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폐제도와 대안사회는 공존 불가
    [책소개] 『화폐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아니트라 넬슨/ 서해문집)
        2013년 09월 15일 01: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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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폐와 시장과 임금과 계급과 국가가 없는 사회!

    19~20세기,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 건설의 뜨거운 바람이 몰아치던 때가 있었다. 민중이 주인인 세상, 모두가 평등하고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려는 실험이 세계 곳곳에 몰아쳤다.

    하지만 20세기 공산주의를 수립한 수많은 활동가와 정치가, 경제학자들은 공산주의의 목표가 화폐 없는 사회라는 데 동의했지만, 대부분은 이 전략을 곧바로 실행하길 주저했다. 그들은 시장구조를 공산주의에 필요한 발전을 이루는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

    그리고 21세기. 화폐에 기반한 글로벌 경제는 실패하고 있다. 신용 경색은 자본주의의 소득 증대 및 번영 능력을 훼손하고 있다. 시장을 통해 기후 변화를 막으려는 시도에 대해 기업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환경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척도는 화폐 단위로 분명히 측정되는 끊임없는 성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폐는 권력이다. 화폐의 신비스런 권력과 화폐 단위로 측정되는 성장의 의미는, 우리가 무일푼이거나 적당한 삶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돈이 없을 경우, 또는 경제성장이 차질을 빚거나 국제적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극명히 드러난다.

    흔히들 자본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응한다고 말하지만, 의회 대의제와 ‘1표 1가치(one vote, one value)’의 이상은 산업·상업적 이익집단과 ‘시장’, 그리고 특히 부유한 개인과 기업들이 지닌 화폐 권력의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개혁가와 혁명가들은 자본주의가 성장하기 시작한 수백 년 전부터 세계적 지배권을 획득한 오늘날까지 이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전개해왔다.

    이 책에서 주로 얘기하는 것은 ‘비시장 사회주의자’라 불리는 이들의 견해다.

    자본주의가 환경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행보를 지속하고 불필요한 수준의 소비와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제한하는 전략을 방해하며, 자연 서식지의 전 지구적 파괴로 중대한 멸종 사태를 초래하고 있는 지금, 비시장 사회주의의 전망은 대단히 중요해졌다.

    인간적 관계를 회복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에너지·자원 이용 방식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화폐 가치와 시장구조를 철폐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화폐

    필자들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시장에 기반한 공산주의 모델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비화폐 사회주의를 수립하는 건설적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화폐와 시장과 임금과 계급과 국가가 없는 사회가 필요하며 또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대안적 세계에 대한 흥미와 통찰

    이 책은 이론에 더 중점을 둔 글들(1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비판’)과, 비시장 사회주의를 위한 실천적 활동과 실험에 초점을 맞춘 글들(2부 ‘운동과 실험’)로 나뉜다. 그러나 글을 집필한 학자들 스스로가 활동가이기도 하기에 이론적 논의들 자체도 모두 매우 실천적이다. 마찬가지로, 운동과 실천에 초점을 맞춘 장들도 경험에서 교훈을 얻고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론적 함의를 고려하고 있다.

    1부는 자본주의와 시장 사회주의의 경제구조에서 화폐의 본질적 역할을 검토하는 2장으로 시작한다. 3장은 화폐구조의 정치적 함의와, 화폐적 형태의 거래를 거부하는 민중의 창조적 힘에 초점을 맞춘다. 4장은 환경, 비화폐적 모델, 연합 사회주의, 숙의 민주주의 방법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역사적 논쟁에 천착한다. 5장은 자본주의 정치·경제구조가 여성 및 주변화된 남반구 민중들의 삶을 결정하고 규정하는 양상을 폭로한다. 2부로 이어지는 다리 구실을 하는 6장의 사회학적 비평은 현존하는 과도기적 ‘하이브리드 전략’으로부터 진화해나올 수 있는 선물경제의 광범위한 유토피아적 전망을 보여주며, 그러한 경제 내에서의 가치와 관계에 대해 예측해본다.

    2부를 이루는 장들은 생생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비화폐적 미래의 실현을 위해 현재 실행 중인 실천 전략과 계획들을 분석한다. 비시장 사회주의 노선을 옹호하는 한 국제 정당의 영국 지부 당원인 7장의 필자는 이 시대 운동의 다양한 사회주의적 전략들을 분석하며, 8장은 베를린장벽 붕괴 이전 동유럽 사회주의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입장을 논한다. 9장은 북미 지역에서 수십 년간 운영되어온 한 공동체의 노동 크레디트(labour-credit) 시스템을 분석한다. 10장은 스페인 스쿼터(squatter)들의 가치와 실천을 다룬다. 결론(11장)은 주요 테마들을 하나로 아우르면서 화폐 없는 세계, 화폐를 넘어선 세계를 실현하기 위한 전 지구적·지역적 차원의 전략을 제안한다.

    《화폐 없는 세계는 가능하다》의 필자들은 인간과 자연의 가치보다 화폐의 가치를 높이는 체제에 반대하고, 인류의 집단적 자급과 지구의 미래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 세계적 전문가이며 활동가들이다.

    대안적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흥미와 통찰을 주는 비교적 쉬운 내용으로 채워진 이 책은 비화폐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탐구하며 이에 대한 역사적·혁명적·유토피아적 논쟁들을 망라하고 있다.

    각 장의 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뛰어나다. 최근의 정세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독자들에게 깊은 통찰과 영감을 제공한다. 또한 각 장 끝에 위치한 토머스 모어, 체 게바라, 마르크스, 데이비드 스즈키 등의 상자글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해당 장과 관련한 연설이나, 서적, 팸플릿, 선언 등에서 발췌한 흥미로운 상자글들은 관련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을 물론, 지식과 관심의 영역을 더욱 넓혀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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