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연합정당,
    필요한가? 그리고 가능한가?
    [노동정치연석회의 토론회-2] 민주주의와 소통 그리고 연합
        2013년 10월 01일 03:04 오후

    Print Friendly

    노동정치연석회의 주최로 제2차 공개토론회가 30일 오후 6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진보정당의 민주주의와 소통, 연합’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이병렬 노동정치연석회 집행총괄의 사회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전 위원장과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이근원 민주노총 정치위원장과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이 나섰다.

    이날 토론은 1차 토론회에서 주제를 진전시켜 ‘진보연합정당’이라는 모델을 전제로 함께 해야 할 세력에 대한 범위, 함께 할 수 있는 공통의 가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진보적 자유주의와의 세력 연대에는 비판적인 조희연 교수의 의견에 대해 정의당은 연합정당이라는 넓고 개방적인 지향에 비해 너무 많은 세력과 ‘선 긋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폭 넓은 연대를 주장했다.

    당 내 정파 갈등 문제는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한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는 이념 노선과 정치적 진로가 일치하는 세력이라면 연합정당이 가능하다고 밝히는 등 1차 토론회보다 더 솔직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나순자 “진보연합정당 건설해야, 민주주의와 소통의 문제가 핵심”

    노동정치연석회의 기획위원이기도 한 나순자 전 위원장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상에 대해서 “민주주의, 소통의 문제가 핵심”이이라며 과거 민주노동당이 “노동조합운동의 강력한 대중적 토대을 기반으로 소위 NL-PD를 망라한 전체 운동권이 연합적 질서 속에 공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합정당의 질서가 패권과 갈등으로 급변하게 된 이유를 “2004년 이후 당의 급격한 성장과 그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격화, 민주노총 내의 급격한 정파 갈등과 대립 구도에서부터 시작되었고, ‘공동의 집’으로써 당의 강령과 조직적, 정치적, 통일성이 유지되고 정파를 규율할 수 있다는 전제가 정파패권주의에 의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실패의 역사를 지적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공동의 집’으로써 당의 강령과 공동의 합의점부터 정리한 바탕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서로 충돌하고 있는 정파들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분명히 밝히고 소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제도 확립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치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를 벗어나 최고위원 연합지도체제로의 전환, 지지도에 맞는 당직, 공직 배분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종 선거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전 위원장은 “2008년 이후 진보정치의 역사는 분화의 역사였다”며 “분화의 과정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지만 분화 과정에서 노동운동이나 대중운동의 응집력은 약화됐고, 실천적 파워와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노동 탄압에 대한 저항, 민주당과 안철수 등 중도세력과의 차별화, 노동운동 복원의 절박성 등을 들며 “지금은 자신의 조직적, 정치적, 독자성을 존중하면서 도 (진보정당의) 재편과 재정립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할 때”라며 “그래서 단순한 통합이나 단일정당으로의 재편이 아닌 차이들이 공존하는 진보연합정당 담론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모습(사진=장여진)

    토론회 모습(사진=장여진)

    그는 세계 진보정당 역사에서도 좌파연합정당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특징으로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수용하는 기류에 대한 반발과 저항의 흐름”, “다양한 좌파정치세력들의 참여”, “정당’연합’당 성격에서 ‘통합’정당으로 전환한 경우와 ‘정당’연합’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나 전 위원장은 대표적 진보연합정당 모델로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사례를 꼽으며 “시리자는 좌파정당들과 급진좌파세력들의 연합조직으로 등장해, 1990년대 그리스에 제기된 코소보 전쟁, 민영화 문제에 공동의 정치행동을 공유하면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2년에는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이 이뤄졌고, 2004년 총선에서는 참여한 단체들이 선거연합을 위한 공동 공약을 개발해 그 결과 급진좌파연합이 결성됐으며, 2012년에는 그리스 의회의 제2당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합정당의 성격을 해소하고 단일정당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나 전 위원장은 연합정당의 이러한 사례를 설명하며 “원래의 의미에서 연합당은 기존의 정당이 그대로 존재한 채, 선거에서 선거연합이 가능하거나 2중 당적이 가능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정당을 말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선거법은 이중당적을 금지하고, 선거연합의 정당 명칭 사용이 안 되기 때문에 기존 정당을 그대로 둔 채로는 연합당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따라서 우리에게 가능한 연합당은 기존 정당을 통합하되, 그 정당 내부에 통합 이전의 기존 정당 질서(또는 새롭게 재편되는 정파)가 그대로 내부에 존재하고 운영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시했다.

