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뜨랑 마을에 뜬 무지개
        2013년 08월 16일 11: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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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간의 공정여행 가이드 교육이 끝났다. 한국, 두바이, 아랍에미레이트 등에서 이주노동을 하고 돌아온 이들, 실제 현장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사람, 실제 트레킹 가이드를 하고 있지만 자격증이 없는 어린 친구들, 여행자거리 타멜 호텔에서 서빙을 하지만 새로운 꿈을 꾸는 청년, 성만 들어도 사람들이 낮은 카스트인지 알 수 있는 떠라이 지방에서 온 친구 그리고 여성들.

    네팔은 101개의 소수민족이 있다고 하고 네팔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9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 수강생들의 이력도 다양했지만 민족도 다양하게 모였다. 브라만, 구룽, 타망, 타루, 머거르, 세르파 등등 한 교실에 모인 수강생 분들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었다.

    공정여행 가이드 교육은 히말라야산맥을 천연자원으로 가진 네팔을 좀 더 친환경적으로 여행하고, 수많은 민족의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여행자들이 소비하는 돈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여행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역량을 키우기 준비된 것이었다.

    네팔에서 포터 인권과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실제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네팔 지속가능한 관광협회 회원단체로 활동 중인 여행사, 한국으로 말하면 여행사회적기업이라 말할 수 있는 이름만 들어도 소셜한 ‘소셜투어’ 등 네팔 단체를 조사하여 강사로 모셨다.

    한 달 간의 교육을 마치고 수강생 분들이 선택한 홈스테이 마을로 현장실습을 떠나기로 했다. 강사 분 중에 한 분이 운영하시는 치뜨랑 마을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이었다.

    치뜨랑 마을은 Makawanpur 주(카트만두에서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마을로 주요 민족은 네와리 민족이며 타망, 체트리 민족도 함께 어우려져 살고 있다. 고대 이름은 Chitrapur 였으며 카트만두에서 인도로 넘어갈 때 이 마을을 지나가야 했었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차로 1시간 이동하여 Godam이란 지역에서는 지프로 갈아타야 한다. 산 속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좁은 지프에 다같이 밀착하여 탄 후 산길을 오르는데 경사가 가파르다 보니 우리의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비포장 도로라 손잡이 될 만한 것을 잡지 않으면 어느새 내 몸은 저만치 내려가 있었다.

    외국인들은 낯설지만 네팔 사람들에겐 이런 지프로 비포장 산길을 몇 시간 동안 가는 생활이 익숙해져 있다.

    치뜨랑 마을은 2,000m 가까운 곳에 위치해있고 외부와 차단된 느낌의 조용한 산속 마을이었다. 그룹별로 방을 나누고 각 가정 마을 주민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모여 마을을 조용히 돌아보았다.

    쉬바신의 사원부터 예전 영국인들이 이 마을까지 진출했을 때 유명했다는 엘리자베스 여왕 그림이 그려진 과자 뚜껑으로 만든 집부터 이 첩첩산속에 마을이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마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네팔 사람들의 주식이 ‘달밧’을 맛있게 먹고 다시 모였는데 이미 수강생분들은 한껏 들뜬 분위기로 마을 분들과 문화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이번엔 셰르파 차례야! 셰르파 뚜이저나(2명) 어딨어?”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며 저 히말라야 산간지역인 ‘솔로쿰부’에서 14살 때 카트만두로 내려와 6년째 트레킹 보조가이드를 한다는 두 청년이 수줍게 손을 내젓는다.

    전설 속의 히말설인 ‘예띠’의 존재를 믿고 티벳어와 비슷한 언어를 쓰는 셰르파민족을 보면 정말 다부지고 산악인처럼 생겨 트레킹에 제격이란 말이 딱이다. 어렸을 때부터 히말 산간 지대에서 산과 눈을 보며 지냈으니 말이다. 솔로쿰부에 있는 본인의 고향에 가려면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하루, 다시 걸어서 하루를 가야 한다고 한다. 끝내는 셰르파 청년 중 한명이 멋들어지게 노래를 시작하고 다들 따라 부른 후 이어서 구룽족 여성이 마덜이란 악기를 들고 나와 분위기를 띄운다.

    잠시 자리를 피해 밖으로 나오니 무지개가 드넓은 하늘 가득 채우고 떠있다.

    저절로 미소와 탄성이 터진다.

    그렇게 첫째 날 밤은 저물고 다음날 새벽 6시부터 여성들만 머무는 홈스테이 가정의 버히니(나이 어린 여자동생을 부르는 네팔어)가 따뜻한 찌아를 내온다. 우리 여성 수강생 버히니들은 일찍부터 이 마을에서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사원에 가야 한다며 꽃단장을 하고 나를 부른다. 졸린 눈으로 버히니들을 따라가니 푸르른 논에서 벌써부터 나와 일하시는 주민 분들도 보이고 저 멀리 남자들 숙소에선 남자들끼리 다 같이 나와 옥상에서 요가를 시작했다.

    왕복 5시간 거리의 인근 말쿠라는 지역으로 트레킹을 가서 수력발전을 위한 댐에 만들어진 인공호수에서 보트를 탄 후 남자들은 하나씩 옷을 벗더니 물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히말에서 눈만 보고 자란 셰르파족 청년들은 산은 잘 타지만 수영을 못한다고 한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트레킹을 다녀와 마지막 밤을 보내는데 남자 숙소에서 우리 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밖에 나가서 하늘에 뜬 별을 보라고 너무 많다고.. 당장 뛰쳐나가니 하늘 가득 찬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치뜨랑 마을에 와서 탄성을 몇 번이나 지르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2박 3일 현장실습을 그렇게 마쳤고 돌아오는 날도 마을의 어르신께 축복의 티카와 꽃을 받으며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다시 돌길을 내려오면서 미어터지는 지프 안에서도 이들의 농담과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우리 수강생분들은 최근 네팔 정부 공식의 트레킹가이드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첫 관문인 인터뷰를 보셨다. 얼마 전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조만간 다시 모여 결과를 축하하며 이야기 꽃을 피울 생각이다.

    치뜨랑 마을전경(사진-송기호)

    치뜨랑 마을전경(사진 송기호)

    실습을 마친 수강생들 (사진 손정원)

    실습을 마친 수강생들 (사진 손정원)

    필자소개
    서윤미
    구로에서 지역복지활동으로 시작하여 사회적기업 착한여행을 공동창업하였다. 이주민과 아동노동 이슈에 관심이 많고 인권감수성을 키우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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