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폭력 재벌에는 무기력
노동자들에게는 잔혹
[기고] 철탑 내려와 병실에서 8.31 희망버스를 기다리며
    2013년 08월 22일 03: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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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의 기세가 멈출 줄 모르는 울산, 지금 저는 철탑이 아닌 병실에 있습니다. 철탑에서 내려온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디스크와 땅 멀미 때문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고 있습니다.

철탑의 시간이 길어지고 고통이 심해지면서 같이 있던 병승이 형과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해지기도 했습니다.

7월 20일 서울에서 제주도, 멀리 해외에서 현대차 울산공장과 철탑을 찾아주신 분들의 마음으로 296일이라는 시간을 견뎌내고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땅에서 올려다 본 25m 까치집은 우리가 10개월이란 시간을 그 곳에서 보냈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질 정도로 아득했습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도 만나뵙지 못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현대차 아산공장 박정식 열사를 찾아뵙고 좋아하는 술 한 잔 따라드리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바로 병원으로 와야 했습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296일 동안 길들여진 나의 몸은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습니다. 철탑에서 생활했던 자세를 버리지 않으면 회복되는 것도 느려진다고 하는데 보름이 지난 지금은 허리의 고통보다도 아무런 성과도 없이 내려온 나 자신이 야속하고 미련이 남습니다.

아무 성과 없이 내려온 나 자신이 야속

현대차가 써준 대로 언론은 희망버스를 폭력으로 몰아갔습니다. 과연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진짜 폭력일까요?

2010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며 현대차 울산1공장 점거파업을 벌이고 있을 당시 저는 2공장에 홍보물을 나눠주기 위해 깁스한 다리를 이끌고 늦은 밤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그 때 6명의 현대차 관리자가 저를 납치했고, 무려 3시간 동안 150만평 공장의 구석진 곳에서 집단구타를 당했습니다. 왼쪽 고막이 파열됐고 심한 외상을 입어 3주간 병원신세를 져야했습니다.

작년에는 사내 현금지급기에서 총무부장과 함께 돈을 찾고 있다가 대형버스에 실려서 30명의 관리자와 용역들에게 집중구타를 당하고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인근 꽃바위 근처에 마치 쓰레기 버려지듯 내동댕이쳐졌습니다. 우측 어깨 염좌와 심한 외상으로 또 3주간 병원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현대차 관리자들에게 납치당해 집단폭력을 당했던 기억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날에는 병원에 병실이 없을 정도로 많은 조합원들이 관리자와 용역들에게 맞아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현대차가 동원한 용역, 관리자들에 의해 심야에 납치 당해서 집단구타를 당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처벌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니, 2010년 집단폭행한 관리자들은 전부 진급을 했습니다. 어떤 언론도 현대차가 비정규직에게 가한 폭력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사진은 금속노조

사진은 금속노조

2010년 현대차 사측의 폭행과 린치에 대한 규탄 회견 자료사진

2010년 현대차 사측의 폭행과 린치에 대한 규탄 회견 자료사진

철탑에서 내려와 우리 비정규직 조합원들과 마음 편하게 밥 한 끼조차도 할 수 없었습니다. 현대차에게 살인적인 폭행을 당하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구속된 강성용 수석부지회장과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많은 조합원들 때문입니다. 철탑농성은 해제가 됐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속될지 모릅니다.

폭력의 온상인 현대차가 희망버스에게 폭력을 말합니다. 10년 동안 온갖 불법을 저질러온 정몽구 회장이 희망버스에게 불법을 말합니다. 불법과 폭력을 바로잡아야 할 정부와 경찰은 정몽구와 현대차에게는 손 끝 하나 대지 못하고, 희망버스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화풀이를 있습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불법과 폭력의 온상인 현대차에는 손 끝 하나 대지 못하면서

8월 16일과 21일에 불법파견 특별교섭 실무교섭이 있었습니다. 희망버스와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를 불법과 폭력으로 몰던 회사가 교섭에 나와 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하자고 합니다. 희망버스에 함께 해 주신 분들의 관심과 연대 때문에 교섭의 자리도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신규채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자연감소 인원을 당연히 충원해야 하는데도 불법파견 문제를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불법과 폭력의 주범이 희망버스와 비정규직인지, 현대차와 정몽구인지 진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폭력은 중단되어야 하고 불법은 바로잡혀야 합니다. 10년 동안 온갖 탄압과 고통을 견뎌온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의 손을 내밀어준 희망버스가 마음을 모아 불법과 폭력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현대차를 필두로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삼성전자, 이마트, 케이블, 인천공항 등 전국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불법과 폭력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현대차에서 그 물꼬를 터야 합니다.

다시 한 번 희망버스가 힘을 발휘해 현대차가 그동안 저지른 폭력의 대가를 반드시 치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고 8월 31일에 함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필자소개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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