    이를 위한 핵심 원리로 그는 “공동의 집으로써의 공동강령과 당면한 시기의 통일된 정책”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다양한 정당(정파)가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도록 정파(정당)을 공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정파명부 투표제나 정파등록제도를 통해 정책 경쟁과 대중의 검증 과정을 거쳐 정파의 순기능을 살리자는 것이다.

    나 위원장은 연합정당을 전제로 한 정파등록제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각 정당이 연합정당 내의 정파로 등록해 공개적인 정파 활동을 펼쳐야 하며, 자기 그룹의 공직-당직자들의 활동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진다는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희연 “중단기적으로 PD연합정당, 장기적으로 NL-PD 필요

    조희연 교수는 해외 출장 때문에 토론회 자리에 직접 참석하지 못하고 노중기 한신대 교수가 조 교수의 발제문을 대신해 발표했다.

    조희연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진보연합정당과 통합진보당과의 관계에 대해 “이미 적대성 내지는 화해불가능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중단기적으는 대통합은 불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중장기적 전망에서는 “NL-PD 연합정당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연합정당에 함께하는 범위에 대해서 그는 “진보연합정당을 ‘진보적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진보정치세력간의 연대로까지 확장해서 생각하는 것에는 비판적”이라는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연합정당의 구체적인 위상에 대해서 그는 “연합성은 ‘운동성’의 포기를 의미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필자는 진보정당이야말로 ‘운동성’을 공통성으로 하는 연합정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동의 ‘제도화’가 의회 진출의 성과를 얻은 것은 일정한 성과이지만 그 성과는 다른 측면에서는 의회정당으로서의 행위 규범과 윤리를 요구받도록 한다며 “사회운동정당은 이러한 이중성을 인정하면서도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의 경계를 부단히 허물면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연합정당의 모습에 대해서는 “여러 차이를 갖는 정파 및 정치적 소집단들이 ‘정치적 분립’을 명확하게 하고, 그 바탕 위에서 ‘선거연합적 단일정당’으로서의 연합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원 “현 상태의 극복 없이는 노동정치 어려워”

    토론에 나선 이근원 정치위원장은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절차적 민주주의가 너무 급속하게 진전된 특색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군사정권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투쟁한 경험이 공개적이고 합리적인 토론 문화의 안착을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풍토 때문에 “대립해야 할 주된 대상과의 투쟁보다 내부 논쟁이 더 과격하게 전개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정파를 양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은 노동정치의 재편에서 중요한 문제”라고 제기했다.

    이어 그는 “진보정당이 다시 하나가 된다 하더라도 이후 분당 국면이 다시 왔을 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형성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결국 조직된 노동세력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분열을 막는) 역할을 하고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 민주노총 방침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이대로 가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 판단되지만 민주노총이 특정한 정치방침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진보정당들의 통일적 대응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연합 정치와 그 범위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진보 분화와 분립 상태가 지속된다면 민주노총이 조합원 속에서 진보정치를 호소하고 참여를 조직하는 것이 난망하다는 진단인 것이다.

    토론회2

    김종철 “이념 질서와 당의 정치적 진로가 핵심”

