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당, 어디로 가야 하나?
    열기 뜨거웠던 노동정치연석회의 3차 공개토론회
        2013년 10월 08일 05: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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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정치연석회의 주최로 제3차 공개토론회가 7일 오후 6시30분 금속노조 4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진보정당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사회로 양경규 노동정치연석회의 소집권자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길 노동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나섰다.

    이날 토론회는 연석회의가 준비한 공개토론회의 마지막 토론회이자 노동당과 정의당의 대표와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선 만큼 150여명이 참석하는 등 그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이념적 스펙트럼과 관련해 함께 연합할 수 있는 세력의 범위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감대를 확인하고, 토론 후반부에는 ‘시기’와 관련한 논점이 형성되기도 했다.

    1, 2차 토론회에서 일부 이견이 있었던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해서는 김세균, 조희연 교수가 개념적으로 이를 정리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2차 토론회에서 논란이 됐던 ‘범PD연합정당’이라는 개념 또한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의 연합이라는 의미로 정리됐다.

    주요 쟁점은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연합정당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주제로, 이용길 노동당 대표는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을 기반으로 토대를 쌓아야 한다고 역제안했으며,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지방선거 선거연합과 연합정당 모두 동시에 고려하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사진=장여진)

    토론회 발제자와 토론자(사진=장여진)

    양경규 “진보‘연합정당’으로의 결집을 간절히 호소한다”

    발제를 맡은 양경규 노동정치연석회의 소집권자는 “지금 이 자리는 진보정치의 미래를 두고 서로 전망이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떤 점이 같은 것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과거 진보정치에 대한 평가가 어떤 지점에서 같고 또 다른지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자리”라고 강조하며 “서로 너무 달라서 못하겠다면 못하는 것이지만 다른 지점은 있지만 같이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좀 더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경규 소집권자는 역사적으로 진보정치의 확장 가능성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이유를 △노동운동이 자기 사업장, 정규직 중심 운동으로 전략되면서 진보정치를 조합주의의 틀로 끌어들인 문제 △민주노동당 시절 일정하게 의석 확보를 위해 급진적 의제가 후퇴된 쉐보르스키의 딜레마 △대중 참여를 위한 체계적 전략 부재 △거듭된 당 내부 혼란에 따른 대중의 무관심 등을 꼽았다.

    양 소집권자는 “진보정치의 확산 가능성과 전망의 실종이라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확산 가능성을 어떻게 전유하고 전망의 부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의 문제는 과거에만 있지 않다. 앞으로 진보진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에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진보정치의 확산 가능성과 전망의 실종으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그는 “노동과 대중운동의 침체” 문제를 우선적으로 꼽으며 “기존 진보정당들이 급기야 민주노총의 조직적 토대를 부정하거나 벗어나 ‘일반 대중의 참여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화된 노동은 안 된다’고 말하는데 이는 치명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양 소집권자는 “진보정당의 분열, 분화 구도에서 대중적 토대를 구축하기 쉽지 않으며 또 현실적으로 조직화되지 않은 바깥의 노동을 조직하고 토대를 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되는 어려움의 두번째 전망에 대해 그는 ‘박근혜 정부의 등장’을 꼽으며 “박근혜 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시즘적인 경향을 노골화될 것이고, 이는 결국 민주대연합이라는 전선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보정치가 취약한 상황에서 민주대연합은 치명적 약점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서 진보정치 통일재편의 기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박 정권하에 진보의 토대는 더욱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과 관련해서 “기존 진보정치세력들은 이석기 사태와 관련해 통진당과의 변별력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중에게 진보라는 이름에서 흠집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진보정치가 어떤 새로운 판, 대안의 전망을 짜고 있는지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진보정치는 도매금으로 비판될 것”이고 우려했다.

