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베'의 탄생과 진화
    [일베 좌담회①] "이들이 담론 헤게모니 장악하는 것 문제"
        2013년 09월 13일 11: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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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 이제는 일베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너 일베충이지?”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혹자는 이들을 ‘넷우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제 뉴스 지면에서 이들 주장이 하나의 세력으로서 대변되기 시작하면서 이들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일베가 어떠한 공간이고, 이들의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2-30대들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레디앙>에 일베와 관련해 2차례 기고한 적이 있는 20대 대학생 최성용씨와, 때만 되면 좌담회에 참석하는 단골 아이유씨, <ㅍㅍㅅㅅ> 발행인 리승환씨, 여성학을 전공하는 윤보라씨가 ‘톡 까놓고’ 이야기를 펼쳤다.

    대담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기위해 좌담회에서 사용된 인터넷 용어는 그대로 표현했다. 여성 비하나 욕설이 다수 포함됐지만 이를 다른 표현으로 정리하기 쉽지 않음을 이해 바란다. 좌담 진행과 정리는 장여진 기자가 맡았으며, 좌담 기사는 3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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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여진: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최성용: 25살이고 학교 다니고 있다.

    아이유: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있다. 나이는 21살.

    장여진: 아이유씨는 서른이다.

    윤보라: 대학원에서 여성학 협동과정을 하고 있고, 아이유씨가 21살이라면 띠동갑이다.

    리승환: 평범한 직장인이다. 32살이다. 아씨, (커피에) 벌레 들어갔잖아. 짜증나. 사실 그냥 마실 수 있는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 마시지 않겠다.

    일베의 탄생, 디씨인사이드가 정사갤, 코갤이 시초

    장여진: 일베, 언제 어떻게 탄생됐는지 그 배경이 궁금하다.

    윤보라: 원래는 디씨인사이트(디씨)에서 일간베스트가 올라오면 그걸 저장해두는 곳이었는데, 워낙 자극적인 사진과 패드립(패륜적 드립이라는 뜻으로 조상이나 부모, 윗사람을 욕하거나 조롱하는 것)도 많고 하니 디씨 사장인 김유식이 폐쇄하려 했다. 그러다 2011년쯤에 폐쇄에 반대하던 이들 무리 중심으로 독립해 나온 것이 지금의 일베다.

    아이유: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글루스’라는 사이트가 ‘좌글루스’라고 불리던 시절, 디씨의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 애들이 좌글루스를 털고 일베로 다 넘어갔다는 말도 있다.

    윤보라: 디씨에서도 막장이라던 정사갤, 코갤 등 희한한 애들이 다 일베로 넘어갔다.

    인터넷의 하위문화, 특정 집단으로 규정하긴 어려워

    장여진: 일베의 지금 모습, 원래부터 이랬던 것인가?

    윤보라: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문제의 애들이 하도 심한 수위의 글도 올리고 사고도 많이 치니깐 일간베스트를 폐쇄하냐 마냐 말이 나올 때 디씨 유저들이 ‘이거 없어지면 놀 때 없어진 애들이 각종 사이트로 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일베가 보여주는 패턴이 시체나 고인을 능욕한다거나 뭐 이런 충격적인 것인데 디씨에서 해왔던 메카니즘은 똑같다. 특히 여성혐오와 또 여성에 대한 강한 욕망, 이 양가적 감정들이 디씨를 유지하고 있던 기본 멘탈이었다.

    하지만 일베를 여성혐오 집단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여성 혐오라고 평면화시키는 좀 아닌 것 같다.

    디씨는 하위문화의 메카 같은 곳이었고 거기서 나타난 여러 B급문화에서 여성에 대한 타자화가 있었지만 그걸 무조건 비판적으로 봐야한 것인가? 나는 의구심이 있다. 왜냐하면 거기 있는 여성 유저들도 코갤 못지않게 막말을 하면서 놀았다. 흑인이 스스로를 검둥이라고 부르듯 여성들도 자신의 성에 대해 막말을 하며 놀던 곳이다.

    개인적으로 일베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매일 들어가서 눈팅한다.(웃음) 그런데 디씨 때와 좀 달라진 것 같다. 현재의 일베는 무조건 하위문화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 많은 것 같다.

    아이유: 학문적 계통으로 이들이 추적 안 되는 이유가, 무슨 운동권 단체처럼 모인 게 아니라 그냥 재밌는 하위문화 중심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 우리가 볼 때 반사회적 문화랑 결합되어 있는데 그것조차 재밌다고 모여있기 때문이다.

    최성용: 내가 <레디앙>에 썼던 글(관련 글 링크)에서도 어디에 집중했었냐면. 정확한 팩트는 모르지만 정사갤이 급격하게 보수화된 것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런 저런 논쟁을 거치면서부터라는 것이다. 당시 논쟁에서 당위론적인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의 줄임말로 이들을 조롱하는 표현)들에 대한 반발의식이 강했다고 본다. 이것이 2008년 촛불 시위 때 더 강하게 드러났고, 당시 촛불 정국에 대한 소외심이나 반발심이 뭉쳐지면서 지금의 일베 흐름으로 쭉 이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리승환: 일베를 안 해서 왜 이렇게 됐고 왜 이런지는 모른다. 커뮤니티라는 것이 ‘어떠한 방향 때문에 이렇다’고 큰 흐름에 대해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정사갤이 바뀐 게 전여옥에게 발린 사건이 핵심이라고도 하지만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일베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어린 애들은 알 것이다. ‘쟤 일베한데’ 이렇게 되다보니.

