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LG트윈스 유광점퍼
[야구좋아]가을야구는 그림의 떡이었지만 올해는 달라
    2013년 10월 16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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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누군가에게 삶의 그 이상일 수도 있고, 혹은 연인보다 강렬한 무언가일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에 초연해지고 싶어하지만, 가을만 되면 이성을 잃어버리곤 한다.” -서울시 서초구 이명윤씨 (30년 LG 트윈스팬)

날이 쌀쌀해지는 가을, 그 계절 덕아웃에서 선수들이 유니폼 위에 덧입는 유광점퍼. 단순한 점퍼에 불과한 이 옷은 누군가에게 큰 의미를 가진다. LG 트윈스의 팬들에게는. 어쩌면 촌스러운 이 점퍼가 가지는 의미가 대체 무엇이길래.

LG 골수팬이라고 자처하는 박현우씨(신촌, 46세)는 김재박 감독 실패 이후로 LG 야구를 되도록 멀리했다고 했다. 자신이 응원했던 그리고 동경했던 슈퍼스타가 무너진 이후로 프로야구도 더 이상 자신의 삶에 차지하지 않았으면 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그는 LG 트윈스와 똑같은 사회인 야구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했고, 유광점퍼에, LG 가전까지 비치할 정도로 LG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던 야구팬. 그러나 그 역시 올 시즌만큼은 불경기에 한 가닥 희망을 봤다며 LG 야구를 곁눈질로 보며 배시시 웃곤 한다며 말을 잇는다.

그래서 사실 프로야구에서 가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가을야구. 이렇게 쌀쌀할 때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팀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특별해야만 이 축제에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우승자라는 칭호는 단 한 팀으로 제한되지만, 최소한 그 해의 강팀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에서 가을 야구는 충분한 의미를 담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추신수의 팀인 신시내티를 꺾고 세인트루이스에 20년만에 올라가자 그 도시가 축제 물결을 이뤘던 것처럼 가을 야구는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상당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유광점퍼를 입고 있는 김기대 LG트윈스 감독(사진=LG트윈스)

유광점퍼를 입고 있는 김기태 LG트윈스 감독(사진=LG트윈스)

10년간 LG 팬들에게 가을에 입는다는 유광점퍼는 그림의 떡이었다. 언제부터 유광점퍼라는 말은 LG의 야구를 뜻하는 고유명사가 되었지만 전설처럼 기억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1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단지 장롱 한 켠을 차지하는 불청객이었다.

매 해 시즌초만 되더라도, 올해는 유광점퍼를 입을 수 있겠지, 올 해는 가을야구를 분명히 한다는 희망에 부풀었지만 언제나 희망에서 끝이 났었다. 봄에 불타오르던 팀은 언제나 가을의 쌀살한 바람 앞에서 차갑게 식었다.

올 해를 제외하고 LG 트윈스가 가장 가을 야구에 근접했던 시즌은 2011년. 당시 팀 내 주장 박용택은 인터뷰에서 “올해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가을야구를 할 것이다. 그러니 유광점퍼를 꼭 사놓으라”는 말을 남겼던 것으로도 유명했다. 당시 팬들의 희망이 어우러진 유광점퍼는 품귀현상이 생길 정도로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해 LG 트윈스의 최종순위는 한화와 공동 6위로 마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행히 올해는 다르다. 이미 내려갈 팀은 내려갔어야 할 10월이지만, LG는 하위권 경쟁이 아닌 치열한 선두경쟁 중이다. 일정상 LG의 가을야구(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이나 다름없다. 다만 한국시리즈에서 다른 팀을 기다리느냐,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러야 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어느 쪽이든 매해 ‘내려갈 팀’으로 놀림 받던 LG 트윈스와 팬들에게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이제는 기억될 것이다.(이미 LG는 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편집자)

올 시즌 LG는 그 어느 해보다도 끈끈한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LG가 과연 긴 겨울을 뚫고 한국 시리즈의 주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매 해 훈훈한 가을바람이 아닌, 뼈가 아리는 가을바람을 경험했던 LG 팬들. 이제 당당히 유광점퍼를 입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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