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지 않으면서
바꿀 수 있는 세상은 없다!”
[책소개] 『덴조의 칼』 (문호성/ 호밀밭)
    2013년 08월 24일 01: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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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교내 문학상 수상 이후 약 30여 년 밥벌이를 위해 글쓰기를 포기하고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다가 쉰 살 되던 해 계시처럼 다시 글쓰기를 시작해 내놓는 소설마다 연거푸 중량감 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며 선 굵고 장중한 소설들을 쉬지 않고 발표해 온 문호성 작가의 최신 장편소설.

일희일비하지 않고 유행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소설 세계를 차곡차곡 구축하고 있는 작가의 독창적 상상력이 이번에는 조선통신사 관련 문헌에 나오는 살인 사건에 대한 단 한 줄 기록과 만나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역사소설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조선통신사 시절의 사회상과 오늘날의 그것이 다르지 않으며 결국 국가와 민족 이전에 존재하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소통과 공감,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 신분제와 같은 사회적 장애와 기구한 운명에도 굴하지 않고 끝끝내 희망을 외치려 발버둥치는 인간의 의지와 힘에 대해 무게 있는 성찰을 보여준다.

정제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중간 중간 소설의 핵심 복선으로 기능하는 하이쿠(일본 고유의 짧은 시)들이 소설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덴조의 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칼 한 자루와 조선통신사 사이를 떠도는 돌 한 조각에 얽힌 살인사건. 그리고 두 사내의 숨 막히는 운명과 비극적 삶!

무너진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단 한 자루 칼에 자신의 운명을 건 대마도 통사 스즈키 덴조, 그리고 변변찮은 가문에서 태어나 좌절과 방랑을 일삼다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가 덴조를 만나게 되는 무관 최천종의 절박하고도 슬픈 인연이 다양한 소설적 장치들과 만나 이야기의 축을 끌고 나간다.

덴조의 칼에 새겨진 하이쿠와 그 속에 숨겨진 뜻을 파헤쳐가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소설의 또 다른 재미다.

경상도 무관이었던 도훈도 최천종을 비롯해 조선 후기의 문신 조엄, 김인겸 등 조선통신사의 실존 인물들을 내세운 실감나는 구성과 인물들이 바뀌어가며 저마다의 시점에서 화자가 되는 독특한 서사구조가 집중력과 긴장감을 높여준다.

무엇보다 해양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거칠고도 종잡을 수 없는 바다에 대한 묘사와 조선통신사의 해로에 대한 깊은 이해 및 통찰력이 수준 높은 박력과 감동을 선사한다.

조선통신사 관련 문헌의 단 한 줄 기록에서 출발한 상상력

작가는 일본 출장 중 우연한 기회에 조선통신사 시절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기록을 보고 이후 관련 문헌 및 자료들을 찾아가며 3년 동안 이 소설을 준비했다.

한일 양국의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요즘, 작가는 기존의 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시킨 이 작품이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한일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 혹은 발전적 화해의 아주 사소한 계기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나아가 하루하루 각박한 일상과 속도에 지쳐 다른 시공간을 바라보고 한번쯤 자신의 삶을 환기해보고자 하는 4, 50대 중장년층 남성들과 역사소설 애호가들의 관심도 기대된다.

그 바람만큼이나 이 소설에서는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되던 공식 외교사절 조선통신사를 둘러싸고 일어난 의문의 죽음과 이를 둘러싼 두 사내의 비극적 운명, 그리고 당대의 사회상이 소설 속 교차되는 화자의 시점들을 통해 긴장감 넘치는 속도와 아름다운 문장들로 묘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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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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