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회 아이러니, 사회성 결핍
    지금은 '소시오패스'의 천국
    [프로파일러의 범죄이야기]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
        2013년 08월 16일 01:0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처음 이 사건(10대 제자 상해치사 사건)을 의뢰 받았을 때부터, 이 사건의 전체 윤곽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사건을 의뢰한 방송국의 피디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모두에게 잔혹한 사건일지도 모르겠으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별다르게 의미를 가진 사건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소시오 패스의 천국 한국에서, 이런 종류의 학대 범죄는 사람들 주변에 늘 존재하는 것이지만 보통 사람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 고통을 받지만 아이러니는 그들이 누구에 의해 왜 고통을 받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늘은 그 얘기를 하려고 한다.

    소시오 패스, 사회병질환자들!!!

    사건의 전개는 언론에 보도된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원래 와야 할 나이보다 5-6살이 많은 두 교생이 있었다. 이전에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교육대학원 출신인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여자로서 29살에 남자 고등학교로 중등 교사 교생을 들어온 것으로 추론하건대 여러 경로를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서 주목할 문제는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본인들의 주거지는 서해안의 큰 도시인데 비해 교생으로 나갈 학교는 동해안의 중소도시라는 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둘 사이의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교생은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간다. 어차피 출퇴근을 한 달 정도 할 것이므로 이를 감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동해안 중소도시, 만약 본인들의 대학교 혹은 대학원이 그 근처라고 하면 그 자체는 이해가 되지만 이때는 더 큰 문제이자 두 번째와 연동된 문제로 넘어간다. A라는 여자는 집이 어느 정도 잘 살고 외모도, 키도 평균 이상이고, B라는 여자는 모든 면에서 A보다는 두 단계 정도 낮다고 판단된다.

    정리하면 A는 대장, 머리, 주인 정도이고 B는 부하, 손발, 하녀 정도인데, 이 관계는 이들이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B는 의존성 성격장애, A는 자기애적 성격 장애가 있다고 보면 이들 사이의 관계는 거의 한 인격체처럼 붙어 다니는 관계라고 보면 편할 것이다.

    그렇지만 B의 경우 A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지만 A에게 있어서 B는 여러 B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즉 A는 여왕벌, B는 일벌 정도로 보면 더 정확할 것이다. (의존/돌봄 관계).

    물론 여중생 혹은 여고생들에게 나타나는 동성애 성향은 성 역할과 집단 내의 지위를 설정할 때 사회관계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관계가 보다 확대된 사회성으로 나타나지 않고 고립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는 이성과의 관계로 고립될 때보다 더 사회성 확대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 이런 의존/돌봄 관계는 본인의 사회관계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 사회처럼 성 역할 분담과 사회성이 약한 사회에서는 이들처럼 기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더러 존재한다.

    더욱이 A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A가 이러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기제가 필요할 것인데 이는 돈이나 권력일수도 있지만 더러는 의존성을 가진 존재가 필요로 하는 특별한 존재일 수도 있다.

    A가 B에게 선택한 것은 남자친구 공급이었다. 그렇지만 사실 실제로 B가 A에게 필요로 한 것은 존재하는 남자가 아닐 것이다. 그로 인해 형성되는 A와의 관계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대신 A는 B보다 더 두려워 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B가 더 두려워 보였지만… 이것이 바로 의존성 장애와 자기애적 장애 사이의 상보적 관계라고 보면 된다.

    어쨌든 그래서 A는 B에게 남자를 소개해줬는데 문제는 그 남자가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A는 가명으로 개설된 대포폰을 이용해서 B에게 자신이 남자인 것처럼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B는 A가 보내는 문자를 A가 소개해준 남자가 보내는 문자로 알고, 문자로 연애를 한 것이다. 약 1년이 넘도록…

    근데 약간의 의심은 B도 역시 이러한 정황을 알지 않았을까? 왜냐하면 사실 B에게 필요한 것은 남자친구가 아니라 A로부터의 인정이었으므로 정작 사실을 눈치 챘다고 해도 그대로 연극을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쨌든 B는 A와 문자를 하고 있으므로…

    이게 바로 A와 B가 사는 방식이었다.

