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중권의 '발달장애' 발언만 문제?
    [기고] 비하와 멸시의 표현은 대중의 공감대 얻지 못해
        2013년 09월 09일 05:31 오후

    Print Friendly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이석기 의원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트위터에 “딱 소설 속 돈키호테의 무장 수준, 철 없는 애들도 아니고 30~50대 아줌마, 아저씨라고 하던데…발달장애죠”라고 언급해 장애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또 김대호 사회디자연연구소 소장도 이 논란을 부추키며 ‘발달장애’를 상대방을 혐오하거나 비아냥거리는 표현으로 확산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진중권 트윗

    이에 대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9일 <프레시안> 기고 글을 통해 ‘발달장애’ 발언과 관련해 “주류 사회가 가지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비하’가 너무나 두꺼운 벽으로 다가왔고, 그로 인한 상처가 다시 한 번 나의 ‘속살과 뼈대’에도 선명하게 새겨졌다”고 아프고 강하게 비판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박경석 대표가 지적했듯이 장애인을 위한 연대 집회 자리에서도 비장애인 연사가 “신체가 조금 불편하다고 장애인이 아니다. 진짜 장애인은 정신이 나간 정신 장애인들”이라고 발언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이다.

    이 지적에 대해 장애 인지적 감수성을 갖고 있는 대다수 진보진영 인사들은 박경석 대표의 비판을 받아들이며 진 교수의 발언이 문제적이라는 것에 쉽게 동의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그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쥐새끼’라고 표현한다던가,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년’자를 붙여 부르거나 ‘콧수염 없는 남자’라고 하는 등 각종 비하 발언들도 민주-진보진영 일각에서 나왔다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진지한 성찰을 하겠다면 말이다.

    즉 민주진영의 경우 새누리당 정치인에게, 진보진영은 민주당과 새누리당이라는 보수양당 정치인 모두에게 이른 바 ‘입에 쩍쩍 달라붙는’ 별칭을 지어주며 이들을 ‘악마화’하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비하, 멸시의 표현과 해학 조롱 반어적 표현의 차이가 모호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학 풍자의 언어는 공감을 얻는 반면 비하와 멸시의 언어는 대중적 거부감을 강화할 뿐이라는 것은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새누리당이 다시 정권을 창출하고 난 뒤 민주당은 각종 신종어를 만들어가며 박근혜 정부를 깍아내렸고, 새누리당도 이에 맞대응하고 응수하면서 현재 국회 윤리특별위에는 서로 주고 받은 징계안이 9건이나 쌓여 있다.

    상대방을 악마화 하는 방식의 정치 공방 속에서 차별화된 정책 논쟁과 토론은 사라졌다. 냉정한 비판과 대안보다는 개인의 과거 행적이나 비리를 들추면서 도덕적인 비난과 원색적 비하가 상승하면서 폭로전과 말의 전투만 이어지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상대방을 악마화한다고 자신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런식의 딱지 붙이기는 생산적인 토론을 불가능하게 하고 이는 민주-진보진영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등 돌리게 만들 뿐이다.

    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지, 왜 박근혜 정권은 사과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그 내용과 그들의 정책 실패가 부각되는 아니라 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의 강도가 스스로의 정당성의 강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여질 지경이다.

    박근혜 정부가 왜 부자들만의 정부인지, 그이의 828 부동산대책이 왜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인지를 드러내지 못할 때 박근혜 정권에 대한 비아냥은 그 비아냥의 공유하는 사람들만의 자족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이 바로잡아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상대 진영의 인사들을 무조건 비하하고 깍아내리는 전략보다는 긴 호흡으로 쉬운 말로 설명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진중권 교수의 ‘발달장애’ 논란은 단순히 장애 인지적 감수성으로만 제기돼야 할 문제가 아니라, 민주-진보 진영 전체가 상대방을 비하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사 모두가 비판적으로 지적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상대진영을 ‘악마화’하는 것으로 비판과 대안 제시의 과제를 대체해버리는 민주-진보진영의 일부 담론 전략 또한 개선되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독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