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의 미래인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책소개] 『텅 빈 바다』(찰스 클로버/ 펜타그램)
        2013년 09월 28일 0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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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영국에서 환경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전(前)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 찰스 클로버(Charles Clover)가 전 세계 바다에서 벌어지는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남획이 불러온 해양생태계 파괴의 실상을 치밀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정면으로 드러낸 심층르포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지은이는 10여 년 동안 미국, 캐나다, 영국, 에스파냐, 아이슬란드, 덴마크, 일본 등 수많은 지역과 바다를 샅샅이 취재하고, 수많은 연구자들의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전문 해양지식과 생생한 체험이 농축된 귀중한 결실이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바다의 황폐화를 정면으로 다룬 걸작 논픽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에게도 해양생태계와 바다식량은 아주 중요한 존재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는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다. 무엇보다 바다와 어업에 대한 정보를 소수 전문가만이 알고 있거나 그들이 쓰는 용어를 알아듣기 어려웠기에, 그저 별 생각 없이 마트에서 냉동생선 봉지와 참치캔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을 다루면서도 바다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 그런 일들을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안들을 쉽고도 박진감 넘치는 문체로 써 내려간 이 책은 해양논픽션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힐 만하다.

    수산물 남획의 실태를 이렇게 자세히, 폭넓게 다룬 책은 없었다

    그동안 지구 온난화 같은 다른 환경의제에 비하면 해양생태계 문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설사 다뤄졌다 해도 산업시설의 독성물질과 핵폐기물 무단방출에 따른 해양오염 문제는 어느 정도 부각된 반면, 남획과 해양생태계 문제가 함께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

    지은이는 전자보다는 후자, 즉 현대의 첨단기술로 무장한 기업형(공장형) 어업이야말로 해양생태계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인류 최후의 자연식량으로 여겨지는 생선의 종말로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라고 강력히 경고한다.

    고발에 그치지 않고 다각적인 대안을 제시하다

    이 책이 수산물 남획의 실태를 고발하는 데에서만 그쳤다면 그 가치가 반감되었을 것이다. 지은이는 세계 곳곳에서 마주한 다양한 대안적 실험을 소개하며 그 성과와 한계까지 짚어낸다.

    예를 들면, 공유지 관리의 혁명적 발상으로 평가되는 아이슬란드의 개인 소유권 제도(양도성개별할당제), 뉴질랜드의 해양보호구역 사례, 국제비영리기관인 해양관리협의회(MSC)의 친환경 수산물 인증제도 등이 있다.

    지은이는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곧 바다의 주인은 어부가 아닌 우리, 일반 시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 역시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제대로 알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앞으로 변화를 일구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는 “멸종위기종을 먹다가 들키는 것이 진짜 모피 의류를 걸친 모습을 ‘캡처’당하는 일보다 더 부끄러운 순간이 될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라고 말한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실천을 위해 지은이가 직접 작성한 <생선 가이드>를 부록으로 실었다.

    주요 내용 소개

     –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양의 40배에 달하는 어류를 포획하고 있고, 이런 추세라면 2048년경에는 어류 자원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 1년에 바다에 던져지는 그물의 길이는 1.4억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 길이는 지구를 550번 감을 수 있는 길이다.

    – 인간이 수산업에서 사용하는 가장 큰 그물은 보잉747기 13대를 가둘 수 있는 크기다.

    – 포유류, 조류와 달리 어류의 단 1%만이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상은 이 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The End of the Line>(2009)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 전 세계 바다에서 자행되는 수산물 남획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심각하며 광범위하다.

    텅 빈 바다

    전 세계에 횡행하는 수산물 남획 천태만상

    지은이 찰스 클로버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현장을 밀착 취재했다. 그가 마주한 현장의 상황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증거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어장은 산업화 이후 폭삭 몰락했고, 세계에서 어종이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서아프리카 대륙붕의 어장은 선진국의 신제국주의적 약탈로 고갈되고 있으며, 캐나다 뉴펀들랜드에서는 과학자들과 정부의 오만한 대응으로 그 많던 대구가 자취를 감추었다.

    미지의 보고인 심해에서마저 사람들이 환장하는 ‘오메가-3 지방산’을 얻고자 번식률이 매우 낮아 멸종 위험이 높은 물고기까지 잡아들여 푹 고아서 어유로 만들거나 심지어 발전소 연료로 태워버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어시장인 도쿄 쓰키지 어시장에선 참다랑어(참치)가 넘쳐나 가격이 폭락하는데, 지중해에서는 일본에 조달하기 위해 다랑어를 양식하는데도 그 씨가 말라가고 있다.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제대로 규제하기 어려운 남극해에서는 아무나 와서 이빨고기처럼 희귀한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서 ‘메로’나 ‘칠레농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한다.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출항에 나설 때마다 바다 밑바닥을 깡그리 훑어 모든 것을 박살내는 거대한 그물을 갖춘 트롤어선과 선주들, 무능력하면서 보신에만 급급한 과학자들, 정보를 사실대로 공개하지 않고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기관, 선거 때마다 어민들의 표를 얻고자 가난한 나라에서 자국 어선이 해적질과 다름없는 불법어업을 저질러도 눈감아주는 에스파냐 같은 원양강국들, 판다나 오랑우탄 급에 해당하는 멸종위기 생선인 철갑상어나 참치 요리를 버젓이 자랑하는 유명 요리사들, 그리고 자신들이 얻고 있는 물고기가 어떤 경로로 식탁에 오르는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일반 대중까지, 지은이가 비난 목록에 올린 주인공들은 다양하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한국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지은이가 소개하는 한 연구에 따르면, 단적으로 1950년대에 해양에서 살았던 대어의 90%가 사라졌고, 세계의 어획량은 1988년부터 매년 77만 톤씩 감소해왔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가 지금 즐기는 생선을 우리 다음 세대가 맛볼 기회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바다를 지킬 대안은 무엇인가?