    인천 과외교사 10대 제자 상해치사 사건의 방송화면 캡처

    인천 과외교사 10대 제자 상해치사 사건의 방송화면 캡처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서, 이들 교생들은 동해안 중소도시의 한 남자고등학교로 배치되었고 여기에서, 본 사건의 피해자인 C를 만나게 된다. B의 주장과, 복구된 A와 C 사이의 카톡 문자에 의하면 둘 사이는 교생과 남자고등학생 정도보다 더 깊은 관계였을 것이라고 추정되지만, 이 관계를 단순하게 B의 주장에 따라 ‘사귀는 관계’라고 확증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A는 여왕벌 같은 존재이다. 이런 29살 여왕벌과 18살짜리 남자고등학생이 정상적으로 사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A는 여러모로 자신을 만족시켜 줄 수컷을 필요로 한 것이다.

    A가 그 동안 살아온, 삶의 궤적을 보면, 굳이 사랑하는 남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일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B의 입장이나 C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사랑이고 사귀는 것이다. C의 죽음 과정에 나타난 D의 경우와 같이 사실 A에게는 적지 않은 일벌들이 있었다. 전화 한 통화면 언제든지 달려와서 불법적인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벌들이 주변에 있었다. D도 그 중 하나였다.

    또 여기에서 B는 A와 C 사이의 관계를 알고 부러워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B도 역시 A와 C의 관계가 말로는 사귄다고 했지만 사실 그 관계의 본질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서 이제 문제는 A와 B가 교생을 마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C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전에는 그 대상이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나 성인이었으므로 쉽게 정리를 했지만 C의 경우는 달랐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C의 부모를 설득해서, 빠르게 자퇴를 시키고 C의 부모 돈으로 그들도 모르는 서해안 대도시의 원룸촌에 원룸을 구해서 과외를 시킨다는 다소 파격적인 방법을 마련한다.

    결국 A의 계획대로 C는 자퇴 후 원룸으로 왔고 평소 A를 부러워했던 B에게 자신의 역할을 맡기게 된 것이다. 실제 이 전 과정에서 A는 빠지고 전적으로 B가 전면에 나서서 일을 처리했다.

    첫 몇 달 동안은 성적도 일정 정도 올랐으나 과외에 경험이 없었던 이들에게 곧바로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매달 C의 부모로부터 돈을 가져다 쓴 것이 있기에 성과를 내야했지만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고, 이 과정에서 가혹한 폭행이 이루어졌다.

    혹자들은 격투기도 한 거구의 고등학생을 어떻게 때릴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우리는 주변에서 매 맞는 남편을 더러 본다. 그들이 몸집이 작아서 맞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C의 경우도 이미 통제된 상태이므로 그러한 폭행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그 과정은 교생과 학생으로 만나 관계를 맺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이후 몇 달 동안 서서히 차근차근 그 수위가 높아졌을 것이다.

    동물조련사가 조련하듯이, 결국 골프채, 몽둥이 등으로 무차별 무자비하게 폭행이 이루어졌고, 실제 감금이 되어있지는 않았지만 C는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착취당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이 좀 더 정교했다면 C가 알아서 스스로 도망가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경우에도 맞아서 도망을 간 것이 아니라 공부하기 싫어서 도망을 간 것으로 조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가혹한 폭행을 가해도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결국 특단의 정리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B가 여기서 공부만 가르치고 폭행만 했는지에 대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론에 나온 대로 동거를 했을까? 아니 B도 역시 A가 한 것처럼 C를 성적인 노리개로 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A도 가끔 이 원룸을 방문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만이 이러한 기형적인 동거를 설명할 수 있게 한다.

    정리방법은 바로 C를 B의 강간범으로 누명을 씌우는 것이었다.

