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멜트다운된 것은
    '원전'만이 아니었다
    [책소개] 『멜트다운』(오시카 야스아키/ 양철북)
        2013년 09월 28일 02: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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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히 신문》 경제부 기자 오시카 야스아키가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 발생 직후부터 1년간 125명의 관련자들을 탐사 취재한 기록이다.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은 2012년, 제34회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진 피해와 원전 사고를 다룬 책들이 쏟아졌다. 환경적인 관점에서 원전을 반대하거나 인문사회적 관점에서 지진 피해로 인해 바뀐 사상적 변화 등을 다룬 책들이 많았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왜 일어났고, 사고 대응 과정과 사후 처리 과정이 어땠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 사고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주는 책은 드물다.《멜트다운》은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책들과는 다소 다른, 깊이 있고 본질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일본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도쿄전력, 정치권과 경제관료, 금융권을 둘러싸고 어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는지 또 해결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를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던 도쿄전력, 사기업에 수습을 맡기고 속수무책이었던 정부 관료들, 국가 최악의 위기에 정쟁만 일삼은 정치가들, 허둥대기만 했던 무능력한 원자력 전문가들, 자기들의 돈을 지키는 데 필사적이었던 은행가들의 무능력과 이전투구. 그 내막을 밝힌다.

     멜트다운

    경영 파산을 피하고 싶은 도쿄전력, 채권 포기나 감자를 거부하는 은행과 생명손해보험업체와 증권회사,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무한정 국비 부담을 늘려가는 걸 피하고 싶은 재무성, 그리고 오랜 세월 동안 비호해 온 도쿄전력과 원전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경제산업성. 도쿄전력 이해관계자들이 미묘한 균형을 이룬 ‘도쿄전력 구제 계획’이 완성되고 있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해관계자로 초청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돈줄은 ‘국채’라는 국민의 지갑이었다. 그 계산서를 받은 사람들은 원전의 방사능 오염에 노출된 사람들이었다. 특히 차세대를 담당할 젊은이와 어린이들이었다.(p.207-208)

    체르노빌과 함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가져다 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책임을 진 사람은 관할관청인 경제산업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을 분리해 환경성으로 이관한다는 방침이 정해졌을 뿐, 그 다음에는 단 한 사람도 책임을 추궁당한 사람이 없었다. 모두 순탄하게 출세하고, 세간의 잣대로 봐도 상당히 높은 퇴직금을 손에 쥐었으며 순조롭게 낙하산 인사의 주인공들이 되었다. 그런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가스미가세키의 A급 성청인 경제산업성은 까딱도 하지 않았다. 간 정권은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식도암에 걸린 요시다 마사오 소장의 진두 지휘 아래 바닥 없는 늪과 같은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되었으나, 도쿄전력 본사에서는 배상을 국비로 지원받는 원배법이 제정되어 안도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적어도 당장의 ‘도산’은 면한 것이다.
    단호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그 누구도 개혁을 할 수 없었다. 경제산업성과 전력업계가 만들어 놓은 질서는 완강했다. (p.365-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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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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