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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치 현장] 버스, 공공병원, 정화조 그리고 노점상
        2013년 09월 16일 02:2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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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제 오후 4시, 의회 회의를 마치고 신림9동 한남운수 차고지 앞에 갔다. 한남운수 부당해고 철회와 버스 완전공영제 쟁취를 위한 한남운수 공대위가 주관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어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에서 산하 투쟁사업장을 하루 종일 순회하며 연대활동을 과시하는 날이기도 했다. 100여명의 공공운수 노동자와 버스 정비지회 노동자, 노동당 당원들과 공대위 회원들이 모였다.

    서울시는 버스회사별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버스가 공공성이 매우 큰 서비스이기때문이다. 특히 버스 한 대당 정비사 0.14명 분의 인건비를 보조하기로 하여 158대를 소유하는 한남운수의 경우 23명분의 정비노동자 인건비를 지급한다.

    그런데 한남운수에서 실제로 일하는 정비사는 12명. 적어도 10명의 인건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버스회사 입장에서는 정비인력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록 이익이 되는 것이다. 한남운수는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정비노동자를 운전직으로 전환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평생을 정비기술로 일해왔던 사람에게 운전을 하라고 하자 여기에 저항했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회사는 이들을 해고했다.

    우리는 이 문제가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를 민간회사에게 맡겨둔 것의 당연한 결과라고 보았다. 그래서 부당해고의 철회와 함께 버스완전공영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1970년 칠레의 노동자들이 아옌대를 앞세우고 소리높여 불렀던 노래, ‘El pueblo unido jamás será vencido'(단결한 민중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를 잊지 않는다면, 부당해고와 버스완전공영제를 요구하는 우리들의 목소리는 승리할 것이라 믿는다.

    2.

    어제 집회에는 카프병원 분회장님도 참석하였다. 일산에 위치한 카프병원은 알콜중독 전문 치료, 상담, 재활 병원으로 국내에서 유일한 전문병원이다.

    몇 년 전, 정부가 주류에도 담배처럼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기 위한 입법을 검토하던 중, 주류업계는 부담금 법제화를 회피하기 위해 자진해서 매년 50억의 기금을 조성하여 카프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법제화를 피한 후에 설립된 카프병원은 국내 유일의 알콜중독 전문병원 답게 수도 없이 많은 수의 중독자와 그 가족을 고통에서 건져내는 훌륭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주류협회는 약속한 기금을 납부하지 않으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을 시작했으며 급기야는 최종적으로 병원을 폐쇄했다.

    병원은 일산에 있지만, 병원폐쇄를 결정했던 주류협회가 관악구 남현동에 있는 관계로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들과 환자 가족들의 투쟁에 나와 노동당 관악당협이 연대할 수 있었다.

    노조와 환자 가족의 요구대로 주류협회는 카프병원의 운영에 대한 완전포기를 선언했다고 한다. 이제 이 병원을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관리 공단 등이 직접 운영하도록 하는 요구만 관철되면 카프병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시작한 이 활동은 목적을 이루는 셈이다.

    일산 카프병원 하나를 지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적어도 17개 광역시도에 각 하나 이상의 알콜중독 전문병원이 설립되도록 주장할 필요도 있다. 이미 노동조합은 이러한 주장을 검토하고 있는 듯. 어렵게 진행되던 투쟁이 성과가 있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분회장님은 마무리가 잘 되면 그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을 초대하여 크게 잔치 한 번 하시겠다고 한다. ^^

    구정질의를 하고 있는 나경채 관악구의원

    구정질의를 하고 있는 나경채 관악구의원

    3.

    어제는 관악구의회 임시회 구정질문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나는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구정질문과 보충질문을 이어갔다.

    첫째는 관악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청소직영업무의 외주화 계획에 대한 것이다. 의회는 이에 대한 우려때문에 지난 회기에서 구의 자치사무를 민간위탁하는 경우 의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그런데 관악구청은 청소업무는 민간위탁이 아니라 업무대행계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므로 이 조례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법률검토를 해놓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말에 KTX 분할매각, 인천공항 민영화 시도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의 외주화를 적극 추진하여 큰 사회적 비난에 직면했었다. 우리 구청이 그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끝까지 견제의 의무를 다 할 생각이다.

