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보유' 발언과 해명의 의미
'비확산' 아닌 '비핵화'가 여전히 목표인 한-미...해법은 뚜렷하지 않아
    2013년 09월 25일 05: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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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북한은 이미 핵무기 가졌다”는 자신의 발언과 관련하여 해명에 나섰다. 그의 발언과 해명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로즈 부보좌관은 23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 개막을 앞두고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배경 설명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북한과 이란을 비교한 것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졌고, 이란은 아직 갖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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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로즈 미 NSC 부보좌관

그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 즉 외교적 해결 노력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는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왜 북한과는 달리 이란과는 적극적으로 핵 협상을 하려고 하는지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는 이란을 “북한처럼 이미 문턱을 넘은 국가의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에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어찌됐든 그의 발언이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적으로 언명함으로써 북을 핵보유국으로서 인정하지 않았던 미국의 정책이 변한 것 아니냐는 국제적 의혹이 일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부대변인은 한국 언론과의 통화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기존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논란의 진화에 나섰다.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여

핵보유국 지위는 일종의 국제정치적인 용어로, 다른 국가들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곳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으로 이들은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전자와 달리 국제법적인 지위을 갖지 못한 것은 이들이 모두 핵확산방지조약(NPT)체제의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재 NPT체제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는 인도 등과 같으나, 그들과도 달리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인데, 이는 인도 등은 아예 NPT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채 핵보유를 추진하고 달성했지만,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에 가입해 민간 핵기술 협력을 받다가 이 조약을 탈퇴한 뒤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즉 북의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면 비핵보유국들의 NPT체제 탈퇴와 핵보유 추진을 저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은 비확산으로? 한국 정부는 무엇 하나?

일부 전문가들은 로건 부보좌관의 발언에서 이미 미국의 핵정책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핵무기가 다른 나라로 옮겨지는 걸 막는 ‘비확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통일부 장관인 정세현 원광대 총장은 “미국의 대외적인 정책 목표가 아닌, 실제 목표가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이동한 게 엿보이는 발언”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최종건 연세대 교수 등은 “미국이 북한을 실질적인 핵국가로 인식한다고 해도 북한에 대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확실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확산’ 대 ‘비핵화’의 일차적 차이는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느냐의 여부. 즉 인도 등에 대해서는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외국으로 핵무기와 핵물질, 핵기술 등이 이전되는 것을 막는 비확산 정책을 추진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앞에서 보았듯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기에 비핵화를 목표 자체로는 계속 유지하고 공식적으로도 그렇게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추진할, 즉 북한 핵문제를 풀 실질적인 정책이 있느냐의 문제, 그것을 추진하느냐의 여부이다.

그런데 로즈 부보좌관의 발언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국의 조야는 문턱을 넘어버린 북한의 비핵화가 쉽지 않다는 판단 하에 장기적 과제로 남겨두는 경향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최종적인 비핵화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된다고 할지라도 지금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푸는 것과 북한에게 비핵화의 선조치만 요구하며 대화 자체에 소극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자세이다.

미국이야 북핵에 대해 소극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 차원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하고 동아시아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이용할 수도 있다는 면에서 충분히 가능한 선택이다.

문제는 북핵의 핵심적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문제를 풀 어떠한 적극적 액션도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을 내세우며 선 비핵화를 고집하고 6자회담마저 회피하다 결과적으로 북의 핵능력 증강 비약을 허용하고 만 것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비핵화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고 여기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크게 진전을 이룰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 – (북미수교 등 북미 간 적대적 대결 구조 해체와)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안보협력 – 남북관계 진전이 너무 강하게 연계된 전제조건이어서는 안 되지만, 하나의 세트라는 것은 비단 9.19 공동성명의 주요 내용일 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20여년 역사의 핵심적 교훈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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