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사를 인터뷰하다
[책소개] 『다시 교욱의 희망을 묻는다면』(윤지형/ 교육공동체 벗)
    2013년 08월 24일 01: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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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윤지형은 1989년 전교조 결성 당시 해직의 경험이 있는 초로의 교사이다. 그는 오늘의 교육 현실을 ‘캄캄한 밤길’에 비유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적인 학교의 변화를 현실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명의 나무로 서 있는 교사들을 만났고, 그들로부터 들은 삶과 교육 이야기를 기록했다. 우리 교육의 희망을 ‘교사’에게서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모두 15명의 교사들이 등장한다. 이상석, 조영선, 김경애, 허만웅 교사의 이야기는 ‘스승, 친구, 삶, 놀이’라는 학교가 회복해야 할 4가지 요소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범희, 박현숙, 고춘식, 조영옥 교사의 이야기는 잃어버린 학교의 원형, 즐겁고 행복한 수업 등 학교 변화의 희망을 보여 준다.

김영승, 심우근, 문희경, 한경숙, 정지영, 양혜정, 김은주 교사의 이야기는 교육 당국과 사학 재단의 폭력에 맞서고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분투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여전히 안주할 수 없는 교육 현실을 고발한다.

저자인 윤지형 교사는 이렇게 한 점 ‘불빛’처럼 빛나고, ‘샘물’처럼 존재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자신의 소명처럼 여긴다. 어설픈 희망의 언설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희망을 증명하는 교사들과 마주하며 누구보다 저자 스스로가 힘과 용기를 얻고 싶었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12년 10명의 교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과 1999년과 2002년, 2005년에 월간 《우리교육》에 [윤지형의 교사 탐구]라는 꼭지 이름으로 기고했던 5명의 교사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다듬은 것이다. 2012년 펴낸 《나는 왜 교사인가》의 후속편이기도 하다.)

“나는 운동가, 개혁가, 투사, 혁명가를 만나러 갔는데 발견한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

세상은 그럴듯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놀라운 변화 가능성을 보여 준 혁신학교도 있고 대안학교도 있다. 하지만 그 빛나는 성취를 이룬 학교들마저 한 점 불씨처럼 위태롭게만 여겨진다. 무언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문제는 결국, ‘교사’였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교사가 세상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그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다면 그런 교사와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교사, 존재의 이유]는 교사로서 존재론적 고민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화석이 되어 버린 스승과 제자,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되살리고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사들. 또 가난한 달동네 공부방과 입시 경쟁이 판치는 학교에서 놀이와 연극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과 놀이가 하나 되는 행복과 공동체적 삶을 경험하게 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부 [학교의 변화를 소망하다]는 ‘혁신학교’와 ‘교장 공모제’, 농어촌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통해 학교를 변화시키고 우리 교육에 ‘희망’의 단초를 제공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다.

3부 [교사는 분투한다]는 국가와 교육 당국, 사학 재단 등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웠고, 아직도 싸우고 있는 교사들의 증언을 담았다.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이자 야만의 기록이다.

일제고사를 반대한다고 교사를 해직하는 교육 당국과 사학 재단, 통일교육 세미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한 사법 당국,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학교와 동료 교사, 학부모, 심지어 선도부와도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교사의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이야기한다.

다시 교육

1부 – 교사, 존재의 이유

<분필과 제자, 저 ‘오래된 미래’를 살다>의 이상석 교사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낸 ‘스승’을 떠올리게 한다. 절도죄로 유치장에 갇힌 제자를 위해 장문의 탄원서를 검사에게 직접 전달하고, 졸업 후 사회로 내보낸 제자들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스승 말이다. 또 찾아온 제자들과 맛있게 소주 한잔 기울이고 스산한 삶을 위로해 주는 그런 스승 말이다.

이제 정년을 코앞에 둔 노老교사 이상석은 자신이 세상으로 내보낸 제자들을 다 모아 놓고 퇴임식을 치를 생각이다. 그 전에, 여전히 아이들을 살리는 참된 교육은 분필(수업)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아픈 마음을 어떻게 안아 줘야 하는지는 바로 그 분필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순결한 양아치’들이 나는 좋다>의 조영선 교사는 ‘참 교사-좋은 교사’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이른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가 친구처럼 평등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꿈꾼다. 그래서 그녀는 학생인권운동을 함께하는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조영선이란 이름보다 ‘우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앞의 이상석 교사가 ‘스승’이라는 전통적인 교사상의 전형이라면 조영선 교사는 ‘학생인권-친구’라는 새로운 교사상을 제시한다.

