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마음 가득하지만
그래도 동지들을 기다립니다.
[기고]땅을 밟고 처음 맞이하는 쌍용차 범국민대회
    2013년 08월 21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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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의 시간이 된 쌍용차투쟁,

이제야 올바르게 땅을 밟고 서서 동지들을 만나보려 하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상균입니다.

정부와 쌍용차 자본이 공모하여 저지른 쌍용차 기획부도와 회계조작은 3,000명의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내몰았고, 벌써 5년의 시간이 되었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009년 당시 우리는 억울하게 공장을 쫓겨날 수 없어 고립된 공장에서 주먹밥으로 허기를 때우며 사투를 벌였고, 정리해고만은 막아보겠다고 저항했지만 죄스럽게도 우리는 정리해고를 막아내지 못했고, 쓰라린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노조 파괴와 노동자 탄압의 도구로 악용된 정리해고는 쌍용차에서 24명이라는 죽음을 불러왔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어딘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지금도 수천, 수만의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자는 이 땅의 양심과 정의, 연대의 함성이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동지들의 손을 잡고 싸울 수 있다는 것이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행복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상균

평택 철탑 농성에서 내려온 한상균 전 쌍용차 지부장과 김정우 지부장의 모습(방송화면 캡처)

전국의 동지여러분, 그리고 함께하고 있는 많은 시민여러분!

동지들이 눈보라와 악천후를 뚫고 평택공장과 송전탑, 대한문으로 수없이 달려와 주었는데 또 다시 달려와 달라고 하는 것이 한없이 염치없고 죄송한 마음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끝내고 싶고,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또 다시 동지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쌍용차 범국민대회를 힘차게 치르기 위한 대회조직위원 신청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어 한없이 기쁘기도 합니다. 이 같은 결과는 “민주주의를 짓밟는 것이나 노동자를 짓밟는 것이 다르지 않다”라며 대한문과 시청광장에서 줄지어 서서 마음을 보태주시고, 그리고 시민, 종교계, 사회단체, 각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형식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직해주신 결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 힘을 바탕으로 좌절과 굴종의 시간을 종지부 찍고 대 반격의 시작임을 알리고자 합니다. 동시에 노동자, 시민사회가 24일 서울역 쌍용차 범국민대회를 힘 있게 성사시켜 쌍용차사태 해결을 넘어 감옥에 있는 김정우 지부장 석방과 종탑, 그리고 구천을 떠돌고 있는 열사들의 한을 푸는 전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대회로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의 바람은 작은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대한문에서 미사를 올리고 기도를 해주시는 수많은 종교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수많은 시민분들, 해고와 손배가압류라는 사슬에 얽매인 해고노동자들이 이제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쌍용차가 정리해고와 죽음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장이 될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권은 국민과 노동자의 절규를 외면하고 대선전 약속한 쌍용차 국정조사마저 저버리고 해결의 실마리마저 찾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대통합과 행복시대는 노동자들이 탄압의 대상일 뿐 재벌만을 위한 정부임을 자청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우리는 투쟁밖에 달리 선택의 길이 없습니다.

시대의 아픔이 되어버린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쌍용차 노동자들 주저함 없이 전진해 나가겠습니다. 그 길에 함께 힘을 모아주셨으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8월 24일(토) 서울역 ‘쌍용차 범국민대회’에 벅찬 가슴을 안고 기다리겠습니다.

모두들 어려운 조건에 놓여있어 미안한 마음 가득하지만, 손에 손잡고, 하반기 투쟁의 포문을 함께, 그리고 당당하게 열어갑시다.

지면을 빌어 분에 넘치게 연대와 사랑을 주신 그 마음에 감사드리며, 웃으면서 동지들을 기다리겠습니다.

2013년 8월 21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상균

필자소개
쌍용차지부 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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