    이렇게 넓고 깊게 뿌리내린 남획을 저지하고 바다를 되살릴 방법이 과연 있을까? 지은이는 세계 여러 어장을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찾아낸 다양한 대안을 자세히 소개하는데,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보다 어획량을 지금보다 현격하게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 어업강국들이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는 기업형 어획 방식을 규제해야 한다.

    대표적인 어업 방식인 트롤 어업은 무차별적으로 어획하는 방식이라 낭비가 매우 심하다. 상품가치가 있는 물고기 450g을 잡으려고 7kg에 이르는 다른 해양생물을 죽이고, 새우를 얻기 위해 던진 그물에서 85%는 다른 생선이 잡히는데 그것들은 뱃전에서 바다로 던져진다.

    이런 최첨단 어선에는 수중음파탐지기, GPS 위성 시스템을 이용한 위성항법 장비, 입체 해저지형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등 첨단 장비가 즐비하게 탑재되어 있는데, 역으로 이런 장비를 통해 어업활동을 공개적으로 감시하자고 지은이는 제안한다. 또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보다 잡을 능력이 한창 앞서 있는 어업 부문에 더 이상 국가보조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둘째, 법적 제재가 관철되기 어려운 남극해처럼 머나먼 공해(公海)에서는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CCAMLR)’과 같은 국제단체의 규제와 감시활동으로는 역부족이므로, 오스트레일리아·아이슬란드에서처럼 민간(개인)에 어장 소유권을 할당해서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공유지 관리에서 발상의 전환을 하자고 주장한다.

    셋째 대안은 해양보호구역이나 해양보존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지정된 해양보호구역(해양보존지)는 바다 전체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뉴질랜드 사례만 보더라도 해양보호구역은 황무지 같던 생태계를 차츰 되살리고 물고기 개체수도 상당히 회복시키는 효과를 냈을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물고기를 배를 채울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게 하는 효과까지 낳았다.

    넷째, 사람들이 흔히 대안으로 생각하는 양식어업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양식어업에서는 이미 수은과 다이옥신 같은 중금속 축적 문제와 질병 문제가 그동안 지적되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생선을 더 많이 값싸게 얻고자 유전자조작 실험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그것이 향후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또한 양식어업은 자연산 생선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대안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를 불러들인다. 따라서 바다에 사는 자연 어종을 지키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고 양식업은 유기 양식법 등 신중한 모색이 필요하다.

    우리, 소비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은이는 해양생태계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된 데에는 해산물을 즐기기만 하고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무심했던 일반 시민들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농업과 축산업에서 이어진 소비자들의 활발한 운동이 유기농·친환경이라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정착시켰듯이, 이제는 해산물 소비에서도 생태윤리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촉구한다. 특히 소비자들의 유행을 이끄는 이름난 요리사 및 스타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발표하는 멸종위기종 정보인 ‘적색목록’, 국제 비영리기관인 ‘해양관리협의회(MSC)’에서 인증한 친환경 생선 목록, 미국의 ‘블루오션 연구소’와 ‘몬터레이 만 수족관’에서 제공하는 ‘착한 생선 가이드’에도 주목하라고 권고한다.

    찰스 클로버가 제시하는 종합 대안 

    – 덜 포획한다. 포획 속도를 현재 속도의 절반 이하로 늦춘다면 바다가 다시 풍요로워질 것이며, 마침내 더 포획할 수 있을 것이다.

    – 생선을 덜 먹거나 낭비가 덜한 방식으로 잡은 생선을 먹는다.

    – 평소 자신이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잡은 생선은 거부한다.

    – 포획 대상을 까다롭게 선별하는, 낭비가 적은 어법을 선호한다.

    – 어부들에게 어획권 거래를 허용하되,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한다.

    ·-공해와 집약적으로 어획되고 이용되는 바다의 50% 수역에 다랑어와 황새치 같은 대형어종의 회유지가 될 보호구역을 설치한다. 북해가 대표적인 예다.

    – 개체군 감소를 감시하는 지역 관할 어장기구에 공해상의 조업에 법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 200해리 이내의 수역에서는 조용한 민주주의 혁명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하여 시민들이 바다 전체에 대한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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