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경화, 점입가경
집단적 자위권 해석개헌 등 추진
    2013년 08월 14일 05: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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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정권, 집단적 자위권 해석개헌 적극 추진

아베 내각은 13일 서면 각의(국무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대해 “전문가 간담회(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에서 헌법과의 관계 정리에 대해 검토가 행해지고 있으며, 간담회 논의를 토대로 대응을 새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서를 공식 결정했다.

이미 같은 간담회 좌장 대리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학장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지 않다는 지금까지의 헌법 해석에 의한 법리적 금지를 전면 해금할 것을 제언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답변서 내용은 아베 총리가 목표로 하는, 해석개헌(헌법 해석 변경)에 의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미국 등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일본도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는 개념이다.

유엔 헌장 51조는 주권국가의 개별적,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에는 군대 보유 및 교전과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헌법 9조) 때문에 역대 정부가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행사할 수 없다”는 내각법제국 중심의 헌법 해석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아베 수상은 얼마전 내각법제국 장관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진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주 프랑스 대사를 임명해 내각법제국의 입장 변경부터 추진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일본 자위대, 전수방위(專守防衛)에서 공격형 군사전략으로 전환 움직임

도쿄신문은 13일 일본 항공자위대가 지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제로 한, 미군 B-52 전략폭격기 지원훈련을 실시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 훈련은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전제로 한 훈련이며, ‘전수방위’의 틀을 넘어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을 방위하는데 핵폭탄을 적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베트남전 등에서 융단 폭격을 실시한 B-52 같은 전략폭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군의 대량보복공격 등 미국 주도의 전쟁에 일본이 참여하는 즉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훈련이라는 것.

또한 사실상의 경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는 ‘이즈모’ 헬기 호위함이 지난 6일 진수되는 등 공격형 무기가 배치되고, 전략기동군으로 대표적인 공격형 부대인 해병대 신설을 추진하는 등 무기와 부대 등에서도 전수방위를 벗어나 공격형 군사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국주의 시대에 건조된 일본의 제 1호 순양함의 이름도 ‘이즈모’였다. 1900년 9월 25일 진수되어 1905년 러일전쟁, 1937년 중일전쟁에 잇따라 투입됐다. 특히 당시 일본 해군 제 2함대, 3함대의 기함으로 전선 최전방을 누비며 숱한 전투에 참가했다. 기함이란 사령관이 타고 지휘하는 함선으로 함대 사령부가 설치된 일종의 지휘선이다.

지난 8월 6일 요코하마 항에서 열린 새 헬기호위함 '이즈모 호'의 진수식(방송화면 캡처)

지난 8월 6일 요코하마 항에서 열린 새 헬기호위함 ‘이즈모 호’의 진수식(방송화면)

이즈모-1

1937년 중국 상하이 항에 정박한 일본 순양함 ‘이즈모 호’ 모습

군사(방위)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1800억엔(4%) 늘어난 4조 9400억엔이 책정될 예정이어서, 지난 2002년 이후 점진적 감소 추세에 반하는 움직임이 2년 연속 지속되고 있다.

문민통제 원칙 허약해짐

현재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가 논의되고 있을 뿐, 아직 정부의 공식적인 관련 입장도 변경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 훈련이 실시된 점, 그리고 아베 정권이 타국의 현역 군인에 해당하는 제복조를 중용하거나, 자위대 운용체제에서도 문관 조직인 운용기획국을 폐지해 자위관 중심 제복조직인 통합막료감부(합참과 유사)로 일원화하는 등 전후 일본 특유의 강한 문민통제 원칙을 약화시키거나 허물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특히 이는 전전 일본 군부가 내각의 관할 하에 있지 않고 오로지 천황에만 책임을 지는 위치여서, 1930년대 이후 관동군이 정부의 승인도 없이 만주사변을 일으키는 등 폭주를 거듭한 점에 대한 반성과, 이에 근거하여 강한 문민통제 원칙이 확립되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것이다.

