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거리의 선택에 대하여
    [잡식여자의 채식기-8] 자아의 만족 위한 식생활 넘어야
        2013년 08월 22일 03:4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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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생협 조합원이다. 2년쯤 전에 동네에 생협 매장이 생겼다. 출자금 3만원을 내고 가입을 했다. 유기농, 저농약 먹거리, 합성첨가물을 넣지 않은 먹거리와 생활재들을 취급하다보니, 대형할인마트보다 가격이 좀 있긴하다.

    그런데 꾸준히 쓰다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게.. 쌀이나 야채 가격은 연중 변동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싸다고 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비가 많이 와서 과일값이며 야채값이 비싸다. 할인마트에 가보면 캠벨포도 2kg박스가 2만원 정도인데 생협 포도는 저농약 혹은 무농약이 1만 5천원이다.

    그리고 억지로 익히거나, 저장을 위한 별도의 처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과일의 향이 살아있다. 어느 날은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이빨 빠진 초딩 시절 먹었던 여름 복숭아의 향이 느껴졌다.

    어느 생협매장의 모습

    어느 생협매장의 모습

    나에게는 집에서 지근거리에 있는 생협이 참 소중하고 고마운 곳이다. 어느 정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식자재를 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낙타는 몇 가지만 사도 2~3만원 나오는 영수증을 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더 가관이다.

    “여보, 우리 집은 엥겔지수가 100에 가깝겠소. 식비로 100만원은 넘게 드는 것 같아요”

    유식한 척은 다 하면서 단위 하나도 잘 모르는 무식자다. 엥겔지수는 수입의 100%를 썼을 때 1이다. 100이면, 수입의 100배를 죄다 쳐먹는데 썼다는 말인데, 배울 만큼 배웠으면서, 단위 하나 제대로 모른다. 암튼 직불카드 사용 문자를 받을 때마다 하는 클리쉐한 레파토리에 나도 다 대응책이 있다.

    우선, 낙타 너님이 사 나르는 전문서적과 제본비가 매월 100만원은 족히 된다는 것과(여기서 분노 조절을 못하면 눈에 시뻘건 불 켜고 ‘왜 학교에서 빌려다 안 보고, 쌓아둘 곳도 없고, 읽지도 않으면서 사 나르느냐고 무한재생).

    둘째, 어린 시절 노출되는 중금속과 독성이 체내에 남아 인생후반부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지금 안전한 먹거리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의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대한 투자와 매한가지라는 사회과학적 지식의 나열.

    셋째, ‘홍이나 내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먹거리를 먹고 드러누우면, 너님이 제일 힘들지 않겠어?’ 하는 산뜻한 위협 등이 있겠다.

    채식 혹은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한다는 것은 종교, 신념, 건강상의 이유가 있다.

    위의 범주에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나는 여기에 공정한 방식으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선택까지 포함하고 싶다. 미국산 밀가루도 동물성이 아니니까 “노 프라블럼” 중국산 찐쌀로 만든 도시락도 “메이요원티”가 아닌 것이다.

    몸뚱아리와 정신머리를 깨끗하게 하는 일을 채식을 통해 추구한다면, 사회에서 먹거리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소비하기에 고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소비하는 방식만큼 용이한 것도 없다. 고고한 자아의 만족을 위한 식생활을 넘어, 거기에 약간의 사회성 내지는 사회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입혔으면 좋겠다.

    얼마 전 낙타가 미국산 GMO 옥수수로 만든 씨리얼을 사왔다. 싸다구. 자기가 다 먹겠다고 했다. 한번 먹더니 뾰루지가 났다고 안 먹는단다.

    내가 잔소리할까봐 베란다 어디 구석에 숨겨놓은 것을 봤다. 음식을 워낙 신성하게 다루니 당장 버리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한 몇 년 잊어버리고 거기 묵혔다가, 베란다 청소할 때 발견하고는 양심의 거리낌없이 버리겠지? 어떻게 할지 두고 볼 일이다.

    필자소개
    ‘홍이네’는 용산구 효창동에 사는 동네 흔한 아줌마다. 남편과 함께 15개월 된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직장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느라 집안은 늘 뒤죽박죽이다. 몸에 맞지 않는 자본주의식 생활양식에 맞추며 살고는 있지만, 평화로운 삶, 화해하는 사회가 언젠가 올거라고 믿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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