<물만골 처녀 선생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김경애 교사는 부산의 물만골이라는 가난한 달동네로 이사해 공부방을 꾸려 간다. 이사한 다음 날 수도가 얼어 씻지도 못하고 학교로 출근해야 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다. 그 속에서 스물아홉 살의 젊은 여교사는 방과 후에 마땅히 깃들 곳이 없는 물만골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놀기도 하면서 학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진실한 만남을 맺어 간다.

<‘소’는 축제를 꿈꾸고 ‘뭇별’들은 반짝이고>의 허만웅 교사는 ‘연극-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공동체적 삶을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시 경쟁 체제 속에서 병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사랑, 열정, 분노, 좌절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 차이에 대한 감수성 등을 체험하게끔 하는 데 연극만큼 훌륭한 매개체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2부 – 학교의 변화를 소망하다

<학교는 ‘혁신’될 수 있을까……?>의 이범희 교장은 경기도 혁신학교인 흥덕고등학교에서 우리 교육의 병폐를 극복하고 학교의 새로운 원형을 만들기 위해 동료 교사들과 노력하고 있다. 비평준화 지역의 신생 학교인 흥덕고는, 흡연과 폭력이 일상화된 곳이지만 체벌과 두발·복장 제한, 보충수업, 야자 등이 없다.

지난해엔 학생들을 낙인찍는 교사가 될 수 없어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 생활기록부 기록 지침을 거부했다가 감사와 징계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감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이범희 교장과 교사들을 지지해 주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진 것이다.

<교실에서 행복하시나요?>는 ‘수업’을 통해 학교를 변화시킨 박현숙 교사의 이야기다. 그녀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행복한 학교로 유명한 경기도 시흥의 장곡중학교를 앞장서 만든 장본인이다. 그 핵심은 교사들의 공개수업 문화였고 수업의 변화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교사-교장’, 그 오래된 경계를 넘나들다>의 고춘식 교사는 교장공모제를 통해 한성여중 교장이 되었고, 이례적으로 임기를 마친 후 다시 평교사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교장으로서 동료 교사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또 교장인 자신도 수업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유대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교장 임기 동안 매주 2~4시간씩 수업을 했고 시험 출제와 성적 처리까지 교사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했다. 관리자로서 교장의 역할만을 강조해 온 기존 학교 풍토에서 볼 때 그의 행보는 파격이었지만 신선한 자극이기도 했다.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위한 연가戀歌>의 조영옥 교사는 ‘작은 학교 살리기’를 통해 농어촌 교육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한다. 그녀는 농촌의 작은 학교에는 ‘익명의 아이들’이 없다고 말한다. 배움으로부터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고, 교사와 학생이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녀는 전교생이 17명뿐이던 경북 상주의 내서중학교를 전교생 50여 명의 학교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거대 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삶을 나누고 희망을 만들어 가는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부 – 교사는 분투한다

<그 시험이 나를 ‘시험’했지만>의 김영승 교사는 이른바 일제고사 관련 해직 교사이다. 법원은 1심, 2심, 3심에서 모두 ‘파면 무효’ 판결을 내려 김영승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그가 재직하던 사학 재단은 그를 재차 파면했다.

다시 법원은 ‘파면 무효’ 판결을 내렸지만 재단은 복직 대신 김영승에게 ‘재택근무명령서’를 보내 그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았다. 그는 4년 동안의 법정 투쟁 끝에 2013년 4월 꿈에 그리던 학교로 복직했다.

<학교, 이 바람 부는 저잣거리에서>의 심우근 교사는 그리스 신화의 시시포스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싸움은 한국 교육 현실이라는 거대한 적과의 기약 없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1987년 교단에 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생생활규정의 촘촘한 그물망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싸워 온 것이다. 2002년에는 학생생활규정이 학생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는 비단 학생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학교의 절대 권력자인 교장의 비리를 고발하고 감사원에 감사 요청을 하는 등 외로운 싸움을 벌여 왔다.

<‘전문직 노동자’의 길, ‘긴 숨’으로 간다>의 문희경은 투사적인 면모와 학자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다. 1986년 당시 사립학교 교사였던 그는 임신한 여교사에게 사직을 강요하고 법으로 규정된 출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사학 비리에 맞서 싸우다 해직된다. 이후 전교조 결성으로 두 번째 해직을 당한다.

그의 나이 마흔일곱에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아 만학의 길을 걷는다. 교직은 인격과 인격이 만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교육운동은 전문성을 중심에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나라’ 교사였다>의 한경숙, 정지영, 양혜정, 김은주 교사는 2009년 2월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해직됐다. 2005년 10월 전교조 부산지부 통일위원회에서 남과 북의 역사 인식을 비교·검토하는 학술 세미나인 ‘통일학교’를 기획하고 발제자로 참여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올 1월과 2월 이들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켜 왔는지 알고 있다. 사법적 판단은 종결됐으나, 통일학교 사건은 이제 역사와 정의의 심판을 남겨 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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