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급진좌파연합의 경제정책공약
    [GLOBAL 진보] 6월17일 총선을 앞둔 '시리자' 10대 선거공약
        2012년 06월 13일 11:53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6월 17일로 예정된 그리스의 2차 총선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는 지난달 중순 이미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뤘다.

    그러나 그동안 범사회주의운동 진영과 함께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 중앙은행 및 국제통화기금)가 강요해온 긴축 조치를 수용해오던 신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고, 연이어 진행된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리스는 정부 구성을 위해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레디앙 관련 기사 “유럽 경제 위기의 출발, 그리스의 끝나지 않는 비극: [분석] 불투명한 유로존의 미래 ①” 참조)

    지난 번 선거에서 일약 제2당으로 올라선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는 트로이카가 강요해온 긴축 위주의 구제 금융 수급 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리스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벗어날 경우 유로존 전체가 붕괴할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고, 바로 이 때문에 트로이카는 불가피하게 그리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제 금융 조건을 대폭 개선해 줄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리자의 판단이었다.

    이번 주말로 예정된 2차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시리자는 최근 총 10개 항으로 구성된 경제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대외경제정책의 측면에서 시리자는 (1) 그리스 정부가 보유한 대외 채무에 대해 지급 불이행을 선언하고 (2) 독일과 프랑스 등의 채권국 은행들과 재협상을 벌이겠다고 공언한다. 그들은 또한 (3) 자산 건전성이 의문시되는 주요 민간 은행들과 금융 기업들을 국유화하고, (4) 해외에서 유출입되는 단기 자본을 통제하며, (5) 유럽 전역에서 부유세, 금융 거래세 및 이윤세를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6) 강력한 소득재분배 정책을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시리자의 경제정책이나 공약이 그렇게 급진적이거나 과격한 내용이 아니다. 서유럽의 사민당 정부와 복지국가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실업수당이나 금융거래세, 부유세, 누진과세, 최저임금 인상 등은 한국의 진보정당 정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시리자가 트로이카의 그리스에 대한 긴축정책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점, 채무불이행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은행과 금융기관에 대한 국유화 및 강한 통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들이 유럽의 금융자본과 트로이카들이 시리자에 대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유과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시리자의 주요 공약을 발췌 번역한 것이다. 공약 원문 “시리자의 10대 강령”을 보려면 여기를

     

    치프라스와 시리자의 상징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강령 및 공약 전문>

    (1) 경제 위기의 고통에서 그리스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방책을 강구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 그리스인 모두가 기본 소득과 실업 수당, 의료 보장, 사회보험, 안락한 주거 공간을 포함한 각종 공공 서비스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이다.
    * 빚더미에 허덕이는 가계를 보호하고 그들의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할 것이다.
    * 가격 통제를 실시하고 부가가치세를 낮추며 기초 생필픔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전면적으로 폐지할 것이다.

    (2) 그리스가 당면한 민간 및 정부 부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부채는 계급관계의 산물이고 본질적으로 비인간적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채무 위기가 부자들이 조세 부담을 회피하고, 공공 기금을 횡령하며, 과도하게 군수 물자를 사들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사항들을 선언한다.
    * 그리스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모든 부채에 대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다. 지금까지 누적시켜온 채무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채권국 은행들 및 트로이카)와 다시 협상한다.
    * 이 과정에서 사회보험기금을 조성하고 소액 예금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마련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지불 유예, 감사(audit)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 유럽 중앙은행의 역할을 급진적으로 변화시킨다. 유럽 민간 은행들의 각종 투기적 금융 상품을 금지시킨다. 유럽 전역에서 부유세, 금융 거래세 및 이윤세를 도입한다.

    (3) 소득재분배를 실시하고 부유세를 부과하며 낭비되는 예산을 근절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 세금 징수 절차와 방식을 통합하고 개편한다. 연평균 수입 백만 유로 이상의 높은 소득에 대해서 특별 소득세를 부과한다.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고 사치품 소비에 대해 특별 소비세를 부과한다. 선주들과 그리스 정교회에 적용되던 조세 납부 예외 조치를 없앤다.
    * 은행과 상인들의 영업 비밀주의를 없애고, 각종 조세 회피와 사회보험 납부 회피를 근절한다.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을 통한 금융 거래를 금지시킨다.
    * 유럽연합 기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그리스 점령에 대한 보상비 및 전후 패전 비용 등을 청구하며, 군사비 지출을 대폭 삭감하여 새로운 재원을 마련한다.