    실제 D를 동원해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녹음한 것을 보면 당일의 정황을 바로 알 수 있는데, 일단 C는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벌거벗은 채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마도 자고 있는 C에게 큰 냄비로 끓인 물을 들이 부었을 것이다. 당연히 혼자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거기에는 A, B, D 모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대본대로 읽고 그것을 녹화했고 그것을 가지고 C의 부모를 협박했다. 그러던 중 C가 죽은 것이다. 이들은 패혈증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을 것이다. A의 계획은 적당히 겁을 줘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 녹화된 파일을 들어보면 B가 C에게 강간을 당할 뻔 했다는 상황에 대한 설명 과정은 대본을 그냥 읽었다. 감정의 변화도 없고 평탄음이 지속된다.

    또 하나 A, B, D가 같이 차로 걸어서 이동하는 동영상이 있었는데 이 동영상을 보면 이들 사이의 권력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 그것을 보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었다.

    ———————————–

    일반적이고 간단한 살인사건을 이렇게 장황하고 상세하게 옮겨놓은 이유는, 누가 어떻게 소시오패스에 의한 범죄가 발생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지난 달 발생한 엽기적인 용인살인사건을 떠 올렸다. 19살 남자 청소년이 모텔로 유인한, 두어 살 아래 여자아이를 죽여서 잔인하게 시체를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시체를 훼손하면서 이를 SNS에 중계까지 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잔혹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사건이 용인살인사건만큼 잔인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범인은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자신의 욕구대로 이용해먹고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것이다. 강간범으로 몰기도 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이용해 먹기도 하고, 돈을 착취하기도 하고, 분풀이 대상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폭행을 가하는 샌드백 대용으로 삼기도 하고, 결국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실 이 사건의 실질적인 주범은 A인데) A가 사건의 뒤에 숨어서, 자기 집이 가진 돈의 힘으로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서, B를 단독 살인범으로 몰고 있으며, C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하면서(A를 빼내기 위한 심리전), 경찰과 검찰, 언론 등 관련된 기관 등에 고소/고발 등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B의 자백으로 사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전말은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소가 이루어졌지만, 이에 대해 A는 강하게 진술을 부정하고 있고, 다만 복원된 C와의 카톡 내용 정도만 인정하고 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종류의 범죄자를 종종 봐왔을 것이다. A같은 유형을 소시오패스라고 한다. 전형적인 유형이다.

    한국 사회는 발전, 개발, 근대화 등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침없이 달려왔다. 주변을 보면 상당히 많은 성과를 이루었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것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와중에 우리는 우리에게 소중한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즉 그것은 ‘사회’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에는 공동체, 전통 등으로 표현된 것이지만, 정확히는 ‘공적 관계’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 공적 관계는 국가의 정치/행정 등과 관련된 부분은 포함되지 않으며 사적인 관계 즉 친구나 친척 등과 관련된 부분도 포함되지 않는다.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산행 길에서 만나 인사도 하고 서로 도와서 산행을 완수하는 것과 같은 것이고, 관습적으로는 두레나 향약 등과 유사하다.

    다른 문화권과 달리 우리는 오래 전부터 가족이 이 공적 관계를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심각한 변화에 따라, 가족의 가치가 붕괴한 지금 이 공적 관계를 뒷받침할 다른 가치를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지금 이 시기 공적 관계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인간은 공적 관계 즉 ‘사회’ 없이는 삶을 영위할 수 없고 인간 자체의 재생산도 가능하지 않다. ‘사회’, 즉 ‘공적 관계’ 없이 살면,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그삶이 소시오패스의 삶이다.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는… (다음 회에 계속)

    필자소개
    2000년대 중후반 경찰청 범죄심리수사관(프로파일러)과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프로파일링 부서) 재직했다. 현재는 서울디지털대학 경찰학과 교수이며, 국립중앙경찰학교 (수사) 프로파일링 과목 담당 외래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진보정치를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임상병리사와 사회복지사를 거쳐 프로파일러의 삶을 살아온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