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안의 삶을 모색하는 사람들
    [진보정치 현장] 일본 대안공동체 현장 방문기-1
        2013년 10월 08일 11: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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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역 공동체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생활협동조합을 지원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의 장을 열어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협력보다는 치열한 경쟁을 통한 성장’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에서 풀뿌리 대안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지난 8월 말, 대구·경북지역에서 대안공동체 운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과 함께 일본의 다양한 지역공동체 현장을 3박 4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좀 더 가깝게 일본을 배울 수 있었고 이 경험이 경산 지역의 대안공동체를 만드는데 좋은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이번 일본 방문기는 2회로 연재하려고 한다. 첫 번째 글에서는 도쿄 슈레, 마이프레트 도서관, 할렐루야 슬로우 푸드, 공정무역 가게 등을 실고 두 번째 글에서는 창업보육센터, 생활협동조합 pal 시스템에 대해 연재하도록 하겠다.

    대안 교육 공동체, 도쿄 슈레

    첫날 방문한 도쿄 슈레는 도쿄 신주쿠 와카마츠초에 위치한 프리스쿨 대학이다. 건물 안에는 학생들이 작업한 시각디자인 작품들과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악기들, 만화책 등 다양한 소품들이 있었다. 이 공간 내부가 특별하다기 보다는 동아리 공간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생활공간이었다.

    이날 도쿄슈레에 대해 안내를 해준 아사쿠라씨는 지난 92년 대학생으로 도쿄슈레 스텝 활동을 하면서 99년 슈레 대학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스탭과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들에게 도쿄 슈레의 창립 배경과 다양한 활동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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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도쿄슈레대학

    먼저 일본에서 프리스쿨이 만들어진 계기로 일본 공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1980년대 일본 공교육은 철저한 ‘관리교육’ 정책을 진행했는데 관리교육이라 함은 ‘학교교육을 규칙으로 컨트롤하는 교육’이며 학교 규칙의 자세한 부분까지 정해져 있었다.

    일례로 여학생들의 머리카락을 묶는 고무줄 색깔, 남학생들의 머리카락 길이뿐만 아니라 규칙이 심한 치바현은 아이들이 급식을 할 때 빵, 우유, 반찬 등 먹는 순서와 먹으면서 제창을 해야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유치원 아이들이 좋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몇 개의 학원을 다녔으며 초·중 ·고 학생들은 더 나은 학교를 가기 위해 치열한 학업 경쟁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4당 5락’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 일본 학생들 사이에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숨 막히는 학교 분위기로 인해 1980년대부터 학교 폭력이 일본사회에서 뿌리 깊은 사회문제가 되었다. 중·고등학생들의 간의 폭력, 선생님에 대한 폭력이 일어났다.

    일본 아이들은 일률적인 학교 점수로 평가받아야 하며 이러한 제도권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사회의 부적응자, 문제아로 찍혀서 ‘이지메’라는 극단적인 집단 따돌림을 받아야 하고 견디지 못해 결국에는 전학하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생겨났으며 이런 교육문제를 해결하고자 프리스쿨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다.

    아사쿠라씨는 ‘학교가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장소라 말 할 수 없으며 자신들의 모습대로 살고 싶어서 프리스쿨에 온다’고 한다.

    프리스쿨은 6살~21살까지 이용하고 있는데 연령의 폭은 크지만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상 3연령 그룹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활동도 같이 하고 있다고 한다.

    도쿄 슈레는 등교를 거부한 학생들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985년에 만들어졌으며 현재 도쿄슈레는 도쿄 내 신주쿠, 오지, 오타 등 3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도쿄 슈레는 ‘자기 스스로 참가하고 결정 한다’는 운영원리를 갖고 있어 학생들이 강제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아이들은 스스로 시간표를 정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다양한 활동을 한다.

    도쿄 슈레 프로그램으로는 수학, 영어, 자연과학, 철학, 역사, 경제학, 심리학은 물론 다양한 예술분야와 지리, 도시경영 등 실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자기계발 프로그램이다.

    이는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체적 문제점을 해체하고 조립하여 자신의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집단 따돌림의 경우 이 사건의 영향과 상처 등을 설명하고 자기 자신의 나쁜 체험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하는 성장 치유 프로그램이다.

