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총리의 사기행각,
    IOC와 한국정부의 장단맞춤
    [에정칼럼] 거짓말의 모래성,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2013년 09월 19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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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 모여 만들어낸 2020년 도쿄올림픽

    사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는 안 되는 이유를 굳이 쓰기도 민망한 비상식・비정상적 결정이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INES) 7등급의 대형 사고가 발생했고, 이는 도쿄 아니 일본이 안전한지 아닌지 정도가 아니라 세계인의 안위가 걸린 재앙이다.

    하지만 일본이 지난 2년 반 동안 초지일관 한 일이라고는 은폐와 거짓말뿐이다. 처음에는 도쿄전력에서 시작된 ‘은폐와 거짓말’은 이제 원자력규제위원회와 일본 정부 전체로 확산되어, 도무지 믿을만한 정보라곤 없는 수준이다.

    매우 최근의 사례만 열거해 보자. 7월 22일, 도쿄전력은 처음으로 방사능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인정했다. 이어서 8월 19일에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처음으로 오염수의 유출을 인정했지만, 이를 사고등급 1등급인 안전상의 사소한 문제로 평가하였다. 이는 3일 만에 뒤집혀 사고등급이 3등급 즉 중대한 이상 현상으로 상향되었다.

    문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주변 지형 상 이후로도 방사능 오염수의 유출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이것을 저장할 탱크는 부족하며, 태풍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오염수가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일본의 방사능 오염은 아직 파악되지도 못했으며, 언제 멈출지 과연 멈추기는 하는지조차 예측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베919

    일본 올림픽 개최를 비판하는 프랑스 신문의 만평

    일본 올림픽 개최를 비판하는 프랑스 주간지 <카나르 암셰르>의 만평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9월 7일, 아베 총리의 거짓말은 정점을 찍는다. 이날 아베 총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도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중 하나”라며 “오염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의 0.3㎢ 범위 내에서 완전히 차단되고 있다”고 발언했고, 결국 도쿄는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같은 날 일본에서는 태풍 마니의 강타로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를 또다시 바다로 방류했다.

    이렇게 뻔한 거짓말 릴레이에 세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일본 정부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항에 친 차단막이 바닷물의 유출입을 완전히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정하기까지 한다.

    여기서 끝일까? 천만에. 9월 13일에는 도쿄전력이 원자력규제위원회와의 회의에서 후쿠시마 바다의 방사능 오염수치가 측정 오류로 2년간 낮게 발표되었음을 보고했단다. 이 말은 도쿄전력이 보고하기 전까진 일본 정부도 사실을 몰랐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일본 정부의 발표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야 할 정도다.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아베의 거짓말을 넘어선 사기 행각

    그러나 아베 총리의 진정한 사기 행각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이 엄청난 거짓말로도 그치는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에 대한 은폐와 이 은폐를 위한 주민들의 희생, 인접국을 비롯해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받게 될 수많은 세계인들의 희생, 일본 재정 부실의 심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지지를 가져가게 될 아베 총리와 자민당, 이렇게까지 보아야 비로소 사기 행각의 시나리오는 완성된다. 모두의 근거 없는 희망을 부추겨 판을 키우고(도쿄올림픽의 환상), 남의 쌈짓돈을 자금 삼아(국민의 세금), 자기 먹을 것만 들고튀는(거짓 업적을 통한 표 획득) 너무나 전형적인 사기 행각 말이다.

    일단 일본 정부는 거짓말로 일궈낸 성과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거짓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하다고 했으니 계속 안전한 것처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방사능 오염 수치와 영향에 대한 평가는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방사능 오염으로 이미 내・외부 피폭을 당했고 당하게 될 사고 발전소 노동자와 지역 주민, 도쿄를 포함한 일본 국민, 나아가 한국과 같은 인접국가나 태평양을 끼고 영향권에 있는 국가들의 피해까지도 당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내세우는 경제 효과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미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가 실제로는 디플레이션 탈출과 같은 경제적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예를 들어, 도쿄 올림픽 유치위원회는 올림픽 개최에 따른 투자와 건설로 일본 경제에 약 3조엔 창출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관광객의 증가(대회 기간 중 약 1,000만 명 추산)와 이를 위해 이루어질 각종 새로운 건설 수요, 올림픽 연관 상품 판매 등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도쿄가 안전하다는 말을 일본 국민도 안 믿는 상황에서 관광객은 고사하고 선수단조차 출전을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겠는가.

