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댐 반대운동,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
    [에정칼럼] 호랑이 탈을 쓴 태국인들의 매웡 댐 건설 반대운동
        2013년 10월 01일 11:1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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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2일 태국 방콕의 도심은 한 무리의 시위대와 이들의 방콕 입성을 환영하는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호랑이 탈을 쓰고 있는 사람들과 “No Dam (댐 반대)”이라는 피켓을 든 사람들로 길이 가득 찼다.

    이들은 바로 나콘사완의 매웡 국립공원 안에 건설될 예정인 매웡댐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방콕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특히 방콕에서 북쪽으로 388킬로미터 떨어져있는 댐 건설 예정지인 매웡 국립공원에서부터 시작된 13일간의 도보행진을 마무리하는 자리였기에 언론은 물론, 방콕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9월 22일 방콕 도심에서 개최된 매웡댐 반대집회 © 2013년 9월 22일자 방콕포스트

    9월 22일 방콕 도심에서 개최된 매웡댐 반대집회 © 2013년 9월 22일자 방콕포스트

    사실, 태국의 댐 건설과 관련된 태국내 사회운동 소식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태국에서는 1960년대 이래로 수력발전을 위한 대규모 댐이 40여개 정도 건설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파괴와 주민피해 문제 등이 발생하자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이르는 10여년의 기간동안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운동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태국정부는 더이상 태국 내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태국정부의 수력발전소 건설은 주변국가인 라오스와 캄보디아로 향하게 되었다. 그러나 2011년 방콕 대홍수 이후, 태국 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전력 생산이 아닌 홍수 예방이 댐 건설의 이유로 등장했다. 태국 정부는 홍수를 예방하고자 3천 5백억 바트 규모의 물관리 사업을 계획하게 되었고, 매웡댐은 이 사업으로 건설될 21개의 댐(1)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매웡 댐은 1982년 태국 왕립관개청(RID, Royal Irrigation Department)에 의해 처음으로 제안되었던 사업이었다. 1990년 인근 깐차나부리에 건설예정이던 남촌댐(Nam Chon Dam) 반대운동을 진행해오던 환경운동가의 자살로 환경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어 매웡댐 건설 계획도 중단되었다.

    그 후 4년 후인 1994년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EIA, Environmental Impact Assessment)가 실시되었지만, 1998년과 2002년 두 차례, 환경국(National environmental Board)로부터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승인받지 못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이 사업이 2012년 4월 10일, 다시 시작되었다. 건설 예상 기간은 8년이며 132억 바트가 투입될 예정이다. 태국 정부와 물관리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물/홍수관리위원회(WFMC, Water and Flood Management Committee)는 이 댐이 태국 중부지방의 홍수 예방은 물론, 주변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줄 것이며 국립공원 안에 건설이 되지만, 국립공원의 일부인 2.21%만이 수몰될 것이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2%밖에 안 되는 그 지역은 매웡 국립공원의 핵심이기 때문에 댐이 건설되면 호랑이를 포함한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수몰되고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댐 건설을 승인 받기 위해 왕립관개청이 제출한 환경건강영향평가(EHIA, Environmental Health Impact Assessment)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는데, 댐 건설로 인해 예상되는 생태계 파괴, 지역 주민들이 받게 될 영향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누락되어 있고 이 문제들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물론, 댐 건설로 인한 사회경제적 이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홍수 방지와 농업용수 공급 등의 이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이점이 국립공원의 생태계 파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그 이점도 불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운동가들은 단지 국립공원을, 야생동물을, 생태계를 지켜야한다는 주장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이 댐 건설의 목적, 홍수 방지라는 사회경제적 이익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매웡댐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이 댐이 저장할 수 있는 수량은 2011년 방콕 홍수를 일으킨 수량의 1%에 불과하다. 댐 건설 주변지역의 홍수 방지에 있어서도, 왕립관개청이 수행한 환경건강영향평가에서조차 최대 30% 정도의 효과만이 예상된다고 발표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행된 환경운동가들의 13일간의 도보행진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로도 “No Dam” 캠페인이 빠르게 확산되었다.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와 이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태국정부는 일단 한 발짝 물러섰다. 댐 건설 사업은 계속 진행하되, 반대 입장도 수렴하기 위해 왕립관개청이 제출했던 환경건강영향평가 보고서를 승인하지 않고 새로운 영향평가를 진행할 것이라 발표했다.

    태국 정부는 ‘국익’, ’개발’등의 허울 좋은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국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 사업의 효과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까지 국민들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고, 국민들은 그것을 듣고 판단할 권리가 있다.

    태국의 댐 건설을 둘러싼 문제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국책사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에 반애국적 행위라는 낙인을 찍고 정작 그들이 제기하는 의문에는 답하지 않는 정부와 언론, 국민들의 우려는 괴담 취급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안전하다고, 안심해도 된다는 일종의 쇼만 보여주는 정치인들이 우리 주변에도 있어서이지 않을까?

    (1) 태국 물/홍수관리 위원회는 물관리 사업으로 건설될 댐이 21개인지, 28개인지에 관해서도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9개의 물관리 사업을 진행하게 될 최종협상대상자들의 발표가 마무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관리 사업에 관련된 정보들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태국 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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