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자본의 천국 재벌의 천국
    [기고] 현대자동차 초단기 직고용 계약채용 계획에 부쳐
        2012년 06월 13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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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로 추진하고 있는 초단기 직접고용 계약직 전환에 대해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박유기 전 위원장이 보내온 글이다.(편집자) 

    2002년 3월 13일 현대자동차 승용 1공장 예승기업이라는 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최병승은 2005년 2월 2일 노동조합 활동 관련으로 해고됐다. 그해부터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등 5년 간 법적 투쟁을 통해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으로부터 사실상 정규직 지위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이 근무한 현대자동차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파견노동자로 봐야한다”며 “불법파견으로 사용된 최병승은 입사후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는 현대자동차 종업원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는 “최종판결이 아니다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됐으므로 최종판결 결과를 받아야 한다”고 우겼고 시간을 때웠다.

    사내하청 노동자 기자회견 중 박유기 전위원장(사진=금속노조)

    그리고 2년여 시간이 지난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에서 똑같은 취지의 확정판결(회사 주장대로 최종판결)이 나왔다. 그러자 현대자동차는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 개인에 대한 판결이며 최병승에 대한 해고 정당성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며 중앙노동위 결정을 기다리자고 또 버텼다. 그리고 2012년 5월 2일 중앙노동위는 최병승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30일 이내에 복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회사는 2012년 6월 8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최병승을 복직하도록 한 중노위 판정 결과에 볼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이제 현대자동차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병승의 정규직 복직은 못한다”고 하고 있다.

    정치권이 입만 열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현대차 자본가는 두 번의 대법원 판결, 중노위 판결에도 “배 째라”며 행정소송 던져놓고 게기고 앉아있다.

    그러던 중 최근 현대자동차는 ‘직영 기간제 계약직 관련 건’ 자료를 작성해 2년 미만 한시 하청노동자 1천564명을 7월 2일까지 전원 계약해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중 기간제나 일용직으로 고용된 1천351명의 경우 희망자에 한해 직영 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것. 나머지 하청노동자는 해고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러한 회사방침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2012년 8월 2일부터 개정 파견법이 적용되면 불법파견 판정 시 2년 이상 근속과 무관하게 2년 미만 근무자도 직접고용 의무가 부과된다.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2년 미만 한시하청 인원에 대해 7월 초부터 현대자동차에 2년 이하의 기간제 ‘직고용’ 계약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이게 뭔 소리인가?

    회사가 스스로 현대자동차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노동자임을 시인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당연히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전원 정규직 전환이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회사는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2년 미만 근속한 비정규직을 모조리 해고하고, 2년 미만짜리 직고용 기간제 계약직으로 돌리려 하는가?

    저들은 뻔뻔하게도 파견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직고용 계약이라는 수를 드러낸 것이다. 대신 기간제법을 이용해 단기 기간제 계약직으로 직고용해 언제든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 고용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기간제 법 상 2년 이상 비정규직 사용 시 정규직 전환의무를 피하기 위해 2년 이하만 사용하고 자르겠다는 것이다.

    여기다가 지금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사내하도급법’까지 올해 국회에서 만들어 진다면 현대자동차는 내년 8월부터는 ‘기간제법’을 이용하지 않고 ‘사내하도급법’을 이용해서 합법적으로 공장 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자본이 ‘파견법->기간제법->사내하도급법(?)’ 떡 주무르듯 주무르는 사이 죽어나는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정도 되면 대한민국은 자본의 천국, 재벌들의 천국 아닌가?

    정치권에서 “비정규직을 보호한다”고 전 국민들 앞에 사기치며 만들어놓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이 현대차 자본에 의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 판결마저 깔아뭉개고 있는 재벌을 두 눈 뜨고 보면서 분개하지 않을 노동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대한민국에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문구에 길가는 개도 웃는다.

    2006년 내가 현대차노조 위원장 할때 때 민주노총 방침대로 파업을 열 두 번이나 벌인 이유가 이같이 악용될 게 뻔한 일명 ‘기간제법’ 도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 때 이 법을 밀어붙인 정치권은 정녕 이렇게 악용될지 몰랐단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 재벌의 입김에 놀아났단 말인가?

    몰랐으면 멍청한 집단이고, 알고도 밀어붙였다면 사기꾼 집단이 아닌가. 정치권은 더이상 비정규직과 전체노동자 국민들에게 사기치지말고 비정규직 악법을 모조리 폐기하라. 그리고 법위에 군림하는 재벌 권력을 법 앞에 무릎 꿇려라.

    필자소개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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