    좌담회 참석자(사진=장여진)

    좌담회 참석자(사진=장여진)

    “일베가 담론 헤게모니 장악하고 있는 것이 문제”

    윤보라: 국민 중 어느 정도가 알고, 어느 정도가 모르는 문제가 아니다. 이석기 의원을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처럼 일베를 누가 알고 모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들이 담론의 헤게모니를 크게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연예인 말실수 한 게 문제가 되는 것도 그렇지만, 5․18 이후로 일베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 않나. 이제는 인터넷 기사가 드라마 감상문 같은 게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일베가 뭐만 하면 즉각 보도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기일 때인가, 그를 패러디한 것 가지고 일베가 조롱했다고 또 보도되더라.

    이런 거 보면 굉장히 사회적으로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된 것 같다.

    일베 스스로도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 ‘궁금’

    장여진: 일베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아이유: 큰 문제 중 하나는, 보통 10대 때 또래집단이 있으면 그 안에서 쓰는 용어나 행동패턴이 있는데 그것이 인터넷 발달로 디씨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오프라인으로 옮겨지듯 일베의 용어가 10대 용어로 옮겨지는 것이다.

    아이돌 가수 크레용팝 논란도 있었는데 10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그 친구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욕설로 대화한다. 여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그 욕설의 성적 비하나 모욕이라는 뜻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냥 또래가 쓰니깐 쓴다. 그런데 또 그 의미를 알려주면 안 쓰기도 한다.

    운지, 앙망, 노무노무 이런 단어를 쓰는 것도 일종의 하위문화이기 때문에 그냥 재밌으니깐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거다. 정치적으로 우익이라서 다른 사람들인 게 아니라 이 사람들한테는 그것이 그냥 다 재미인 것이다. 사람들이 뭐라 하면 왜 우리끼리 재밌게 노는 건데 어쩌라는 것이다. 어느 학교 선생이 일베에 인증샷 올려서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뭐가 문제라는 것이냐.

    리승환: 로린이(로리타와 어린이의 합성어) 사건도 있었고 대학강사 문제도 있었고…

    윤보라: 대학강사 인증 건은 조작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이유: 대안학교에 가지 않는 이상 시스템 안에서 교육받는 건데 다 우파교육 받는 거 아니냐. 대부분 그런 역사관 주입받는 거고 그냥 인터넷에서 그러니깐 대부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10대에서도 안 그런 친구들도 있지만, 특별히 관심이 없다보니 누가 되도 않는 말을 해도 그게 맞구나 하고 그냥 사는 거다. 뭐 하나 유행하고 재밌다고 하면 더욱 유행하면 유행했지, 그걸 퍼트리고 말하는 사람들은 반성 안한다.

    리승환: 중고생들은 일베 하면 부끄럽다는 건 다 안다.

    아이유: 맞다. 대놓고는 말은 안 한다더라. 대학생들도 그렇더라. 얼마 전 아는 강사와 밥을 먹었는데, 그 강사가 일베 욕을 계속 하니깐 누가 욱해서 일베인증하고 싸운 뒤 이후 마녀사냥 당했다더라.

    최성용: 우리 학교도 그런 일 있었다. 신방과 다니던 친구가 일베에 학생들이랑 교수 신상을 털려서 올렸다. 바로 누구인지 그 과에서 수색 들어가고 그랬는데 결국 누군지 못 찾았다더라.

    윤보라: 일베 연령층이나 계층, 이런 것들을 파악하려 했던 부분 많았다. 루저냐, 아니냐는 사회적 지위도 알아보려던 시도도 있었고. 일베 안에서도 자기들끼리 자기 지위가 찾으려고 작년에 ‘인증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로 학력 인증한다고 학생증 복사해서 올리고 그랬다.

    올해 6월 여성학회때 사이버 상에서 여성혐오를 일베 중심으로 제가 토론자로 나선 적이 있다. 그때 그걸 발표했던 분이 무슨 어려운 프로그램을 써서 일베에서 가장 많이 쓰는 주제 등을 통계를 냈었다. 그때 그래프가 가장 많이 올라갔을 때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보다 더 높은 것이 학력 인증 대란이라고 하더라.

    이런 식으로 일베 스스로도 자신이 루저가 아니라고 입증하려 한다. 웃기는 건 진짜인 것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하버드생이라고 관련 서류를 칼라복사해서 올리고.

    아무튼 일베 스스로도 그렇고 바깥사람들도 그렇고 일베 유저들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의문이 많다는 거다.

    일단 중고생드이 많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성인 유저들이 굉장히 우려하는 부분들도 있더라. 어떤 성인 유저는 중고생들에게 다 나가라고 하기도 한다.

