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재범 방지와 '전자발찌'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유용하지만 환상을 버려야 성범죄 감소에 기여
        2013년 09월 25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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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가히 성범죄의 천국이다.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라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성범죄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제대로 된 대책이나 사회적 합의 하나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니 굳이 그럴 의지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손쉽게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성범죄에 매우 취약한 사회이다.

    요즘 언론에 회자되는 성범죄와 전자발찌에 대해 생각해볼 때 저자가 경찰 재직 중 경험한 사실이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저자는 퇴직경찰(프로파일러)로서, 퇴직 전에 청송 제2교도소(옛 청송감호소)에서 고위험 성범죄자(주로 형량 20년 내외의 성범죄자들로서 강간살인, 연쇄강간, 강도강간, 13세 미만 아동 성범죄 등의 강력범죄자)들을 면담한 적이 있었다.

    재직 중에도 주로 연쇄성 성범죄(연쇄강간, 연쇄살인 연쇄방화 등)에 대한 수사와 관련자 면담을 주로 담당했었지만, 당시에 급하게 고위험군 성범죄자들을 전수 면담하게 된 이유는 그 바로 전 보호감호법이 위헌 판결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곳에서 보호감호 중이던 고위험 성범죄들 400여명을 2-3년 후 석방해야하는 상태였기에 그에 대한 대응책 마련 차원에서 성범죄 재범 평가를 하기 위해서였다.

    성범죄 재범 방지에 대한 급조한 대책

    즉 그들의 성범죄 재범 가능성을 전수 체크해서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던 것인데 늦어도 한참 늦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응이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그들이 고위험인 이유가 바로 그들의 재범 가능성이 거의 99%였기 때문에 그들을 아무런 대책 없이 풀어놓는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던지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 때 대응책을 부랴부랴 마련한들 어쨌든 그들은 별다른 대책 없이 모두 석방해야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것이 ‘전자발찌’와 ‘화학적 거세’ 등이었고 그 때가 막 논의되고 있던 때였다. 무엇인가 쫓기듯이 부랴부랴 엉성하게 마련된 대책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어쨌든 이런 답답함 속에서도 미약하나마 ‘전자발찌’가 도입되어 그 대응을 시작한 것을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전자발찌’에 대한 내용들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그다지 잘 운영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그릇된 환상만을 심어주는 것 같아 적지 않게 당혹스럽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이전에 한번이라도 저지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 즉 재범률이 높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특히 성범죄는 특히 재범률이 65%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또한 2년 이내 이들이 재범에 이를 확률이 거의 80%에 이를 정도라고 하니 성범죄자들의 재범은 그 자체가 현실적인 위험이다.

    따라서 재범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면 일정정도 그 재범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또한 근처에서 유사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용의자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지속적인 감시를 단지 인력에만 의존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문제로 인해 이들 모두를 완벽하게 감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경찰은 그 인력운용의 기형화로 인해 민생현장에 투입되는 현장 경찰관의 숫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으로서, 통계상으로는 국민 500명 당 경찰관 1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1000명 당 1명 정도라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해당 특정인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전자발찌(Ankle monitor)’이다.

    전자발찌의 유래

    전자발찌는 범죄자의 행동을 제한하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말하는데, 그 시초는 1964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Ralph Kirkland Schwitzgebel 박사가 만든 기계이다. 이 기계는 특정인을 감시할 수 있는 전자기기로 고안되었으나 당시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실용화되지는 못했다가, 1984년에 이르러, 뉴멕시코주 지방법원의 판사였던 Jack Love가 본격적으로 실용적인 전자발찌를 고안, 특정 범죄 전과자들에게 착용하도록 했던 것이 실제적인 유래이다.

    전자발찌의 이용 형태는 크게 두 가지인데 그 첫 번째가 특정인의 집에 재택 감독장치를 설치, 착용한 사람이 거주지를 기준으로 일정 범위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음 두 번째로는 GPS(위성항법장치)와 무선통신망을 이용해 거주지 바깥에서 착용한 사람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 등이다.

    물론 원리상으로 만약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이 위에서 언급한 특정한 감시 범위를 벗어나거나, 또는 출입이 금지된 장소 예를 들면 초등학교, 유치원 근처 등 성범죄의 위험성이 높은 위험지역에 가까이 가거나 출입하는 것이 감지되면 중앙관제센터에 자동으로 통보된다. 또한 착용한 사람이 전자발찌를 고의로 파손하거나 배터리가 소모된 채로 방치하는 것 등도 역시 동일하게 체크되며 체크가 된 후 이 사실은 중앙관제센터에 통보된 후 관할 경찰서에 통보, 적절한 조치를 받게 된다.

    장치(발찌), 재택감독장치, 단말기(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

    장치(발찌), 재택감독장치, 단말기(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성범죄자 전자발찌법)’이 제정되어,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법률은 2007년 4월 27일 공포하여 2008년 9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범죄자 감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자발찌는 부착 장치(발찌), 재택감독장치, 단말기(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로 구성되어있는데, 착용자는 항상 위치추적장치를 휴대해야 하며, 발목의 부착장치에서 발신되는 전자파를 위치추적장치가 지속적으로 감지, 이를 무선통신망을 통해 재택감독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중앙관제센터에서는 착용자의 신원 및 현재 위치, 장치의 휴대여부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위성신호가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 예를 들어 지하철 등에도 GPS 장비를 설치해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한다.

    감시 대상자는 외출 시에도 항상 위치추적장치를 휴대해야 한다. 만약 위치추적장치에서 일정거리 이상 떨어지거나 발찌를 절단하면 경보음이 발생, 무선이동통신망을 통해 이 사실이 관제센터에 전달된다. 그리고 해당 대상자를 감독하는 보호관찰소(보호관찰관)에게도 메시지가 전송, 대상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다.