    두 번째는, 관내 정화조 청소업체의 불법적 노무관리와 소위 ‘물작업’ 관행의 근절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두 업체 중 삼지공영은 사장이 바뀐지 1년여만에 직원의 25명을 해고했다. 전체 직원규모가 24명인 회사이다. 이 과정이 정상적인 해고였을 리가 없고, 퇴직금 등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을리가 없다.

    심지어는 분변을 100% 수거하지 않고도 주민에게 수수료는 100%를 지급받아 온 관행을 말하는 ‘물작업’을 통해서 계약상대방인 구청과 관악구 주민을 기망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구청이 이 문제를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관악구 노동복지센터 수탁업체 심의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 질의했다. 수탁업체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에서 나는 심의위원장을 맡았었다. 전체 6명 중 3명이 구청 공무원이었고, 민간인 중 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있었지만, 노동자 대표성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유일한 공모단체였던 재단법인 피플은 7000만원짜리 연구용역 사업의 중간보고서를 완전히 부실하게 제출하여 이 업무에 적합한 단체라는 확신을 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심의에 참여했던 이사장은 법인의 전입금에 대한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자료제출을 요구받자 말을 바꾸는 등의 이해하지 못할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심의기간을 연장하고 좀 더 세부적인 문제점을 따져보자고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유일한 공모단체였던 피플이 사업권을 확보한 것이다.

    이 사건을 들여다 보면 누구라도 ‘특혜’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4.

    이번 회기는 좀 힘들었다. 감정의 소모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피감기관의 직원인 공무원 노동자들과 의원의 관계는 자칫하면 적절하지 않은 위계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말투하나, 자료요청 하나 세심히 하는 편이다. ‘갖고 오세요’ 라고 하지 않고 ‘이 자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한다든지, 국장-과장-팀장 순으로 말하지 않고, 담당 주무관-팀장-과장-국장 순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든지 하는 것은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내 나름대로 일선의 공무원 노동자들을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삿대질도 해버렸다.

    이번에 소개한 청원 안건때문이었는데, 과도하고 부당한 노점 단속에 따른 과태료와 변상금에 대한 감면을 청하는 것이 내용이었다.

    수년 전, 오세훈 시장때 디자인 거리를 만든다며 서울대 입구역의 노점에 대한 일제 정비가 있었다. 당시 구청장은 수십명의 용역회사 직원들을 고용하여 강제단속을 했고, 이 단속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표적 과태료와 변상금 처분이 있었다. 당시 악명이 높았던 담당자는 전노련을 탈퇴하고 법을 지키겠다는 서약서를 쓴 사람에게는 디자인 노점을 할 수 있는 허가를 내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노점 조직을 분열시켰다. 여기에 응하지 않고 과태료와 변상금 고지서를 끝내 받았던 사람들이 나에게 청원을 낸 사람들이었다.

    대표 청원인 란이 아줌마는 구청의 고지서에 의하면 13개월동안 불법 노점을 한 결과 수백만원의 변상금 처분을 받고 살고 있는 집이 압류상태이다. 그러나 그녀는 13개월 동안 노점을 하지 않았다.

    노점을 시작할 당시 그녀는 임신 4개월이었고, 그 13개월 동안 출산-남편의 수술-시아버지 사망 등의 집안 대사가 있었기 때문에 구청의 서류에 있는 것 처럼 노점을 시작한 시점과 마지막 시점만 기록해 놓고 이 기간동안의 불법행위에 대한 변상금을 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부당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구청의 담당 과장은 이 부당함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지서를 받고 일정한 기간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당사자가 이를 하지 않고 이제 와서 청원을 내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투다.

    관악구 의회는 오늘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 청원을 만장일치로 승인했기때문에 이제 구청은 의회에서 넘어온 청원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결정을 앞두고 있다. 나로서는 지난 3년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일의 마지막 일을 다 한 셈이다. 이제 이 청원이 구청에서 수용되지 않으면 나는 적어도 ‘의원으로서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우리 당협은 노점상인들과 함께 구청 앞 마당에서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것부터 해서 다시 거리의 노동당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신적 준비를 해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자소개
    나경채
    정의당 공동대표. 전 관악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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