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정치: 지도자 충원의 다양화
    [중국과 중국인] 제도와 기구의 변화와 역할 주목해야
        2013년 08월 20일 10:08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중국 정치의 인적·구조적 변화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중국 외부의 평가는 상당히 인색하고 또 평가방식 역시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 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세력의 적 또는 위험세력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정치의 장기적 전망보다는 파벌과 권력투쟁에 대한 해석으로 일관하면서, 주요하게는 5년마다 개최되는 당 대회와 10년 주기로 교체되는 최고 지도부의 구성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몇몇 세력들의 경쟁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그러나 중국정치는, 아니 중국공산당의 권력행사 방식은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로 그리고 몇몇 최고 지도부의 자의적인 후임자 선택에서 중앙과 지방에서 다양한 행정 경험을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국영기업 등에서 이윤 창출과 대외무역을 통한 국제적 협상을 경험한 경영자 등을 중앙과 지방의 요직에 등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변화·제도화하고 있다.

    마오쩌뚱의 제왕적 권위에 의한 후계자(또는 차세대 지도부) 선발 방식은 그의 사망과 함께 중국정치에서 사라졌으며 떵샤오핑이 중심이 된 개혁개방의 지도부는 마오쩌뚱 시대의 혁명 1세대들에 의해 수립된 특히 최고위 지도부에 적용된 종신 임기제에 가까운 임기제를 개선하고 동시에 기존의 기득권층인 혁명 1세대들의 후예들(대표적으로 쟝쩌민과 리펑) 대신에 일반 평민 출신의 인재를 발탁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방과 중앙에서 단련을 거친 후 중국정치의 핵심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시진핑의 전임이었던 후진타오(총서기)와 원자바오(총리)를 비롯한 평민출신 간부들이며, 이런 내용은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집권 10년 동안 자신들이 직면한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 특히 중국정치의 가장 강력한 기득권 세력인 혁명 1세대의 후예, 즉 태자당 세력의 견제를 극복하기 위해 의도적이든 아니든 능력에 의한 간부충원제도와 고위간부의 임기제 등을 법제화했다.

    소위 말하는 공청단(共靑團)파가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다. 사실 중국의 정치세력들이 어떤 특정 정치이념으로 뭉치게 된 것은 아니다.

    샹하이방은 혁명 2세대인 쟝쩌민이 샹하이에서 갑작스럽게 발탁되어 중앙정치의 핵심으로 임명되면서 자신의 정치적인 심복들을 중심으로 일시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쟝쩌민의 퇴장과 함께 이미 중국정치, 특히 중앙정치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소멸의 과정에 있다.

    또 다른 세력인 태자당은 실체도 확실하지 않다. 현 총서기인 시진핑이 혁명 2세대 출신이고 최고 핵심기구인 당 중앙정치국에 혁명 2세대 출신의 정치인들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일반적인 분류방식으로 구분하더라도 시진핑과 다른 길을 걸어왔다.(예를 들면 전국정협(全国政协)주석인 위정셩(俞正声)은 샹하이방으로, 국가부주석(中华人民共和国副主席)인 리유엔차오(李源潮)는 공청단파로 후진타오의 직계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이 어려서부터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혁명 2세대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혁명 2세대들이 대거 진출한 인민해방군과 경제 분야와는 달리 정계에는 중앙과 지방의 요직에 산발적으로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정치세력으로 지속적으로 존재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오히려 더 주목해야할 세력은 합법적인 공산당의 인력양성소인 공청단파와 전문직 관료를 거쳐 고위직으로 진출한 직업공무원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최근 주목되는 흐름은 대기업 경영 경력이 있는 인물들의 중용이다. 쟝쩌민이 3개 대표론(공산당이 기업가, 지식인 및 민중들의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이 자본가들의 이익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후 자본가들의 입당이 허용되었으며, 기업의 경영주들이 공산당 대회에 대표로 참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당과 정부의 요직에 임명되고 있다.

    2013년 6월 헤이롱장(黑龙江)성 성장으로 임명된 루하오(陆昊)와 역시 2013년 3월 공청단 제1서기로 임명된 친이즈(秦宜智)가 대표적인 예이다.

    투하오

    투하오 헤이롱장성 성장

    공청단은 중국공산당의 차세대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당의 핵심기구로 이전까지 공청단의 최고 지도부는 대다수가 공청단의 하부 조직에서 성장한 인물들이 임명되었는데 루하오가 그 선례를 깨트렸다.

    루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베이징에 있는 모직 및 방직물 관련 공장에서 재직하다 서울의 용산 전자단지에 비견되는 베이징 중관춘 과학기술구(中关村科技园区)의 책임자와 베이징시 부시장 그리고 공청단 제1시기를 거쳐 헤이롱장 성장에 임명되었다.

    루하의 후임으로 공청단 제1서기에 임명된 친이즈 역시 열에너지와 보일러 계통의 기술자와 책임자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후 현직에 임명되었다.

    친이즈

    친이즈 공청단 제1서기

    이들 두 명의 사례로 중국정치의 또 다른 변화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들 두 사람의 공청단 제1서기 임명과 이를 통한 지방 요직으로의 진출은 어쨌든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미 중국이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상황에서 정치와 경제에 정통한 정치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의 순환도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중앙과 지방의 인적 교류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중앙과 지방을 고루 경험한 인물들만이 당과 정부의 최고위층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화되고 있다.

    마오쩌뚱 같은 절대적인 지도자가 더 이상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표면적인 정치기구들을 장악하고 있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중국정치를 올바로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오히려 변화하는 제도와 각 기구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중국정치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중국의 현대정치를 전공한 연구자. 한국 진보정당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