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거즈 어떻게 약팀이 되었나
        2013년 09월 03일 02:1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현실은 추억보다 가혹하다. 딱 KIA 팬들이 그렇다. 타이거즈, 아니 한국야구의 레전드 선동열이 검빨 유니폼(상의 빨강, 하의 검정)을 입고 마운드에 섰던 그 때. 타이거즈 팬은 환호했고, 타 팀 팬은 끝나지 않은 게임에 좌절했다.

    팀의 순위가 바닥을 뚫고 들어갔던 시절에도, 그런 추억 하나씩을 안고 팬들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선동열과 이종범이 있었던 타이거즈니까, 언젠가 다시 올라올 거라고.

    그런 희망에 2009년 우승을 맛 봤지만, 기쁨이 이어지진 않았다. 조범현 감독은 옷을 벗었고, 대신 추억이 돌아왔다. 바로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지휘봉을 잡았다. 기억들 하시는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감독으로 돌아온 것은 팬들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였다. 환호했고, 선감독 부임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였다. 추억이 돌아왔다, 그가 돌아왔다.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팬들은 찬란한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문제는 그 뿐이었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제 모습을 보여줘야 했던 이번 시즌. KIA는 선두권은커녕 4강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선두 경쟁의 핵으로 꼽혔고, 호평일색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속도를 높였던 만큼 한 번 삐끗하기 시작하자 추락 역시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KIA의 히트 상품, 선발진 붕괴가 뼈아팠다. 필승카드였던 윤석민이 기대보다 못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쉬웠다. 소사와 김진우는 경기마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고, 서재응은 몸 상태가 걱정되는 성적이다. 양현종은 부활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다른 선발들의 부진이 전염되는 모양새다.

    윤석민

    타선은 부상 전염병이 돌았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김주찬의 부상도 뼈아팠다. 시즌 초반 부상, 그리고 며칠 전 다시 허벅지 부상까지 난리도 아니다. 그 외에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했다. 초반 잘 나가던 때의 완벽한 라인업은 온데간데없을 정도.

    결국 총체적 부진의 화살은 역시 선동열 감독에게 돌아가고 있다. 금의환양하며 팬들이 환호하던 감독 선동열의 모습은 어느새 몰아내야 할 공적이 되는 모양새다. 슬슬 퇴진운동도 벌어질 기세.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모든 것은 선동열 때문이다?

    분명 감독은 팀을 책임지는 정점이다. 성적 역시 책임져야 한다. 팬들은 선 감독이 투수를 키우지 못한다, 김상현 트레이드 실패의 책임이 있다 등 많은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감독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우선 김상현 트레이드에 대해 보자면 이를 실패로 단언하는 자체는 언어도단이다.

    트레이드 이후 김주찬의 부상, 김원섭의 부상으로 인해 김상현의 빈자리가 있어 보일 수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제로 외야 문제를 김상현 부재 때문이라는 이야기만 하기엔 팀 전체적인 문제도 같이 평가하며 진단하는 것이 옳다.

    중견수 이용규 역시 예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명타자로 들어서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트레이드 이후 김상현 역시 주전으로 쓰기 아쉬운 성적이라는 점도 분명 있다. KIA를 떠났기 때문에 부진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그 역시 설득력은 낮아 보인다. 올 시즌 김상현의 성적은 타율 2할 3푼 정도에 10개 이하의 홈런이다.

    기대했던 송은범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지만, 신승현은 트레이드 초반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앤서니가 세이브에 실패했을 때에도 버텨주던 몇 안 되는 필승 계투진이었다.

    최근 안정감을 찾는 모습이지만, 김상현과 함께 SK로 트레이드 된 진해수의 초반 방어율은 6점대. 딱히 트레이드가 실패라고 규정짓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결국 어디까지나 결과적 이야기일 뿐이다.

    윤석민의 마무리행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선발로서 윤석민은 아쉬웠고, 앤서니와 송은범 카드의 실패로 인해 마무리가 급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윤석민이 자청했고, 그게 단순한 언론 플레이든 아니든 제대로 된 마무리 성과를 가지고 있던 것이 윤석민 뿐이었다.

    실제로 마무리로 전환한 이후 윤석민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떨어지는 성적에 선동열 감독을 원망하면서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렸다는 주장은 팀의 뒷문을 키워서 막으라는 이야기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연이은 부상은 사실 할 말이 없다. 이 문제는 KIA가 하루 이틀 했던 고민이 아니다. 선 감독 재임 시에 일어났던 일만이 아닌, 쭉 이어져온 전통 아닌 전통처럼 되었다. 그만큼 KIA의 재활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소리고,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하나마쓰 트레이닝 코치는 국내 최고의 트레이닝 코치 중 한 명이다. 한화에서 일부러 스카우트를 해 온 인물이다. 재활 시스템이나 부상 방지 시스템은 구단 자체의 문제다. 삼성의 STC 같은 재활 시스템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대책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KIA의 올 시즌이 안타깝다. 시즌 초의 평가와 지금의 성적은 하늘과 땅 차이. 시즌 중반이 지나는 상황에서도 그리 희망이 많지는 않다. 선두와 10게임차가 넘게 벌어졌다. 4위와의 게임차 역시 줄이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선동열 감독이 어떻게 시즌을 마무리할지에 따라 그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야구좋아' 필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