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예산 개입 전략, 지금 시작해야!
        2012년 06월 11일 12: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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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무상급식 실시, 정부 무상보육 확대, 국민들의 무상의료 요구 등 복지수요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선성장 후분배’ 논리에 밀려 외면되어 왔던 분배정책에 대한 확대 요구는 이제 봇물 터지듯 넘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여기저기서 복지 슬로건은 넘쳐 나지만 정책의 쌍두마차격이라 할 수 있는 예산에 대한 관심은 그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2012년 정부의 복지예산 지출 규모는 92.6조원으로, 정부 총지출 규모 325.4조원 대비 28.5%에 달한다. 이 예산은 작년 12월 31일 국회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당시 통과될 것이라 믿었던 기초노령연금 증액 예산은 정치권의 야합에 의해 반영되지 못해 큰 논란을 낳기도 했다. 국민들의 요구대로 복지예산이 반영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복지예산 확대 요구를 해야 되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11월쯤 되면 언론을 통해 국회에서 벌어지는 예산 논쟁을 보게 된다. 때문에 이 때를 예산을 결정하는 주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물론 한편으로 맞는 말이다. 헌법 제54조에 따라, 예산의 심의․확정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은 오직 국회의 심의․의결에 의해서만 확정된다.

    그러나 예산의 편성․제출권은 정부에게 있다. 이 역시 헌법에 규정된 권한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 즉 10월 2일까지 국회에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한다.

    게다가 헌법 제57조에 의하면,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권한을 가지지만, 예산을 증액하거나 신규사업을 결정하려면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정부 예산편성이 끝난 후의 국회를 통한 개입은 2차 개입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정부는 언제 예산을 편성할까? 국민 요구가 예산편성 때부터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의 예산 편성 시기를 우리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 예산은 3년의 주기를 갖고 있다. 올해 예산은 작년에 결정되어 올해 집행되고, 다음연도에 결산이 진행된다. 따라서 예산이 잘 짜여졌는지, 제대로 집행되었는지를 확인하려면 3년을 바라보고 개입해야 한다. 예산에 대한 일상적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자.

    올해 각 부처에서 내년도 사업예산을 편성하는 시기는 5월~6월, 바로 지금이다. 각 부처는 4월 30일날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보 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도 예산요구서를 6월 30일까지 작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서 제출한 예산요구서를 가지고 9월말까지 각 부처 조정, 국무회의 등을 통해 정부안을 확정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 편성은 조금 더 빠르다고 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은 대부분 중앙정부의 국고를 보조받는 매칭펀드 사업이다. 국고보조금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5월 31일까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다.

    때문에 보통 시민사회의 요구가 이 시기에 반영되지 않으면, “돈이 없어서 못한다”, “힘이 없는 부처이니 기획재정부를 압박해 예산을 확보해 달라” 등의 답변만 들을 뿐이다. 그나마 각 부처에서 시민사회 요구를 직접 반영해 예산안을 작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때이기도 하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이 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2011년 정부 예산안에서 무상급식 예산은 0원이 되어 버린 적이 있다.

    그나마 당시에는 4대강예산, 형님예산이 쟁점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복지예산 확대 요구가 거셌던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예산 확대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기조가 자연증가분에 의한 최소한의 지출, 잔여적 복지, 복지시장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4대강 사업, 부자 감세 등으로 인해 국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늘어나는 복지 요구를 외면해 왔다.

    현재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와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 현상과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학적 변화,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의 급격한 확대, 가족의 역할 및 구조 변화 등 기존의 복지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며, 이에 따라 복지재정의 적극적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한 복지재정 규모 역시 확대할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정부의 복지정책 개입에 앞서 우리가 지향하는 복지의 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점이다. 복지정책 확대 요구는 양적인 확대로 얘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부 재정이 투여되고도 복지시장화로 연결되어, 또다시 복지 양극화, 지역 양극화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건강보험에 많은 돈이 투여되나, 의료 공급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급여 항목의 증가, 국공립시설 확충보다 보육 시장화로 연결되는 예산 투여 방식, 노인장기요양서비스 및 활동보조서비스를 포함한 사회서비스 시장화 등이 바로 대표적 예이다. 때문에 모든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받도록 복지공공성을 이루는 방향으로 복지예산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의해 나라의 주요정책과 예산이 결정되는 구조는 답이 아니다. 말로만 서민을 외치다가 일방적 행정과 정치적 야합에 의해 예산이 통과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민이 뽑은 정부와 국회이지만, 제대로 잘 하는지 감시하려면,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국민들과 시민사회의 복지예산 개입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필자소개
    조승수 전 의원실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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