    진보정치의 통일재편과 관련해 ‘(2011년 진보대통합 논쟁 때와) 외견상 새롭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양 소집권자는 “자발적으로 현장 노동자들이 나서고 있다. 진보정당을 비난했던 노동자들이 자기들도 잘할테니 다시 해보자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반복됐던 통합의 과정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요구에서 당 대 당 통합이 아니라 1+1+@로 가져가야 한다. 지역에서의 노동정치세력화는 어떻게 가능한지, 계급과 지역, 노동과 부문운동의 결합은 어떻게 가능한지가 연석회의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며 “이러한 고민을 같이 하자는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새롭지 않다는 지적은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실익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 당장 진보정치가 통일 재편한다고 해서 엄청난 실익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진보정치가 통합되고 정리되는 것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진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흐름이 노동현장에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각 당의 내부 정치 조건 때문에 진보정치 전체의 전략적 고민과 전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은 사회변혁의 중심 축으로 노동과 부문운동을 총화해나가며 새로운 운동과 정치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책임인 큰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념적 차이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는 “노동당과 정의당의 강령을 모두 읽어봤는데 어느 정당도 어떤 특정한 ‘~주의’가 자기 정체성이라고 규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당이 사회주의를 추구하면서 다양한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고, 정의당도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들을 비교했을 때 결정적 차이가 있냐”고 반문하고 “차이는 없다. 특정한 주의를 표방하는 당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강령, 실천과제, 정책의제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이를 기반으로 이념적 차이를 일정하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소집권자는 “단언컨대 연합정당이 진보정치 통일재편 방안에서 완벽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여기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고 같이 열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을 호소했다.

    그는 “가능하면 지방선거 이전에 대중들이 진보정치에 대해 일정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그러나 치열한 논쟁 과정에서 지방선거 전에 하기가 정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연대의 틀을 짜내면서 새롭게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적당히 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지방선거 끝나고 나서 해도 된다는 시간만 끄는 구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그는 “연석회의는 오는 11월 2일날 정식으로 지역과 현장에 근거하여 중앙조직체를 결성한다. 그날로 연석회의는 해소하고 새로운 전국 중앙조직으로 출범할 것”이라며 “출범 후 본격적으로 진보정치의 통일 재편이 논의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세균 “자유주의에 대해 이념적 조직적 독자성 명확히 해야”

    토론에 나선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양경규 소집권자의 발표 내용에 전박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제기보다 나름의 보충 발언을 하고자 한다”며 한국 진보정치의 위기를 “주사파 NL세력의 헤게모니 하에서 (진보운동이) 전개된 데 크게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 통진당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진보정치 주체들의 ‘연합된’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며 “차이와 자파 중심주의를 넘어 타 정파들과 함께 손을 잡고 위기를 공동으로 극복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상에 대해 그는 “기본적으로 보수세력, 자유주의 세력에 대해 이념적, 조직적 독자성을 지닌 노동자정당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며 “진보좌파세력이 주축이 되는 정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념적 노선과 관련해 그는 “자유주의에 대해 이념적 독자성을 주장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극복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정당이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1, 2차 토론에서 쟁점이 됐던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에 대해서는 “체제내적 개혁을 추구하는 사민주의 세력과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이 이 정당에 참여하길 원한다면 이들의 참여가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사회주의 정당의 근본 성격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그러한 진보적 자유주의 개념에 대해서는 ‘사회적 자유주의’, ‘혁신 자유주의’ 등 사민주의노선과 유사하거나 준하는 자유주의 노선”이라고 정리했다.

    조희연 “연합정당은 좌파정당이어야, ‘우측’ 경계는 열려 있어야”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또한 진보 연합정당의 지배적 정체성에 대해 “현재는 신자유주의 2차 지구화 과정에 대응하면서 2차 대안지구화 운동이라는 맥락에 서 있다”며 “우파정당, 중도정당과 구별되는 좌파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디컬(radical)정당, 좌파정당으로서의 기본 가치는 분명해야 한다. 소금이 자기 맛을 잃으면 안되는 것과 같다”며 “하지만 좌파와 사회주의의 성격과 개념은 1차 신자유주의 지구화 과정 시기와 비교하면 일정하게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가장 강한 사회주의적 성격을 드러낸다고 하는 베네수엘라 경우를 보더라도 시장과 선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선거 민주주의 위에서 진행된 사회주의 운동이었다는 점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을 바탕으로 그는 “레디컬한 것에 열려있어야 한다”며 지난 2차 토론회에서 ‘범PD연합정당’의 개념에 대한 일부 문제제기에 대해, 그 의미를 통진당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칭하기 위한 설명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이념적 경향과 정치적 분립을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며 “연합정당의 우측 경계는 열려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자유주의를 그람시적으로 전유하려던 문제의식에서 급진민주주의로 자유주의 영역을 어떻게 흡수할 것일까 하는 고민처럼, 우측의 경계는 언제나 ‘헤게모니 쟁투’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토론2