    또한 유치위원회가 예상하는 올림픽 관련 예산이 34억 달러인데, 이것이 과연 적절한 투자일지도 여러 모로 보아 의심스럽다. 경기 부양이 될 거라 확신하기엔 애매한 규모이고, 국가재정의 부실은 심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에도 선진국 중 올림픽 이후 부채 비율이 가장 높기로 유명했고, 이미 공공부채가 GDP의 두 배를 넘긴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 때문에 소비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면 오히려 경제 회복은 둔화되고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런 우려들 속에 도쿄올림픽 개최 결정 후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도는 60%대로 상승하였다.

    얼씨구나 장단 맞춘 IOC, 인접국가로서 명분만 쌓아주는 한국

    답답한 것은 이 사기행각에 놀아나고 있는 IOC와 한국 정부다.

    먼저, 아베 총리의 거짓말은 말할 것도 없이 도쿄의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IOC가 듣고 싶은 말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IOC는 최종 후보에 오른 나머지 2개 도시의 불안 요소 때문에 그렇잖아도 일본의 방사능 위험을 눈 감아 줄 핑계를 찾고 있었다.

    이슬람 국가 최초의 올림픽 개최에 도전한 이스탄불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한 최근 정치적 불안이 문제였고, 3회 연속 최종 후보에 오른 마드리드는 재정 위기가 마음에 걸렸다. 따라서 이미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대회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해 보았고, 이후야 어찌되었든 재정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일본은 쉬운 선택지라 생각했다.

    결국 마지막 결정의 걸림돌은 방사능 위험일 텐데, 아베가 이걸 풀어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게다가 방사능 위험은 눈에 잘 보이지 않을 거고, 사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테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계산했을 법하다.

    그러나 아무리 믿고 싶은 거짓말이라지만,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여파는 2020년은커녕 몇 십 년이 흘러도 해결되리란 보장이 없다. 무책임한 방사능 오염수 누출에 노골적인 군국주의 회귀까지 더해진 도쿄올림픽은 개최가 되어도 오명만 남거나, 최악의 경우 IOC가 아베의 손을 들어주고 이용만 당한 채 2020년 올림픽 개최지를 변경해야 할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릴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럴진대 우리나라 국민의 신세는 참 한심스럽다. 앞서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국민들의 불만이 끓어오르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사고 발생 2년 반 만에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시킨 바 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개최지 결정에 임박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금지를 확대했다며 비난하더니, WTO 제소를 검토 중이란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기존에 고수하던 입장을 근본적으로 선회하거나, 국민의 뜻에 반해 수입금지를 풀지 않는 한 일본 정부의 이 기막힌 쇼가 쇼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식품의약안전처를 방문한 일본 수산청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해 (수입금지 조처가) 조속히 해제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기준치 이내의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에 대한 스트론튬과 플루토늄 검사 성적서를 추가로 요구한 조처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핵심 키워드가 들어가 있다. ‘과학적 근거’ 그리고 ‘기준치 이내의 방사능 검출’. 무슨 말인가 하면 일본 정부의 말을 풀이하면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 정부도 기준치 이하의 방사능 검출은 안전하다는 ‘과학적 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하던 대로 수입금지 조치를 풀고 기준치 이내 방사능 검출 수산물을 통관시켜라”

    그렇다. 한국 정부는 이미 일본에 가장 인접한 국가로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이 많고, 그만큼 방사능 오염에 크게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본이 정해준 기준대로 수입・통관・유통시켜온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과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일본 정부의 압박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한편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가 “일본산 수산물이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불충분한 이상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는데, 이것도 맹점이다. 그 위험 여부에 대한 객관적 증거는 누가 밝혀낼 것인가. 설마 일본 정부의 말을 또다시 믿을 셈인가. 이 역시 한국 정부가 독자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

    살펴보았듯이 지금 아베 총리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며 (일본 국민이 아닌)자신들의 잇속을 차리고 있다. IOC와 한국 정부가 이런 아베 내각의 사기 행각에 계속 끌려다니며 황금의 쓰리콤보를 이뤄줄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후쿠시마는 아직도 끓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녹색당 탈핵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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