    김종철 노동당 전 부대표는 “정당은 민주주의가 중요한 가치인데, 또한 정당이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정하면 강고하게 집행해야 할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한 번 결정된 당론이나 선출 절차에 따라 뽑힌 지도부에 대해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강한 조직적 제재나 출당 조치 등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민주주의적 공존과 소통에 대해) 제도적으로 잘 설계해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합정당 모델에 대해서도 그는 “민주노동당의 경우도 정파연합당이었고, 노동당과 정의당도 자체적으로 연합정당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그러면 모든 정당은 단일정당이면서도 세력연합정당인데 그것과 구분되는 진보연합정당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선거 시기에 만들어지거나 과도기적인 것, 즉 지역당협 위원장을 공동으로 두거나 대의원을 선출하지 않고 세력 비율에 맞춰 배분하는 등 통합진보당의 초기 모습과 유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파등록제 등 연합정당 내에서 각 정파(정당)간의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그는 “정당 내 정파는 당직-공직 선출에서 아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며 “당론 문제도 있지만 당의 진로나 당이 나아가야 할 노선적 방향에 대해서도 (대립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상적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정파의 욕구가 작동하게 되고 말처럼 자비롭고 너그롭게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합정당이 또 다른 분열, 분당으로 가지 않기 위한 결정적인 요소는 2가지인데, 그것은 이념 질서와 당의 정치적 진로에 대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당은 민주, 생태, 협동 등의 가치를 가지는 사회주의 정당”이라며 함께 할 수 있는 세력에 대해 “소련식 국가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세력은 못 할 것 같다. 사민주의는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추구하는 자기 내용-대학평준화, 의료공공성, 보편복지, 노동자 자주관리 등-이 명확해야 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선적으로 상당 부분 일치해야만 다른 일과 사건으로 싸우더라도 조직의 분열이나 분당까지 가는 것을 막고 타협할 수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정치적 진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야권)선거연대와 공동정부(연립정부)라는 게 자칫 잘못하면 정부의 실패나 한계를 공동으로 책임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같은 정치세력으로 인식되거나 투쟁해야 할 때 투쟁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정당과 구별되는 장기적이고 독자적인 진보정치세력으로 활동해나가겠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 두 가지가 공통으로 확인된다면 어떤 세력이든 연합성격의 단일정당으로 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태홍 “연합정당 제안 적극 공감, 더 솔직한 토론 이어져야”

    권태홍 정의당 사무총장은 “발제문에 나와 있는 연합정당의 성격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정의당이다. 정의당에는 NL, PD, 자유주의 모두 모여 있고 정당 활동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20%나 있다”고 말했다.

    김종철 노동당 부대표가 이념노선과 정치진로의 일치한다면 연합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그는 “통합진보당 사태 때 서로 그것이 달라 분당된 게 아니다”라며 “핵심은 정당민주주의”라고 지적했다.

    권 사무총장은 “세계사적 흐름에 걸맞는 시야를 확보해야 하고, 다양한 계급계층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정파가 공존하는 당의 운영 원리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정파들이 민주적으로 공존하지 못한 것은 낡은 생각과 패권성이 그 근원”이라며 패권적 정파 문화가 대중정당으로 나아가는 데 저해요소라고 지적했다.

    발제자들이 제기한 ‘노동중심 대중적 진보정당’에 대해 그는 “관성적이고 협소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며 “자본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동 가치의 지향은 분명히 하되 넓고 다양한 노동을 포괄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노동 중심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제한성과 비대중성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정당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계급정치라는 개념, 소위 ‘진보적 자유주의’에 대한 소극적 입장 등에 대해서는 연합정당이라는 전체적 문제의식과 비교해볼 때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급정치라는 개념보다도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폭은 사회적 연대를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 적절하고 적극적”이라며 “진보정당에서 자유주의에 대해 경원시하고 선을 긋는 모습은 스스로 큰 제한을 전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정치연석회의의 (정파)연합정당 제안에 대해 그는 “그 절박한 고민을 진심으로 공감한다”면서 “그런데 이번에 통합하면 길게 갈 수 있나. 싸우지 않을 수 있나 라는 평범하지만 광범위한 질문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사전 토론과 내부 신뢰가 축적되지 않는다면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원론적으로 동의하고 모두 열어놓고 더 솔직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에서 토론까지 모두 끝난 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 연합정당에는 공감하지만 지방선거라는 시간표를 두고 호흡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과, 조희연 교수의 ‘PD연합정당’이라는 표현이 정의당 내부의 NL세력과 통합진보당 내부의 일부 PD세력 들을 배제하는 표현 방식이라는 지적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노중기 교수는 북한에 대한 태도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정립하는 것이 이후 연합정당의 중장기적 진로에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한편 노동정치연석회의의 3차 마지막 종합토론회가 10월 7일 월요일 오후 6시 30분 금속노조 4층 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날 토론회는 양경규 노동정치연석회의 소집권자의 발제로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정의당 천호선 대표, 노동당 이용길 대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한다. 사회는 임성규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맡는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