    아사쿠라씨가 한 말 중 잊혀 지지 않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계속 하다가 보면 자기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다’. 대부분 사람들이 스스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생존의 현장에 묻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나타낸 말인 듯 싶다.

    ‘경쟁을 통한 성공신화’ 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그것이 사회 공동체와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생각해본다.

    또한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자식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 또한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 후회가 된다.

    마을도서관 마이 프레트 도서관

    ‘모든 거리에 도서관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NPO 단체인 정보스테이션 대표이사 오카 나오키씨의 안내로 마이프레트 도서관에 대해 안내를 받았다.

    이 도서관은 정보스테이션이 운영하는 총 17개 민간도서관 중 한 곳으로 지자체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지 않는 민간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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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프레트 도서관 입구

    주민들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도서 6000권을 기증받아 서고를 채우고 초등학생에서 노인들까지 4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 도서관이 위치한 쇼데가우라 단지는 도쿄만(灣)을 흙으로 조성하면서 만들어진 지역이라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많고 지역 주민들의 평균 나이가 70세를 넘는다. 또한 지역상권이 침체되어 있으며 노인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고독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마이 프레트 도서관을 설립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 도서관이 마을에 설립되면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도서관을 이용하게 되었고 세대간의 교류 뿐만 아니라 마을 일자리, 동네 소식 등이 이 도서관을 통해 제공되면서 낙후된 마을이 활력을 찾게 되었다

    정보스테이션을 만든 대표이사 오카 나오키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의미 있는 일을 고향에서 하고자 결심하고 이 도서관 건립운동을 7년째 해왔으며 현재 17개 민간도서관 건립을 통해 주민들과 마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29살의 젊은 활동가 오카 나오키씨의 활동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점을 느끼게 된다.

    지난 3년 동안 경산지역에서 도서관운동을 하면서 역량의 부족만을 탓하고 경산시가 운영하는 도서관 건립 운동을 해온 나로서는 이 젊은 활동가의 모습이 나에게 삶의 용기와 도서관의 비젼을 깨우쳐 준 고마운 스승이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정보스테이션이 운영하는 민간도서관은 총 17개로 자원봉사자 450명, 대출이 가능한 책은 총 6만권, 등록된 무료회원은 9000명이다.

    할레루야 슬로우 카페, 커피 공정무역 가게

    일본 방문 이틀째, 일행이 점심시간에 방문한 곳은 할렐루야 슬로우 까페다.

    까페 입구에는 소담한 꽃들이 옹기종기 피어 있었고 까페 안에서는 젊은 부부가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카페 내부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친환경 제품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안내를 맡아준 사이코씨는 이 카페에서는 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재배를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아직 일본농가에서도 유기농에 대해 믿는 사람이 많지 않으며 이런 자연재배 운동의 확산을 위해 할렐루야 슬로우 카페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기농 재배 농산물은 영양가가 높으면 다른 재배로 만든 농산물보다 썩지 않으며 썩기보다는 말라간다고 한다. 또한 발효식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효식품을 먹으면 균이 생기고 자연치유력이 높아져서 건강해지고 이런 활동을 통해 일본에서도 유기농재배 농가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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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렐루야 슬로우 까페 내부전경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먹은 스프, 현미밥 야채요리는 향긋하고 구수하며 조화로운 맛으로 인해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건강에 좋은 지역 유기농재료로 지역농가도 살리고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돌보며 지역 먹거리 운동을 하는 슬로우 카페를 만난 것은 다양한 지역공동체 활동에 대한 생각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점심식사 후 할렐루야 카페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공정무역 가게를 방문했다.

    이 가게는 페루, 멕시코, 에콰도르 산 유기농 커피를 수입하여 일본에서 가공하여 판매하고 있지만 이용계층의 폭이 한정되어 있고 일본에서 가공하여 단가가 높아 판매에 어려움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공정무역을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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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슈레 아사쿠라씨와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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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슈레 내부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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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영화제를 준비하는 도쿄슈레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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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스테이션 관계자들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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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렐루야 슬로우 까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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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렐루야 슬로우 카페 친환경 제품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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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공정무역 가게

    필자소개
    정의당 소속 경북 경산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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