    이용길 “선거연합에서 이후 연합 수위 높여나가야”

    이용길 노동당 대표는 “진보정치의 통일재편에 대한 제안을 노동의 입장에서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에 해주신 것을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감사하다”며 “노동당은 진보정치를 제대로 재구성하는 것을 자기과제로 생각하기에 이 논의를 촉발시켜준 연석회의 제안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용길 대표는 진보정치 재편의 근본문제가 “새로운 사회의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강령의 합의”라는 양경규 소집권자의 견해에 대해 “물론 이념과 정책, 강령의 문제는 핵심적 문제이고 진보정치 재편에서도 당연히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의 진보정당 운동의 난맥상은 이념이나 정책적 차이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장의 정치적 실익을 우선하는 실리주의, 정치적 무책임, 불신 등이 중첩되어 나타난 문제”라고 다소 다른 분석을 했다.

    연합정당 제안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재편 방식에 대해 형식 논의로 흘러서는 안될 것”이라며 “오히려 과거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연합정당에 대한 검토도 하나의 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일정하게 선을 그었다.

    이러한 주장을 기반으로 그는 11월 2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를 이어가자는 연석회의 제안과 관련해서도 “당위보다는 정밀한 로드맵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 전에 하나의 정당을 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지방선거에서는 강력한 선거연합을 하고 그 성과를 가지고 공동기구와 공동사업을 통해 상호 신뢰를 높이고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이전에 진보정치 재편을 완료하는 등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그리고 각 단계마다 해야 하는 구체적 과제와 방식, 이를 위한 사업 등을 합의해 진행하고 공동으로 평가하면서 수위를 높여가는 방식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지방선거 이전 연합정당 건설이라는 시간표와 연합정당 형태라는 제안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그 수위를 선거연합으로 낮추어 답변한 모양새이다.

    이용길 대표는 “노동당이나 정당들은 보통 11~12월이 되면 내년 지방선거 준비를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지난 3월 9일 전국위에서 채택된 ‘진보정치재건을 위한 결의문’으로 노동당의 입장을 가름했다.

