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건, 민주주의와 진보
[레디앙 생각] 사법적 단죄가 아니라 정치적 심판의 대상
    2013년 09월 03일 12:42 오후

Print Friendly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과 정의당마저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거나 묵인하는 분위기다.

진보진영은 이석기 의원 사건을 두고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국정원의 공안탄압과 날조 모략극이라는 시각과,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인 통합진보당의 사고방식이나 활동행태가 드러난 비극적 사건이라는 시각으로 구분된다.

이석기 사건의 3가지 문제

이번 사건에는 3가지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이 3가지 차원에서 판단하고 다시 이를 종합해야 한다는 것이 <레디앙>의 생각이다.

첫째는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국정원의 대선 불법개입과, 이러한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적이고 정략적인 정치공작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의 파괴, 선출된 권력의 개입, 국가기관의 정치공작이라는 점에서 역사의 진전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고 규명해야 할 문제이다. 이번 이석기 사건은 불법 정치공작의 주체인 국정원이 국정원 자신의 존폐 문제가 국민적으로 거론되는 시점에서 터트렸다는 점에서 그 배경과 정략적 의미를 의심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진보진영 일각의 시대착오적이고 반 진보적인 사고방식과 행태가 드러난 사건이라는 점이다. 진보정치는 보수정치와 달리, 정치적 민주주의만이 아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권위와 독재가 아닌 자유와 평등, 개발과 성장이 아닌 생태와 환경, 전쟁과 갈등이 아닌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정치집단이다.

하지만 이번 이석기 사건의 경우, 그 실행의 가능성 문제와는 별개로 진보정치 내 유력한 집단이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군사적 물리적 행동을 도모하고, 정당 내의 핵심그룹을 비밀스럽게 유지 관리하는 패권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이 드러났다. 녹취록 등에 대한 조작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행태가 없었다는 점은 근본적으로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계속 있어왔던 진보진영 내부의 퇴행적이고 패권적인, 그리고 대중적 설득력과 공감대를 얻지 못하게 하는 편향적 행태와 세력에 대해 진보진영이 어떠한 태도를 가질 것인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다.

세 번째는 표현과 사상의 자유라는 맥락에서 헌법기관인 현직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부정부패와 선거법 위반 등을 위반한 경우가 아니라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현직 의원이 구속된 사례는 신민당 유성환 의원이 있다.

1986년 10월 신민당 유성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이어야 한다”, “통일이나 민족이라는 용어는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국시 논쟁이 시작됐다. 유 의원은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정당 의원들의 날치기 표결로 인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되고 구속됐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이 사건은 이후 유성환 의원 발언에 공감대가 대중적으로 커지면서, 전두환 정권의 폭압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과 비교했을 때 이석기 의원의 강연 내용은 대중적 설득력도 없고 오히려 대중적 반발과 혐오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왜냐면 사상과 표현의 자유란 내가 동의하는 사상과 표현이 아니라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석기 사건의 3가지 문제에 대한 판단

첫째, 국정원은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에서 이어지는 국가 정보기관이자 공안기관이다.

주지하다시피 국정원은 대선에 불법 정치공작과 개입으로 국민적 지탄이 되고 있는 마당에 이석기 사건을 수사할 명분도 자격도 없다. 필요하다면 이석기 사건에 대한 수사의 주체는 국정원이 아니라 다른 국가 사법기관인 검찰이 맡아야 한다. 국정원이라는 기관은 대선 불법개입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발본적으로 해체하고 정상적인 국가정보기관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국정원 해체

둘째, 이석기 의원의 그룹 혹은 통합진보당은, 공당이자 대중적 정치조직으로써 자신의 지지자들과 국민들에게 이석기 의원 그룹의 사고방식과 행태에 대해 사과하고 자기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과거 민주노동당 내 일심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석기 그룹과 유사한 세력들은 ‘공안탄압 속에 희생된 동지를 어떻게 징계할 수 있나, 사건이 종결된 이후 우리 스스로 조사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해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부정부실선거로 인해 비례 1번 윤금순 후보가 사퇴하는 등 다른 세력이 정치적 책임을 질 때 이석기 당시 후보를 비롯한 일군의 세력들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여론재판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았고, 자기혁신의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릴 뿐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는 행태를 반복할 뿐이었다. 이번에도 ‘국정원의 날조모략이다. 과한 발언과 행태가 있었지만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레디앙>은 소위 이석기 녹취록이 조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진실이 그 10분의 1에 불과하더라도,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과 대중들에게 사죄하고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은 이번 사태로 날 것 그대로 드러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그룹의 발언과 사고방식, 지향을 보고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석기 의원 그룹은 지난 선거에서 통합진보당에 표를 주고 지지했던 대중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사기를 저지른 셈이다.

이석기903

사진 출처는 참세상

셋째, 그럼에도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찬성할 수는 없다. 발언과 사고방식, 표현과 사상을 단죄하는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내란음모죄라는 신종 ‘정치탄압법’을 꺼내 들었지만 법리적으로 이를 이석기 그룹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이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그의 사상과 표현을 단죄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는데, 내가 지지하지 않더라도, 내가 인정하는 입법기관이고 헌법기관인 현직 국회의원을 그의 발언과 사고방식을 이유로 체포하고 구속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근본에서 흔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 사상, 내가 지지하지 않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석기 그룹의 발언과 사고방식에 대한 심판은 그들을 지지했거나 선출했던 대중들에게 있다. 마찬가지로 통합진보당의 대중적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도 대중의 손에 달렸다.

국회 본회의

통합진보당과 이석기 그룹을 지지하지 않는 진보정치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이석기 그룹을 비판하고 차별화를 하는 동시에 대중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물론 진보세력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대중들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를 신뢰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국정원은 해체되어야 하고, 이석기 그룹은 정치적으로 단죄 받아야 하며, 국회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적어도 야당과 진보정당은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것이 <레디앙>의 생각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