    (4) 사회적이고 생태친화적인 생산적 경제 구조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 은행들을 국유화/사회화하고, 그 금융기관들이 경제성장을 위한 목적에 부응하도록 노동자들의 통제하에 관리되는 공공 은행으로 통폐합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은행에 대한 자본 확충 조치들을 즉각 중지한다.
    * 지금까지 사기업화가 진행된 모든 공기업,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들을 전부 국유화한다. 이들 공기업은 투명성과 사회적 통제 그리고 민주적 계획에 따라 운영된다. 이 공기업들을 통해 공적 재화를 공급한다.
    * 사회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과 협동조합기업들을 보호하고 통합한다.
    * 경제 성장 모델을 생태적으로 전환시킨다. 에너지 생산, 제조업, 관광 및 농업 분야를 생태친화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 산업분야는 사회적 필요와 요구 등의 요건에 따라 개혁될 것이다.

    (5) 각종 사회보험과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를 창출한다. 형편없는 임금을 받으며 저급한 노동을 하도록 내몰리고 있는 한 신규 민간 투자가 늘어날 수 없고 경제 성장이나 고용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 안정된 임금 소득과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고용 기회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는 최저임금 법안을 즉각 바꾸고 3년 안에 실질 임금을 인상시킬 것이다.
    *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권과 교섭권을 대폭 개선할 것이다.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마련하고 시행할 것이다. 정리해고를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도입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탈규제 조치들을 바꿀 것이다.

    (6)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민주적 정치사회적 권리를 부여한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가 부족해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스는 점점 더 전체주의-경찰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맞서서 우리는
    * 인민주권의 기초를 다시 확립하고 의회 시스템을 한단계 향상시킬 것이다.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이고, 권력 분립을 실질적으로 실현할 것이다. 내각책임제를 폐지하고 총리의 경제적 특권을 근절시킬 것이다.
    * 지방 정부가 건전한 재정을 가지고 운영되고, 독립적인 사법 제도를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권한을 분산시킬 것이다.
    *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하고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자치권을 도입할 것이다. 정치경제적 특권과 부패를 막기 위한 방안들을 도입할 것이다. 민주적 권리, 정치 결사의 자유를 다시 확립할 것이다. 또한 여성과 청소년의 권리를 가족관계, 직장 그리고 공공 행정 영역 등의 영역에서 향상시킬 것이다.
    * 공공 행정에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행정을 민주적으로 개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찰과 해양 경찰대들의 무기 소지를 없애고 이 조직들을 민주화할 것이다. 특수 경찰대를 해체할 것이다.

    (7) 강력한 복지국가를 건설한다. 각종 사회보장법안을 없애고, 공공 서비스를 없애며 사회 지출을 줄여온 지금까지의 조치들 때문에 그리스에는 부정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 노사정 3자로 구성되는 연금 제도를 회복하고, 연금 기금의 자산 구성을 공적 사회보험이 통합해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점진적으로 바꿀 것이다.
    * 실업 수당 혜택이 고용 당시 임금의 80%에 준할 수 있도록 실업 수당을 높일 것이다. 모든 그리스 노동자들이 이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최저 기본소득 제도(guaranteed minimum income)를 도입할 것이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포괄적인 사회 보호 장치를 구축할 것이다.

    (8) 국민의 건강은 공공재이고 사회적 권리이다. 그리스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공적 건강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 병원과 의료시설들을 현대화하고 재정을 지원할 것이다. 사회보장기구(Social Insurance Institute)의 건강 관련 인프라를 지원하고 서비스를 향상시킬 것이다. 통합된 1차 의료 진료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다.
    * 병원과 의료시설에서 대량 해고를 중단시키고, 의료 인력과 장비들을 정비하는 데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다.
    * 그리스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특히 낮은 연금 수급자, 실업자, 학생, 그리고 장기 환자들을 위해 무상으로 진료를 하고 무료로 의약품을 처방할 것이다.

    (9) 트로이카가 강요해온 긴축 조치들에 맞서 공교육을 보호하고, 연구 지원 시스템을 보장하며 문화와 스포츠를 진흥시킨다. 이를 위해 우리는
    * 보편적인 무상 공교육을 정착시킨다. 각 교육 수준별로 긴급하게 요구되는 교육 관련 인력과 장비 및 인프라스트럭처를 지원한다. 14년으로 통합된 전 국민 무상 의무 교육을 실시한다.
    * 대학의 자치를 강화한다. 대학의 연구 및 공적 성격을 강화한다.

    (10)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독립적인 대외 외교 정책을 수립한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연합 강대국들이 지시하는 대로 대외 정책을 수립했고, 그 때문에 대외정책상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평화와 안보를 잃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 다자외교와 평화지향적인 대외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탈퇴하고 그리스 내에 있는 외국 군대 기지를 없앨 것이다. 이스라엘과의 군사 협력을 중단할 것이다. 사이프러스인들이 지중해 열도를 통일시키려는 노력을 지원할 것이다.
    * 더 나아가 국제법과 평화적인 갈등 해결의 원칙에 입각해서 그리스와 터키간의의 군사적 갈등 – 예컨대 그리스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정하는 문제 등 – 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옮긴이 신희영은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뉴욕 소재 재정정책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