    ‘인실좆’이라고 ‘인생은 실전이야 좆만아’라는 줄임말이 있다. 성인 유저들은 중고생들한테 ‘인실좆’이라며 ‘외부에서 고소 들어오면 어떡할꺼냐’라고 딴 데 가서 놀라고 그러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실제로 전라도 까는 것도 여기서만 하는 거지, 너네가 밖에서 진짜로 전라도 다 없애야 한다고 말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을 ‘보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다른 성인 유저는 “그만 좀 해라. 여자가 남자 등골 빼먹는다 해도 여기 있는 애들도 지금 엄마 아빠 등골 빼먹고 살았지, 언제 여자한테 빼 먹혔냐’고 뭐라 하기도 한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들을 ‘원정녀’라고 표현한 것 때문에 일베에서도 한참 논란이 됐었는데 얼마 전 위안부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니 다들 근조 리본 달기도 했다.

    장여진: 결국 일베에서 정치적으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나 합의할 수 있는 정서가 바로 애국심인가?

    윤보라: 오히려 ‘애국뽕’이라고 해서 운동선수 관련 기사 보면 애국적인 위인이라고 하지 않나. 그거 보고 일베 애들은 ‘국뽕’이라고 막 뭐라 한다.

    리승환: 오늘의 유머(오유)도 그렇다. 일베와 오유가 하나 될 때가 조선족 깔 때이다.

    아이유: 일베 안에서도 다양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민주당이 삽질한 것기도 한데. 일베라고 해서 특별히 단일한 아이덴티티가 있어 무언가 공유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맨날 싸운다. 싸우는 이유는 무조건 나만 옳아! 이런 식으로. 애국 안하면 애국 안한다고 난리치고, 또 누가 애국한다해도 난리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보라, 최성용, 아이유, 리승환 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보라, 최성용, 아이유, 리승환 씨 

    일베, 여성혐오의 그 이면

    아이유: 그 안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소위 루저냐 아니냐 논란되는 남자들의 경우는 아는 분과 술자리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그 분이 여성들에 대해 가장 분노했던 핵심은 차 떼고 포 떼서 ‘나랑 안 사귄다’였다. 자기는 여성에게 순종적이고 연애하면 막 잘해줄 수 있는데 자기랑 안 사귀고 돈 많거나 조건 좋은 남자랑만 사귄다는 것이 그의 여성혐오의 이유였다.

    자신들의 문제를 체제에 대한 분노로 표출하지 못하고 여성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 그러니 보슬아치(보지와 벼슬아치의 합성어), 김치년(한국여성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이다. ‘한국년은 이래서 안 된다’면서 우크라이나 여성이 본 한국 여성이라는 게시물도 올라오고 그러던데 그거 다 뻥이다. 그냥 자신들이 생각한 것을 진짜인 것 마냥 ‘이 거 봐라, 한국년은 이래서 안 된다’고 올리는 거다.

    일본 전국시대였던가, 그때 제일 불쌍한 사람이 하층민 남자였다고 한다. 결혼도 할 수 없고 육체적 욕망은 있는 풀 수도 없고 가문도 못 잇고. 그러다 결국 난을 일으켜서 농기 들고 사무라이 죽이고 그랬다더라.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자기보다 더 약자인 사람한테 향하고 있다.

    최성용: 논점을 고민했으면 하는 게, 여성 혐오라는 개념이 정확히 모르겠지만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죽고 나서 여성 혐오 흐름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일베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형태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일베를 욕하면서도 성재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본다.

    윤보라: 단 일베가 정치적인 스탠스를 갖느냐는 것 보다 이들이 대통합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여성혐오라는 것이다. 국수주의냐 그 반대냐를 다 떠나서 가장 핵심 고리가 여성에 대한 혐오인 것 같다.

    여성 유저가 자신을 여성이라는 걸 드러내는 걸 ‘보밍아웃'(보지와 커밍아웃의 합성어)이라 하는데 일베 애들은 이걸 하지 말라고 한다. 굉장히 싫어한다. 그런데 이건 디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자가 나타나면 모든 남성 유저들이 거기로 집중되고 또 친목질도 하다 결국 갤러리 하나 망가지는 걸 많이 봤으니깐. 어느 커뮤니티나 친목질은 경계한다. 일베의 경우 정치적으로 서로 맞지 않아 까고 싸우고 이런 경우를 떠나 여성혐오 하나로 결집하는 건 굉장히 강하다.

    리승환: 그것보다 일베 회원이 굉장히 반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가 넷좌파이다. 여성혐오가 나타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일단 광우병 촛불시위 때 촛불좀비, 깨시민이 쏟아져나오면서 그런 반감도 존재했다. 사실 당시 나 또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했다. 그보다는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이 훨씬 안 좋다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광우병 위험이 높다는 것이 주류가 됐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대부분 노무현 지지자니깐 노무현이 싫다, 이런 식으로 흐름이 이어져온 것이다.

    일베는 기본적으로 넷좌파의 안티테제 성격이 강한 것이고 그 안에 여성혐오가 들어있는 것 같다. <계속>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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