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북은 하지마라"
    [타인의 삶]여섯번째-중국의 한국어 강사 주성치씨 ②
        2013년 08월 22일 02:1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 [타인의 삶]여섯번째-중국의 한국어 강사 주성치씨 ① 기사 링크

    ***

    중국이 더럽다는 편견 “환경적, 문화적 상대성 모르고 하는 소리”

    장여진: 중국에 가기 전에 있었던 편견 중, 직접 생활해보니 깨진 것들도 있나?

    주성치: 중국이 유교의 나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확실히 아니더라. 오히려 한국이 전 세계 최고의 유교 나라더라. 이건 좋은 의미로 ‘최고’라고 말한 게 아니다. (웃음)

    정말 나한테 쇼킹한 일이었는데 선생과 제자 사이가 친해지면 학생들이 선생한테 ‘우리는 친구’라는 말을 굉장히 자주 한다. 중국에서 친구의 의미가 나와 굉장히 친한 사람, 가까운 사람이더라. 한 번 친구면 평생 친구라는 개념도 있고.

    한국에서 친구라고 할 때는 무조건 동갑이지 않나. 심지어 한달 차이로 빠른 생일이네 뭐네 하면서 거기서 다투기도 하고. 중국 학생들은 이걸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한다.

    장여진: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는 편견이 지저분하다, 더럽다라는 건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성치: 먼저 반문하고 싶다. 한국의 8~90년대는 얼마나 세련됐었냐고. 지금 당장 홍대 가봐라. 거기가 정말 아름다운 거리냐.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내가 있는 곳은 중국의 북쪽 지역인데 상수도 시스템이 완비되어 있기는 하지만 물이 부족하다. 중국인들이 씻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물이 부족한 환경이다.

    일제시대 때 일본 사람들이 ‘조센징들은 냄새나고 더럽다’고 비난했지만, 일본은 기본적으로 습기가 많은 나라여서 하루에 몇 번이나 씻지 않나. 한국은 일본보다 선선한 기후이니깐 죽어라 목욕할 필요가 없던 나라다. 등목 정도나 하지. 그때 정말 한국인이 더러웠던 게 아니라 문화적인 상대성이나 환경적 차이가 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건 검토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평가한 것이다.

    시민사회의식 같은 것들도 어찌보면 경제발전에 따라오는 측면들도 있는 건데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중국을 저평가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한국에 유학 같다온 학생들이 하는 말이 한국인 친구들이 자신들을 가난하다고 취급하더라고 불쾌해하는 것이다.

    우리 머리속에 중국은 농사 짓는 장면이나 산속의 오지를 생각하지만 현재 중국의 대표적인 모습은 베이징과 상하이이다. 두 도시는 한국보다 훨씬 발전한 국제적 도시이다. 그 둘 사이에서 한국 사람들이 접점을 못 찾는 거다. 누가 한국을 소가 농사 짓고 똥 퍼서 밭에 뿌리는 나라, 개를 먹는 나라라고 계속 비하한다면 한국인들도 그거 비하 발언이라고 서울을 보라고 말하지 않나.

    똑같은 거다. 한국인들은 환경적, 문화적 다양성을 너무 인정하지 않는다. 가끔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과 밥 먹을 때 곤란할 때가 많은데, 이를테면 내가 닭머리 꼬치가 어떤 맛일지 궁금해서 주문하면 그거 안 시키면 안되냐고, 쳐다도 보기 싫다고 혐오한다. 자신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건 다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문화를 혐오하는 게 오히려 이해가 잘 안 된다.

    이제는 다른 한국인이 중국인을 비하하면 내가 중국인들처럼 화를 낸다. 특히 내 앞에서 짱개라고 부르면 정말 화가 난다.

    중국 청도시의 시장 풍경(출처는 chiculture.egloos.com/3578059)

    중국 청도시의 시장 풍경(출처는 chiculture.egloos.com/3578059)

    중국인들 앞에서 대자로 드러누워 땡깡 피운 사연

    장여진: 중국에서 이방인으로 느꼈던 서러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주성치: 중국에 한 놀이단지에 놀러갔는데 저 멀리 번지점프대에서 와이어를 타고 해변까지 활강하는 놀이기구가 있어 그걸 탔다. 그런데 활강 도착지에 아직 사람이 매달려 있었는데 날 출발 시켰던거다. 결국 전속력으로 그 사람과 부딪혔다.

    난 머리를 부딪혀 내려와서 혼자 셀프 뇌졸증 검사하고 그랬다. 눈감고 1부터 10까지 세보고, 다시 눈 뜨고 보이는 색깔 하나하나 맞춰보면서. (웃음) 그런데 거기 중국인 직원들이 ‘괜찮냐’고 한 마디 물어봐서 내가 ‘괜찮다’고 말하니 그냥 가버리는 거다. 그러니 오히려 근처에 있던 중국인 할머니들이 그 직원에게 막 항의하니깐 그래도 그냥 가버리는거다. 할머니들이 다시 나한테 와서 ‘너 지금 그냥 가면 나중에 머리에 문제 생겨도 치료 못 봤는다, 지금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해주더라.

