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고용 완벽 해결 ‘도깨비 방망이’
    [사내하도급법 해부①] 현대차 2년 미만 비정규직 대규모 계약해지 추진 이유
        2012년 06월 11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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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중에서) 2년 미만자에 대해서는 도급 계약을 해지해 불법 합법 논란을 없애려고 합니다.”

    지난 6월 5일 오후 3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4차 불법파견 특별교섭에서 현대차 사측이 노조에게 한 말입니다. 2년 미만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무슨 문제가 있기에 회사는 한꺼번에 도급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을까요?

    2012년 4월 기준의 회사 자료를 보면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에는 8,134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2년 이하 단기 계약을 맺은 한시하청 노동자는 396명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3월 기준 자료에서 한시하청 노동자의 숫자는 900명이 넘었습니다. 회사의 자료대로라면 500여명을 이미 해고했거나, 한시하청의 기준을 변경했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현장에서는 2년 미만 한시하청 노동자가 1000명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우 4월 기준 회사 자료는 한시하청 노동자가 50명이지만, 비정규직노조가 현장 조사를 해보니 10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습니다. 사내하청업체 사장들이 상시근무자를 뽑지 않고 더 많은 한시하청 노동자들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 미만 노동자들을 현장에서는 한시하청이나 단기계약직으로 불립니다. 이들은 산업재해나 병가 등으로 휴직중인 노동자, 노조 전임자로 근무하는 노동자 등의 자리에 3~6개월 단위로 계약해 근무해 왔습니다.

    현대차는 2008년 겨울 미국발 경제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차가 안 팔린다는 이유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1천명 가까이 공장에서 쫓아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조합과 정규직 활동가들이 ‘비정규직 우선해고’에 반대해 해고가 쉽지 않자, 사내하청 업체에게 3~6개월 단위로 한시하청 노동자들을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신차 생산이나 라인 자동화 등의 이유로 노사가 협상을 벌일 때 가장 손쉽게 여유인원을 잘라내기 위해서 단기 계약 한시하청 노동자들을 늘린 것입니다.

    50일 후 직접고용의무 대상이 되는 한시하청 노동자

    이렇게 아무 때나 쓰고 버렸던 한시하청 노동자들이 50일 후면 모두 ‘직접 고용 의무’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0년 6월 4일 개정된 근로자파견법 중에서 제 6조 파견기간과 고용의무, 21조 차별적 처우 시정, 46조 과태료의 내용은 오는 8월 2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중에서 제 6조 2항 고용의무조항 “사용사업주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는 대상에 ‘불법파견’이 추가되었습니다.

    즉, 기존 법에는 합법적인 파견 업종에서 2년 초과 근무자에게만 적용되던 ‘고용의무’ 조항이 개정된 법률에서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업무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직접 고용’하도록 한 것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이는 2008년 9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예스코의 불법파견 사건에 대해 불법파견, 적법파견이든 불문하고 ‘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결하면서, 국회에서 불법파견도 ‘직접 고용’하는 내용을 파견법에 포함시켰습니다.

    50일 앞으로 다가온 개정 파견법의 시행에 현대차가 다급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즉, 2년 미만 근무자들의 경우 개정법의 시행에 따라 8월 2일부터는 모두 ‘직접 고용’ 의무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들이 모두 소송에 나설 수 있게 됩니다.

    현대차가 개정 파견법 시행 이전에 한시하청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하면 법적 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그러나 이들을 한 번에 자르면 자연히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대법원의 판결문처럼 한시하청 노동자들도 별도의 작업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의 생산라인에 투입되어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시하청을 해고하지 않고 인턴으로 사용하려는 이유

    그렇다면 현대차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요? 회사는 어쩔 수 없이 한시하청을 고용하고 있는 사내하청 업체에게 계약을 해지하도록 하고, 인턴사원 등의 이름으로 현대차가 직접 고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확인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9일 “현대차가 오는 6월 30일까지 2000여명의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전원 계약 해지(정리해고)한다는 입장”이라며 “현대차가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계약 해지하고 인턴, 즉 직고용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전환한다고 한다”고 폭로했습니다.

    2년 미만 근로자입니다 질문 좀 할게요(하루살이/2012·06·08 19:10)
    이제껏 조합이 뭔지도 모르고 회사 눈치봐가며 월차조차 맘대로 써본 적 없이 일만 했던 사람입니다.
    이번에 계약해지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질문 드립니다.
    한마디로 해고된다는 건가요? 아님 서류상으로만 해고되고 다시 인턴으로 되서 계속 근무 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리고 8월2일 법개정이 되면 저도 고용의무가 된다는 건가요?
    답답하네요. 회사선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답변 부탁드려요.

