언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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