    천호선 “선거연합과 연합정당 모두 열어두고 논의해야”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연석회의의 결성 취지와 제안에 깊히 공감한다”면서도 “노동중심의 정파 연합정당을 만들자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노동 중심이라는 개념과 정파연합정당이라는 개념 모두 토론해야 할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에 커다란 실패를 해봤다. 정의당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2년을 보냈다”며 연합정당에 논의에 대해 “지도부들만의 논의나 실리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 이상의 논의가 될 수 있는가”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이 논의가 상층 중심이 아니라 현장 중심에서 나왔다는 것과 그리스의 시리자의 사례가 희망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시리자의 사례는 3년에 걸쳐 연대연합의 단계를 거쳤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가능하면 지방선거 전에 연합정당을 구성하자는 제안에 대해 “시간표를 정해놓고 테이블을 만드는 과정은 많은 우려를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우선 지방선거에서 진보연합을 추진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후보 단일화가 아닌 통일적인 선거운동연합을 실현하자는 것”이라며 노동당 이용길 대표와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말이) 지방선거 이후에 시작하자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고 당 안팎에서 우려의 충고를 들었다. 하지만 (제 말은) 선거연합과 연합정당의 가능성 모두를 열어두고 동시에 병행해서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지, 지방선거 이전에는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천 대표는 연합정당의 가능성 폭을 넓혀야 한다며 “내가 ‘우측 경계(조희연 교수가 제기한 연합정당의 우측 경계)’에 서 있는지 헷갈리지만,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함께 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에서 당명을 정할 때 사민당 당명에 대한 찬성률이 50%에 육박했다”며 “하지만 사민당을 사회주의로 가는 길로 보는 시각, 사회주의와 다른 개량으로 보는 시각, 또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길로 보는 시각 등 다양하다. 어쨌든 연합정당의 제안은 폭이 넓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다보니 이 논의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솔직히 헷갈린다”며 진보적 자유주의에 강한 경계를 제기하는 논점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지방선거 전이라는 시간표에 대해서도 “시간표를 정해놓고 가부를 묻는 방식은 안 된다. 선거때마다 비슷한 단체가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데, 길게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천 대표는 “정의당은 이 부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원들과 충분히 논의한 적이 없다”며 “당 내부에 노동위원회보다 격을 높인 노동전략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다. 이곳을 통해 노동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연석회의의 제안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당내 논의를 충분히 진행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승철 “진보 연합정당은 민주노총의 공식 사업계획”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위원장 후보 시절 공약 사항으로 진보정당에 대한 연합정당과 지역, 생활정치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저는 당선됐다”며 “이는 별도의 토론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진보연합정당에 대한 사업계획도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는 “(진보 연합정당은) 80만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들에게 검증된 공약”이라며 “새정치특위에서 진행한 노조 대표자들에게 진보정당이 여전히 필요하냐는 조사에서도 8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에 이러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으며 사업계획도 통과됐다”며 민주노총은 노동정치연석회의의 입장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 분열로 인한 갈등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지역 중심으로 민주노총이라는 공간에서 자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문제로 노조 조직이 분열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당들은 서로 갈라져도 의원직도 유지하고 당원들도 있으니 아직은 해볼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민주노총 활동가들은 당 활동을 열심히 하는 활동가를 제외하고는 운동에서 떠나기까지 한다. (진보정치의 재건을 위해) 민주노총이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다면 실리적 조합주의와 정치적 우경화가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진보정당이 잘 되야 민주노총도 잘 되고, 민주노총이 잘되어야 진보정당도 잘 된다”며 “침몰하는 배 안에서 나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없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만약 민주노총 조합원과 활동가들에게 진보정당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다면 그 어려움은 민주노총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당부드리고 싶은 건, 현장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말하지 않는 다수의 대중들이 진보정치를 외면하는 이유는 당신들(진보정당)이 희망이 될 수 없다는 마지막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시작이 됐으면 한다”며 “그러나 내용과 형식을 완성해서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운동이 대중을 대상화시켜 왔던 것 때문에 어려워졌는데 또 대중을 대상화시켜 완성된 것을 제시하려 하지 말고 함께 완성해간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플로어 토론에서 울산 현대자동차의 김호규 조합원이 연합정당에 거리를 둔 선거연합과 관련하여 정의당과 노동당 대표에게 “(진보정당의 재편이) 현실에서는 선거 이전이 아니라 선거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보지만, 중요한 것은 진보정당들의 재편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짤 의지와 계획이라고 본다. 그럴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용길 노동당 대표는 실무적 절차에 대한 어려움을 설명하며 노동정치세력이 당의 조건을 고려해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지도부로서 무책임해보이겠지만 당원들을 논리적, 이론적으로 설득하는 걸 넘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선거연합을을 포함해 실천적 과제를 작동하자는 것은 연합정당 제안을 뒤로 미루자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끌어당길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민의 폭은 줄이겠지만 깊게 접근하는 것이 빠른 해결 방식”이라고 말했다.

    양경규 소집권자는 “양당이 현실적 조건 때문에 선거연합 수준에서 고민하는 것을 왜 모르겠냐”고 반문하며 다만 “선거연합으로는 연석회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현실의 문제를 돌파하기는 어렵다. 정당투표 등에서 노동자들의 계급투표, 진보세력의 단일진보투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구의) 선거연합만 가지고 돌파하기 어렵고, 현장은 여전히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다고 선거연합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닫아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제는 진보정치 통일재편 과정에서 지방선거 전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이러저러한 연대 구조를 만들고 선거연합과 그 이후를 검토해보자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지만 양 대표는 “양당의 역량과 구조가 선거연합을 할 만한 힘과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선거연합이 이후 재편과 통합의 징검다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연석회의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두 당이 지방선거 이전에는 안 된다고 배수진을 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양당도 ‘선거연합 정도는 괜찮다, 연합정당은 어렵다’는 식으로 선을 긋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려운 조건이기는 하지만 당내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될 때 지도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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