    지난 6월 8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입니다. 이날 아침,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박현제 지회장은 “사측의 ‘2년 미만 사내하청 전원 계약해지’에 따른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회사의 인턴 채용을 거부하고 노조에 가입해 함께 싸울 것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2년 미만 동지들이 사측 공격으로 계약해지 당하고 나면, 사측 공격은 바로 우리를 향할 것인데 그 때 연대를 호소하면 누가 우리와 함께 투쟁하겠냐?”라며 “2년 미만 사내하청 계약해지가 바로 우리 정규직 쟁취 투쟁의 최전선이며 싸움터”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 2년 이하 사내하청의 집단 계약 해지 사태

    8월 2일 시행되는 개정 파견법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노조의 요구 때문에 곤혹스러운 현대자동차와 정몽구 회장에게는 이 모든 고통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새누리당과 박근혜 민생법안 1호로 국회에 제출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일단 현대차는 8월 2일 이후에는 하루를 일해도 ‘고용의무’에 해당되어 법적 소송에 시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전에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인턴이나 시간제 노동자(알바)로 직접 고용해 지금과 똑같은 업무를 시킵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100일 내에 국회 통과를 약속했기 때문에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사내하도급 보호법이 시행되면 인턴이나 알바 노동자들을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계약에 따라 다시 하청업체로 보내면 됩니다.

    2년 미만 한시하청 노동자들만이 아닙니다. 사내하도급 보호법에 따라 현대차에 근무하는 8천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이제는 ‘근로자파견법’ 위반이 아니라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노동자가 되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에게 남아있는 걸림돌은 지난 2010년 11월 1940명이 법원에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입니다. 이는 올해 노사 간의 협상을 통해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2~3천 명 정도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면 말끔하게 해결됩니다.

    사내하도급 보호법의 진실

    새누리당은 고용이 불안정한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고용을 보장하는 법이라고 말합니다.

    사내하도급 보호법 제 4조 제 3항에는 ‘원사업주는 제1항에 따라 사내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때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도급계약을 장기간으로 하거나 갱신을 보장함으로써 사내하도급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무런 강제력과 실효성이 없는 문구입니다.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파견법과 무관하게 마음껏 쓰고 버릴 수 있는 법안이라는 것을 속이기 위해 들어간 장식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라도 ‘고용보장’이 된다는 것은 사내하도급 계약이 지속되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법안 제 4조 3항의 ‘도급계약을 장기간으로 하거나 갱신에 노력하라’는 내용은 아무런 실효성 없습니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인해 내년부터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면 현대자동차는 도급계약을 해지하거나 인원을 변경해 언제든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게 됩니다.

    법안 제 6조 고용 및 근로조건의 유지 역시 ‘업무의 연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수급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청업체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고용승계나 근로조건 유지는 이미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줄어 업무의 연속성이 없어지거나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얼마든지 해고해도 되는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고통을 말끔히 해결해주는 ‘도깨비 방망이’

    새누리당 박근혜 민생법안 1호 사내하도급 보호법은 10년 동안 파견법을 위반해 불법고용을 일삼아왔던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몽구 보호법’입니다. 노동부 조사 결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33만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정규직화의 꿈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불법파견 은폐법입니다.

    다가올 유럽발 경제위기까지 대비하면서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중공업, SK 등 재벌들에게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마음껏 쓸 수 있도록 보장하는 ‘불법고용 특혜법’입니다.

    지금 현대자동차에 전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연대해 싸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1천명이 넘는 한시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연대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더 낮은 곳을 향한 아름다운 연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8월 2일부터 (현대차 2년 미만 한시하청 노동자) 동지들은 ‘고용의무’의 법적 보호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6월 30일까지 2년 이하자 전원을 계약해지하는 것입니다. ‘인턴’이 된다고 계약기간이 더 연장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필요에 따라 전환배치되고, 해고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전 공장에 팔리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동지들에게는 부담스런 주문일 수 있지만 당장 계약연장을 위한 ‘인턴’을 거부하고 현대차비정규직지회와 함께 고용안정을 위해, 정규직 쟁취를 위해 뜻을 모읍시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동지들과 함께 투쟁할 것입니다. 현대차(주)와 불법하청사장들의 야만스러움에 함께 맞섭시다.”(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장 박현제)

    필자소개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전 금속노조 비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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