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중생태계 대참사, 원인은?
    [흘러야 강이다③] 미스터리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
        2013년 09월 04일 02: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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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한 두 번의 분노로 끝나기에는 그것이 우리의 자연과 생태에 미친 상처는 깊고 크다. 과거는 단지 과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10여년전의 새만금 사업이 지금도 진행형이라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4대강 사업 등 반생태적 개발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이현정씨의 글을 연재한다. 이 글은 노동당 웹진 R에도 함께 게재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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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이 수질 측면에서 녹조현상이라는 형태로 인간에게 위해를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만 했다면,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생태계와 하천변 생태계에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큰 변화를 낳고 있다.

    그 변화의 범위와 정도는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깊어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빨리,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데에만 온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으로 2012년 10월에 금강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물고기 떼죽음 사태에 대해서도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미스터리’라는 표현을 쓰며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2012년 10월 31일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중).

    급이 다른 집단폐사와 금강 씨메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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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10월 26일 금강변에서 발견된 136 cm가 넘는 메기 사체 <사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금강 물고기 떼죽음 사태는 강우 후에 혹은 지엽적으로 나타나는 물고기 집단 폐사사건과는 소위 ‘급’이 다른 사건이었다.

    10월 18일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물고기 사체는 매일 밤마다 새롭게 수만 마리의 사체를 더하며 13일 동안 이어졌으며, 물고기 사체가 발견된 구간도 30km에 이르렀다.

    이 집단 폐사사건의 정점을 찍은 것은 떼죽음이 발견되기 시작한 7일째, 사람 키만 한 메기 사체가 발견된 때였다. 메기 사체를 발견한 기자와 환경단체 활동가에 따르면 사람의 주검으로 보여 주춤했다고 하며, “이런 크기라면 씨메기로 보인다”며 “금강 물고기 씨가 마르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고 한다.

    ▲ 밤새 떠올라 금강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물고기 사체, 2012년 10월 27일 새벽 5시반경,

    ▲ 밤새 떠올라 금강을 따라 끝도 없이 이어진 물고기 사체, 2012년 10월 27일 새벽 5시반경, <사진: 오마이뉴스 김종술 기자>

    정부가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만을 부인하며 사체 수거에만 급급하던 10월 24일, 구미 낙동강 변에서는 또 다른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하였다. 주변 주민들은 몇 십 년을 살았지만 그 주변에서 이렇게 큰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오른 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의 동시에, 멀리 떨어진 금강과 낙동강에서 유례없는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단순히 우연일까?

    ▲ 2012년 10월 26일 구미 낙동강변

    ▲ 2012년 10월 26일 구미 낙동강변 <사진: 서풍 박용훈>

    ▲ 4대강 물고기 집단폐사 개요 (한겨레 2012년 11월 9일자 인용)

    ▲ 4대강 물고기 집단폐사 개요 (한겨레 2012년 11월 9일자 인용)

    사건을 미스터리로 남겨두고 싶은 것은 아닐까?

    환경부는 집단 폐사의 원인은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4대강 사업과 집단폐사는 관계가 없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발표를 했다.

    한편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하천의 호소화에 따른 산소결핍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는데, 추정의 근거로는 독극물에 의한 집단 폐사의 경우 성체보다는 치어의 피해가 큰 반면 산소결핍의 경우는 성체들의 피해가 더 큰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폐사 사건의의 경우 금강과 낙동강 모두 성체들의 피해가 대부분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또한 보 건설에 따른 하천의 호소화는 4대강 사업 계획단계에서부터 우려가 되었던 부분이었다. 보 건설에 따른 하천의 호소화에 따라 산소가 부족해지는 메커니즘은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하천의 흐름이 줄어듦에 따라 그 자체로 용존산소가 줄어들 수 있다.

    두 번째로 하천의 흐름이 줄어들면서 특히 보의 직상류에는 표층수는 월류해서 흘러가지만, 보에 의해 가로막힌 아래쪽은 흐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작은 알갱이들의 퇴적이 일어나고, 저질토층이 형성되면서 혐기성 상태가 된다. 특히 여름, 겨울 등 일교차가 크지 않은 시기에 성층현상이 일어날 경우 저서에는 안정적인 혐기성 상태를 유지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봄가을 일교차가 큰 경우 전도현상이 일어나 수직혼합이 발생하면 바닥에 쌓여있던 퇴적물 등이 상부와 혼합이 되며 짧은 시간 동안 대량의 산소 소모를 일으켜 바닥층 뿐만 아니라 수체 전반에 걸친 산소 결핍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백제보의 경우 2012년 여름 녹조현상에 대한 우려로 인해 조류제거제를 대량으로 살포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러한 조류제거제는 응집제의 역할을 하여 조류와 함께 침강하는 효과를 나타내 표층수의 조류는 제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기물이 수체에서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천 바닥에 침전되어 전도현상이 발생될 경우 더욱 심각한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즉, 녹조현상이라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저감하기 위해 사용한 해결책이 또 다른 대재앙을 불러 일으켰을 수 있다.