    그래서 다시 직원들을 찾아가서 내 머리에 문제가 있으면 병원 치료를 해주겠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면서 못 주겠다고 화를 내더라. 나는 말도 잘 안 통하고 혼자 있었는데 얼마나 억울하고 서러웠겠나.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을까?

    장여진: 경찰에 신고?

    주성치: 아니. 바닥에 드러누웠다.

    장여진: 굉장히 한국적이다. (웃음)

    주성치: 사무실 입구에 드러누워 머리 아프다고 막 뒹구니깐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오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그 직원들이 지금 병원가서 검사하라고, 그런데 이상이 있으면 돈 주고 없으면 못 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드러누웠다.(웃음)

    그러니 한국돈으로 약 10만원 가량을 줄테니 그 돈 받고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말라더라. 그래서 내가 이정도면 내가 할 만큼 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목숨값이 10만원은 더 나갈 것 같더라. 북경오리 파는 고급식당 가면 오리 2마리가 10만원인데 내가 그거보다는 더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당신들과 같이 병원가서 진단 받은 뒤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고 하면 돈을 달라고 안 할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 직원과 병원에 갔는데 이 직원이 의사한테 자꾸 ‘이 사람이 내 친구인데 머리가 아프다’고 설명하더라. 그래서 내가 의사한테 손짓 발짓 다 사용하면서 그 직원이 내 친구가 아니고, 이래저래해서 사고로 머리를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 의사가 그 직원한테 네가 뭔데 왜 이 사람 머리가 괜찮다고 그러냐고 뭐라한 뒤 CT를 찍자 하더라. 결과는 멀쩡했고 약속대로 돈을 요구 안 했다. 다만, 그 놀이기구가 안전하고 재밌을 꺼라는 기대 때문에 탄 건데 재밌지도 않고 안전하지도 않았으니 환불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그 환불 받은 돈으로 그보다 더 비싼 보드카 사서 마셨다. (웃음)

    장여진: 중국 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건 무엇인가?

    주성치: 뭐 말이 안 통하는 거지. (웃음)

    “월북은 하지마라” 가족 반대, 앞으로 어떻게 살지는 여전히 고민 중

    장여진: 신방과 출신이 우연히도 한국어 강사까지 하게 됐다. 일련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주성치: 아, 정말 내가 막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아도 되나 싶은 거.

    그런데 내가 이게 고민이다. 지금 하는 일이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건데 내 스스로 정한 정년이 60세까리가 했을 때 앞으로 재계약을 30번을 더 해야 한다. 그걸 생각해보니 좀 까마득하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교수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깐.

    자금적인 측면도 있다. 나는 내 인생에서 결혼이나 출산, 그런 카테고리를 만들어 본 적이 전혀 없는데, 만약 내가 그걸 하게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책임의 영역이니깐. 그때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더 깊게 하고 싶은 욕망도 굉장히 크고.

    사실 그런 것 때문에 머리만 복잡해지니 한국에 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다. 존경하던 교수님이나 나같이 떠돌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어떤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라고 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현실에 충실하라고 한다. 현실에 충실하다보면 내가 준비된 사람은 아니지만 길이 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고. 다 맞는 말 같다. (웃음)

    장여진: 중국생활에 대해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주성치: 워낙 반공교육을 오래 받으신 분들이라 걱정이 많으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에 대해 2가지 걱정이 있다.

    첫째는 공산주의 하면 북한을 떠오르지 않나. 신변이나 안전, 문제 등에 걱정을 많이 하신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반대로 이번에 한국 왔을 때 외삼촌이 나한테 한 말이기도 한데. ‘월북하지 마라’고 하더라. (웃음) 나는 박씨 부녀 만큼 김씨 부자도 싫어한다. 그런데 내가 왜 굳이 그 길을 넘어가겠나. 요새 사상검증한다고 ‘김정일 개새끼’ 해보라고 하던데 나는 김정일 개새끼, 박정희 개새끼라고 말할 수 있다. (웃음)

    장여진: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에서 하지 못 한 말, 이건 꼭 해야겠다는 말 있으면?

    주성치: <레디앙> 정도 읽는 사람들이야 뭐 안 그렇겠지만 중국에 대한 잘못된 편견들을 가지는 것에 굉장히 기분 나쁘다.

    중국에 대해 만약 경쟁의식을 느껴서라면 조롱이나 무시할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정확히 봤으면 한다. 한중일은 운명 공동체이다. 내가 일본을 쌍욕을 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세 나라는 떨어질 수 없다.

    당신들이 보고 있는 걸 중국인들도 얼마든지 다 볼 수 있다. 당신들이 ‘대륙의 시리즈’ 같은 거 보면서 낄낄 될 때 마찬가지로 중국도 그만큼 한국에 대해 얼마든지 조롱할 수 있다는 거다.

    문화적으로 K-pop같은 거 팔아먹는 거 그렇게 좋아하면서 외국문화가 들어와서 다문화 되는건 싫다는 태도도 도대체 어느나라식 태도냐. 경제적 관점으로 접급하자면 과연 누가 우리 문화를 팔아주고 있냐. 누가 가장 좋아하고 소비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끝>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