    물론 전자발찌가 성범죄자와 같은 강력범죄자의 재범 차단, 출소자 감시 등에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자발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는데, 가벼운 재산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경우 굳이 교도소에 가두어서 처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즉 경범죄자의 경우, 신체를 물리적으로 구금하는 대신 일정기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하여 실제적인 구금과 유사한 교정 효과를 보게 할 수도 있으며 이 외에도 전자발찌에 GPS나 화학성분을 함유한 패치 등을 이용한 특별한 기능을 부여해서 착용자의 이동 속도나 피부 알코올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상습적인 과속이나 병적인 음주운전 감시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또한 요즘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노인들의 고독사 예방에도 적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환이나 기타 질병이 있는 독거노인들에게 의료센서 모니터링 기능이 있는 발찌를 보급한다면 독거노인들의 생명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어린이나 정신지체장애인 등의 행방불명 방지 등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전자발찌의 인권침해 논란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자발찌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는 지적은 미국에서 처음 사용될 때부터 활발하게 논의된 사안이다. 그래서 그 사용 범위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원칙상 전자발찌는 범죄자의 행동 제한이나 범죄 유발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신병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쓰인다. 주로 한국과 미국(44개 주), 영국 등에서 쓰이는데, 이런 전자발찌가 그 자체로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즉 이중처벌과 인권, 사생활 침해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누구든 기본 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그 가능성만으로 인신을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으로 개인의 기본적인 인권도 보호되어야 하지만 공동체를 지킨다는 차원에서 반인륜적 범죄의 예방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또한 단순히 가능성만이 아닌 임박한 위험에 무고한 사람들을 노출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논란이 있고 전자발찌를 반대하는 논리도 일면 타당한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전자발찌를 부착할 때 엄격하게 그 범위를 제한하고 법률로서 오용을 차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사용하는 경우 그 위치정보의 이용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무튼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자발찌는 이미 우리 사법체계에 도입되었고 실제 법원에서 그 착용 명령을 부과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많은 인권침해 지적을 받으면서 도입한 전자발찌가 실제 운영에 있어서의 미숙이나 담당 자원(인력)의 부족으로 착용하고 있는 성범죄자들에게 비웃음을 받을 정도로 있으나 마나한 도구가 되는 것에 큰 문제감과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당혹스런 몇 가지 문제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담당인력의 부족과 정보 연계성 부재, 그리고 기계와 관련된 문제이다. 전자발찌로부터 신호를 취합하는 중앙관제센터에서 상근하는 인력이 겨우 7-8명이라는 점은 우리나라 전시행정의 극치를 보는 것 같아 허탈함마저 든다.

    수천 명이 넘는 감시대상자를 겨우 7-8명이 한다는 것은 넌센스이고 어불성설이다. 적어도 수십여 명이 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서 지역의 대상자들을 정기적으로 관찰해야할 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들의 숫자도 너무 적고 전문성이 떨어진다.

    또한 초기부터 준비 없이 전시행정으로 밀어붙이다보니 한국의 지형과 한국의 환경에 맞는 기계장치가 채택 개발된 것이 아니라 그냥 외국에서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한 것이다. 결과야 너무나도 명확한 것, 오류투성이에다가 이를 보완하려고 수시로 바뀌는 기계 장치로 인해 오히려 대상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실제 관련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전자발찌를 착용시킨 가장 중요한 이유인 초기에 신병확보와 접근정보를 실제 실행력(수사력)을 가지는 경찰서에 통보해주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위치정보는 법무부에서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실행력이 없고, 반대로 경찰은 정보도 없이 허둥대면서 엉뚱한 곳에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도구만능주의는 전자발찌를 바보로 만들 수 있어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몇 가지 사항은 시간은 걸리겠지만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그러한 사소한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 즉, 범죄예방이라는 사회 정책을 단순히 기계에만 의존하려는 도구만능주의이다. 이 도구만능주의가 결국은 전자발찌를 바보로 만드는 핵심적인 이유인 것이다.

    범죄예방은 단순히 CCTV 몇 만 개 설치하고 전자발찌 수 만개 채워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구는 착한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도구를 더 많이 악용할 수 있다. 얼마든지 CCTV는 피할 수 있으며 전자발찌도 그 신호를 왜곡하게 할 수 있고 차단할 수 있다. 즉 중요한 것은 CCTV나 전자발찌라는 것은 범죄예방이라는 사회정책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일인 것이다. 재범 방지 프로그램 속에서 상담도 하게하고 재사회화, 직업교육 등을 시키면서 재범가능성을 낮추는 과정 속에서 전자발찌가 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문제는 다른 재범방지 프로그램의 작동 없이 전자발찌만 채우고, “범죄 저지르면 바로 잡아갈 것이니 저질러 보라”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자발찌 수십 개를 채워도 성범죄를 저지를 사람은 저지를 것이다. 더욱이 관련 인력도 없는 현실에서는…

    우리 사회는 도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그렇게 믿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 도구만으로 범죄를 줄일 수는 없다. 종합적이고 치밀한 사회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전자발찌! 유용하다. 그렇지만 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진짜 전자발찌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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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 우리나라에서 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로는 다음과 같다.

    형법상 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과 각죄의 미수범과 강간등 상해·치사, 강간등 살인·치사, 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등, 강도강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강간과 그 미수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강제추행

    또한 징역형을 마친 후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 폭력범죄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가 집행 종료 또는 면제 후 10년 이내에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 전자발찌를 부착한 전력이 있는 자가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

    – 성폭력 범죄 2회 이상 범해 상습성이 인정될 때(유죄 확정판결 받은 경우 포함)

    – 13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때(재범위험성 있는 초범도 가능)

    필자소개
    배상훈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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