    ▲ 백제보 창고의 조류제거제 (2012년 6월 14일)

    ▲ 백제보 창고의 조류제거제 (2012년 6월 14일)

    ▲ 부여 관측소 일교차 및 일최저기온(2012년 7월 1일~11월 5일)

    ▲ 부여 관측소 일교차 및 일최저기온(2012년 7월 1일~11월 5일)

    또한,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난 시기가 정확하게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고 일교차가 커진 시기와 일치한다. 위의 그림은 금강 떼죽음 사건이 일어난 백제보와 가까운 부여 관측소의 일교차(일최고기온-일최저기온)와 일최저기온이다.

    사건이 발생하기 5일전부터 전날까지 일교차가 15℃가 넘는 날들이 연속되었으며, 최저기온이 4 ℃이하로 떨어져 표층수의 밀도가 높아져 전도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낙동강 구미 기상대의 관측자료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조건들은 기온이 급강하하는 밤동안 표층수를 냉각시켜 밀도가 커긴 표층수가 하부로 내려가면서 지난 여름 담수기간 동안 보 상류부에 퇴적된 바닥층의 오염물질들을 수체로 확산시키는 작용을 일으켜 짧은 시간동안 용존산소의 대량소비 및 고갈을 일으켰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후 추정으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스터리’이지만 4대강 사업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보다는 훨씬 논리적이지 않은가? 또한, 그러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를 조사하고 대비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었어야 한다.

    바닥부터

    4대강 사업에 의한 생태계 변화가 강바닥에서부터 나타날 것이며, 녹조제거를 위한 조류제거제의 투입은 이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 추정은 작년 가을 물고기 집단폐사 사건에 이어 올 봄 4대강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들로 재현되었다.

    수중생태계의 대참사라고 부를 수 있을 사건이 발생했던 금강에서는 2월 말, 더 상류인 공주보 직상류 지점에서 물고기와 함께 고라니, 자라 사체까지 발견되었다.

    이때의 현장조사에서는 공주보 상류의 만곡부 안쪽 바닥에 뻘이 쌓여 부패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유량이 적을 때는 물이 흐르지 않고 드러나 있어야 하는 곳에 보때문에 물이 차면서 점토질의 입자가 퇴적이 되며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 2013년 3월 26일 남한강 재첩 떼죽음 모습 (강바닥에 쌓인 뻘(좌상), 뻘과 함께 떠지는 재첩 껍데기(우상), 바닥에 드러난 재첩의 모습(하))

    ▲ 2013년 3월 26일 남한강 재첩 떼죽음 모습 (강바닥에 쌓인 뻘(좌상), 뻘과 함께 떠지는 재첩 껍데기(우상), 바닥에 드러난 재첩의 모습(하)) <사진제공: 4대강 조사위원회, 4대강범대위, 촬영자: 윤순태 감독>

    또한 남한강에서는 모래 바닥에서 살 수 있는 재첩 위에 뻘이 쌓이며 집단 폐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동행했던 지역 어부는 예전에는 배가 고장나도 시동이 꺼진 채로 한두 시간이면 출발지까지 배가 흘러갔지만, 지금은 배가 고장나면 하루가 걸려도 출발지점까지 갈 수 없다며, 바뀐 흐름에 대해 전했다.

    흐름이 없어진 강은 오랜 시간동안 물을 잡고 있으며 녹조가 자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는 한 편, 작은 알갱이가 바닥에 쌓이게 함으로써 저서 생태계 또한 바꿔 놓는다.

    게다가 녹조를 없애겠다고 살포하는 조류제거제는 바닥에 더욱 많은 유기물질을 쌓이게 함으로써 악순환을 더욱 가속시킬 수 있다. 흐름이 줄어 더욱 잔잔해진 저 강 아래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바닥부터, 더욱 기초부터 살펴봐야 한다.

    필자소개
    ㈜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 (사)대한하천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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