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시간제는 영원한 시간제?
시간제 공무원 20년차 임금, 전일제와 3배 차이나
    2013년 09월 30일 03: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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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이 사실상 공공부문 시간제 신규채용 강제할당 방식으로 실적 채우기에만 급급해, 오히려 ‘저임금 알바’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는 30일 ‘고용의 질 제고 없는 시간제 확대 중단 촉구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문제점’이라는 정책 자료를 통해 이같이 제기하며 고용의 ‘질’ 제고 없는 시간제 일자 확대 방안을 반대한다고 나섰다.

고용률 70% 채우려고 기존 일자리 저임금 시간제로 전환

이 자료에 따르면 안전행정부가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기획재정부가 신규채용의 일정 인원을 시간제로 채용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정부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고용률 70%를 채우기 위한 시간제 일자리를 인위적으로 만들고 있다.

즉,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가 아닌, 고용률 달성을 위해 기존 일자리를 저임금 아르바이트 일자리로 양산해내고 있다는 것.

구체적으로는 9월 초 기재부가 각 기관에게 정규직 전일제, 정규직 시간선택제, 비정규직 전일제, 비정규직 시간선택제로 나누고 정규직 시간선택제 채용 규모를 정규직 전일제 채용규모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정하도록 강제했다. 2014년에는 5%에서 단계적으로 이 비율을 상승시켜 2017년에는 정규직 시간제를 13%로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기재부의 이 같은 지침에 따라 각 기관에서 정규직 시간선택제로 채용할 직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모 기관의 경우 비서, 차량기사, 전산보수업무, 청원경찰 등을 시간제 일자리 대상 직무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내용의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에 대해 “공무원과 공공부문에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 확대로 고용의 질이 심각하게 하락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현재 비정규직의 차별을 그대로 승계하여 ‘차별직군’으로서 문제가 되고 있는 무기계약직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의 노동유연화를 가속화시키는 ‘저임금단시간 노동 직군’이 창설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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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열린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 증언대회’ (출처는 미디어오늘)

승진, 임금, 수당의 시간비례로 차별과 격차 확대될 우려
전일제와 2배 차이 나는 시간제 임금, 20년 뒤에는 3배로 껑충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시간제 일자리의 문제점을 저임금 일자리, 단시간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될 우려가 높고, 특히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강제로 할당시킨다는 의미에서 고용불평등만 심화될 것이라고 제기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시간제 공무원의 임금은 전일제 공무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월 70~90만 원여 정도이며 이는 생활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9급 1호봉일 경우 전일제 임금이 120여만 원이기 때문에 시간제 임금 60만원에 불과한데, 정부 발표에 따라 시간제 공무원의 승진기간이 전일제보다 2배 걸린다고 가정한다면 20년차 시간제노동자의 임금은 월 110여만 원에 불과하다. 같은 시기 다른 조건 없이 20년차 전일제 공무원의 임금은 월 310만원으로 도입 시기 2배 차이가 나던 임금은 3배 차이로 껑충 뛰는 것이다.

결국 시간제 공무원의 경우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투잡이 필요하게 되고, 이는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지적이다. 특히 개정안에 의하면 현재 36시간 미만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도 시간선택제 공무원(120만원~150만원)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존 임금보다 하락하는 임금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책이 전혀 없다.

시간선택제

전일제와 시간제 공무원의 연차별 임금 비교(도표는 민주노총)

한 번 시간제는 영원한 시간제…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개정안대로라면 시간제 노동자는 자신이 원할 때 전일제를 전환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시간제 노동자가 전일제로 전환하려면 공무원 시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우선권도 없는 실정이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때의 유연근무제는 기존 전일제가 시간단축을 청구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전일제 전환을 요구할 경우 전환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전일제 노동자라는 신분 하에 노동자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시간제를 선택했다가 다시 전일제로 복귀도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은 한 번 시간제 노동자가 되면 영원히 시간제 노동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처럼 말이다.

이는 지난 6월 28일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목표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 브리핑에서 강조한 것과 크게 배치된다.

당시 국회입법조사처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어떠한 입법 형식을 취하더라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성의 담보, 자발적인 선택 및 전환 가능성, 차별금지 등 근로조건의 동일대우 원칙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시간제 노동자 전환을 요구할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며, 마찬가지로 다시 정규직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역전환권’ 보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역시 고용안정이라는 전제하에 노동자 스스로의 전일제와 시간제에 대한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만약 정부안대로 도입될 경우 ‘시간선택제 공무원’이라는 별도직군이 형성되어 이후 공공부문의 고용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의 질은 높이고 좋은 일자리 새롭게 창출해야

민주노총은 고용의 질 제고 없는 시간제 일자리 확대는 반대한다며 고용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약’을 즉각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현재도 문제가 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의 고용불안정 문제와 저임금,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한편 상시, 지속적은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금지와 정규직 전환, 외주화 금지, 최저임금 수준 개선 및 현실화 등을 제시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으로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질적 수준 향상, 중소영세사업장의 고용개선을 위한 실질적 지원 사업 마련, 대기업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책임 부과 등을 제시했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는 시간제 일자리가 비교적 제대로 정착되어 있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사례를 들며,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정착하기 위해 “시간제 근로자가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에서 비례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의 경우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근로자 비중이 높은데, 보조업무나 정형화 업무에 그치지 않고 관리, 지도업무, 판단 업무 등의 일의 난이도가 높은 비정형화된 업무로 활용하기도 하며, 2002년에는 <시간제 근로자(불이익 취급방지) 규칙>을 제정해 전일제 근로자와 비교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장여진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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