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통령이 결단해야"
    문재인, 대선 불법개입 정면 비판
        2013년 10월 23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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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최근 갈수록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대선 불법 개입 사건에 대해 2012년 대선 후보로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결단을 강하게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2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 권력기관과 군의 정치중립성, 심지어는 수사기관의 독립성까지 모두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정원과 경찰, 군과 보훈처 등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가기관의 범죄행위가 심각하며, 이 또한 “빙각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고 규정하며 박 대통령이 문제해결의 의지를 표명하고 실천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대선 경쟁후보였던 문 의원이 지난 대선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문 의원이 대선을 다시 하자는 입장은 아니라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지위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정통성과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국정원과 경찰, 군 등의 국가기관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대선 개입 사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없다면 문 의원의 논리는 박 대통령의 집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해 수사 의지도 없고, 오히려 수사 자체를 방해하거나 왜곡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새누리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대선 불법 개입이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로 비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선 후보의 입장은 민주당의 개별 의원이나 시민사회의 여론과는 성격과 파급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문 의원의 입장에 대해 “지금까지 대선 불복에 대해 ‘치고 빠지기’를 하더니 이제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김 대변인은 “댓글 사건이 지난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문 의원의 입장을 강하게 성토했다. 유 대변인은 “문 의원과 민주당은 사법절차에 대한 다른 ‘개입’을 하려는 것이 아닌지, 또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의원이 지금은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대선 결과에 불복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래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성명 전문이다.

    문재인

    대선 시기 문재인 의원의 자료사진

    <박대통령의 결단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소중하게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 권력기관과 군의 정치중립성, 심지어는 수사기관의 독립성까지 모두 훼손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입니다. 국민은 투표로 주권을 행사합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당하게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전제입니다. 여기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더구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외압이 행사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권력기관들의 대선개입과 관권선거 양상은 실로 놀랍습니다. 국정원 경찰은 물론 군과 보훈처까지 대선에 개입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정도도, 기소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특히 군사독재 시절 이후 찾아보기 어려웠던 군의 선거개입은 경악스럽습니다.

    그마저도 다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입니다.

    심지어는 대선이 끝나고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 수사가 방해받고 있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당연한 목소리까지 대선불복이라며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습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입니다. 박대통령은 직시해야 합니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이 엄중한 사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께 엄중하게 촉구합니다.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즉각 실천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검찰 수사에 가해지는 부당한 외압은 중단돼야 합니다. 진실이 반드시 규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드러난 사실에 대해 엄정하게 문책해야 합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가기관들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결코 과거 일이 아닙니다. 미래의 문제입니다. 다음 대선에서도 국가기관이 동원되는 선거가 되면 안 됩니다.

    박대통령의 결단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진실을 덮으려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물론 박근혜 정부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부디 민심을 거역하는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드리는 권고입니다.

    2013년 10월 23일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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