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살이 445억원 주식부자,
    60만명 학생들은 굶는 대한민국
        2013년 08월 23일 02: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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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점심밥을 굶어야겠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먹으러 가기도 귀찮고, 하루 한끼 안 먹어도 영앙학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기에.(어떤 악플러는 “배가 쳐 불렀네” 이렇게 댓글을 다시겠지만…)

    출근하기 전에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데, “대한민국 미성년자 268명이 주식 재산을 1억원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18일 재벌닷컴이 16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성년자(1993년 8월 1일 이후 출생자)가 268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25명(10.3%) 늘어난 수치다. 특히 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지난해 6명에서 올해 7명으로 1명이 늘어난 것을 포함해 10억원 이상 주식 부자가 지난해 80명에서 올해 105명으로 25명 더 늘어났다.

    내 아이들은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3학년, 둘인데, 주식이라고는 단 한 주도 없다. 아비가 물려준 것도 없고, 사서 챙겨준 것도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12살,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어떤 노동을 해서 12년 만에 445억원이나 되는 주식을 가질 수 있었을까? 당연히 조상 탓에 그리 된 것이지.

    결국 ‘조상탓’에 대한민국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커가는 미성년자 268명은 이미 1억원 이상의 재산을 거머쥐고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수백만 어린이, 청소년들은 한 푼도 없는 맨손으로 사회에 진출한다. 아니 맨손은커녕, 학자금 대출로 처음부터 빚쟁이 신세로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공정한 사회, 결과에 승복하고 재기가 가능한 한국사회” 어디서 많이 들은 이야기 같은데….. 완전한 거짓말인 셈이죠

    박1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로 대물림되는 부를 통해서 9살짜리 어린이가 180억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떵떵거리는 이 땅에서 그 또래의 아들 수십만명이 끼니를 때우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공화국의 현실을 돌아본다.

    “얼마나 굶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2009년도에 낸 541억원 낸 거를 보면 각 지방정부에 30억, 40억 이렇게 배분을 했고요. 그때 지원받은 학생들이 25만명이거든요. 왜 이걸 지원하게 됐냐면 원래 학교에서는 교육청 예산으로 빈곤층 학생들 급식 지원하잖아요. 60만명이 넘습니다.”(정관용 시사프로그램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박2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 입구에 설치된 전국에서 유일한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면 자동으로 벨소리가 울린다. 누군가 또 아기를 몰래 놓고 사라진 것이다.

    이 교회의 정영란 전도사는 “최근 1주일 새에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기가 6명”이라며 “2009년 박스를 설치한 뒤 280여 명의 아기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200명가량이 지난해 8월 이후 들어왔다”고 말했다.

    5살짜리 딸에게 95억9천만원의 재산을 챙겨준 아버지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어 갓 태어난 아이를 이렇게 버려두고 가는 그 부모들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것인가?

    2012년 8월 1일 한국교육개발원의 ‘사교육비 추이 및 추세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 도시근로자 가구 가계조사를 기준으로 소득하위 10% 가정의 사교육비 대비 소득상위 10%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액은 2000년 6.3배에서 2010년 14.6배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소득상위 10%는 월 16만5,339원을 사교육비로 썼는데, 2010년에는 38만2,092만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소득하위 10% 가정은 2000년 월 2만6,348원에서 2010년 2만6,122원으로 거의 비슷했다.

    결국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소위 SKY대학은 서울 강남지역과 가진 자들의 자식들로 채워지고, 부의 대물림, 학벌의 대물림, 학맥의 대물림, 권력의 대물림이라는 대한민국공화국의 자본주의 역사에서 가난과 빈곤의 대물림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별로 밥맛이 없어지는 진실들이다.

    그런데 어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가 구속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두환의 두 아들과 딸이 곧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고 한다.

    12.12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80년 5월 광주민중들을 피범벅으로 짓밟아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수천, 수조원의 비자금을 불법으로 조성했던 독재자 전두환의 말로가 추악하게 뭉개지는 요즘이다. (물론 검찰이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대선 불법행위를 가리기 위한 대국민 선전용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데, 전두환의 군사정권에 폭력과 탄압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민중들의 삶을 도탄으로 빠뜨릴 그 당시, 1984년 무렵, 내가 막 사회로 진출하던 그 시절, 우리 귀에 익숙했던, 너무나 익숙했던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이 생각난다.

    독재자의 폭정을 가리고, 국민들의 절망과 분노를 다스리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부추겨 당시 정권에 대한 충성심으로 만들기 위해 국민들의 정신을 얼마나 홀렸던가?

    라디오, 텔레비젼, 경기장 응원가, 영화관, 심지어 시골동네 마을방송까지 연일 흘러나온 그 노래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

    지금 이 시간, KBS, MBC, SBS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종편들까지 민주주의를 지키고, 헌법적 가치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 촛불을 든 시민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권력의 눈치나 살피면서 2013년 버젼의 ‘아, 대한민국’을 준비하고 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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