한국 등 주변국 반응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관련 망언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독도 관련 도발 등 과거사와 연계된 문제에 대해서는 외교장관 회담을 취소하는 등 비교적 단호한 대응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나 평화헌법 개정 추진 등에 대해서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는 수준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긍정적이거나 이를 종용하고 있는 미국의 눈치를 보거나, 한반도 유사시 일본의 협력을 염두에 둔 행위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의 기본 축으로서 일본을 중시해 왔다. 최근 중국이 부상하고 지난 6월 초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에서 가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목소리를 같이 내는 등 미-중 관계가 비교적 양호한 형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적어도 군사전략 차원에서는 아시아로의 회귀 등 ‘대 중국 견제’라는 의도가 명확하기에 미일동맹을 군사적으로 강화하려는 탈냉전 이후의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일본이 전수방위에서 벗어나 미국의 군사행동을 원호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한반도 및 대만 해협 등 주변사태에서 적극적 역할을 행사하기를 촉구해 온 것이 미국의 태도이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이후 이미 러시아, 미국, 한국 등과 정상회담을 했지만,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계속 미루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에도 단호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강한 비판과 견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일본과의 갈등을 굳이 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일본에서는 사회주의를 대체하고 양극화의 문제를 호도하기 위해 반일 민족주의를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기도 하다.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강한 반대 입장 필요

일본이 다시는 침략전쟁을 하지 않겠다며 유지해온 평화헌법 9조나 그에 입각한 ‘전수방위’ 원칙을 허물어뜨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중의원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 헌법 명문 개정은 쉽지는 않다. 개헌에 신중한 일본 국민 여론이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태도 등 때문이다.

그래서 아베 정권은 우선적으로 해석개헌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또 미국과 함께 한다는 외피를 통해 침략전쟁(외국에 진출해 전쟁)도 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하려는 것이 바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안보 차원에서도 국제적으로 공헌하는 나라로 변신하려고 한다면 비판이나 경계는 지금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베 정권은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마저 흐지부지하고 심지어 과거를 합리화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전쟁 등 급변 사태를 상정하고 일본의 도움을 기대해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모호한 자세를 취한다면 소탐대실이다. 현재 상황에서도 주변사태법 등에 의해 후방에서의 군수지원 등은 가능하다.

혹시 이명박 정부에서처럼 ‘한일 군사협정’을 추진한다면, 북한과 중국의 강한 반발뿐만이 아니라 일본군의 한반도 재진출을 용인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로 요미우리신문은 14일, 일본 정부가 현행 헌법 해석으로 대응키 어려운 구체적인 케이스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활동’을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아베 내각이 남북한 간 무력충돌 등 ‘한반도 유사시’를 집단적 자위권의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구한말처럼 외국군을 끌어들였다가 양민이 학살되고 강대국의 전장이 되며 마침내 국권이 상실되는 것은 단순히 극단적인 상상의 산물만은 아닌 것이다.

아무튼 동아시아 평화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 및 평화의 구조화’에 대한 당사자가 남․북․미․중을 벗어나 확대되는 것은 우리로서는 별로 유리할 게 없다.

일본 방위 예산

평화로운 한반도의 조속 실현, 동아시아 평화․공영공동체의 비전 분명히 해야

아베 정권의 군사대국화 추진 등 일본 우경화에 북한 위협론과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이 활용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후 일본의 평화의식이라는 것도 기본적으로 가해자로서의 반성보다는, 군부에 속았고 자신들도 이용당했으며 전쟁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는 피해자 의식에 기반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거부하는 의식은 냉전시대에는 미일동맹체제하에서도 거대 전쟁에 연루되지 않을 소극적 안보정책을 강제하는 긍정성을 발휘했으나, 자신이 분쟁에 연루되지 않으면 군사력 행사를 용인하는 의식으로 전환하거나 자신보다 약자일 경우 오히려 공격성을 띨 수도 있기에 북한위협론의 확산 과정에서의 안보정책의 우경화 용인과, 대북 정책에 있어 강경론을 선호하는 부정적 행태로 나타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 자체에서 우경화의 흐름을 제어하기 힘든 상황에서 일본인이 가진 평화의식과 평화운동은 평화헌법 개정이나 핵무장 등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를 가로막는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정치권 등 지배 엘리트와 평화여론 및 운동의 관계, 거기에 미치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변수의 영향을 고려한다면 대중의 반감을 사지 않는 언술 등 전술의 구사는 물론, 조속히 한반도의 비핵-평화체제를 달성할 필요성이 있다.

평화로운 한반도의 조속 실현은 국내적으로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의 폭주를 막고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과거사 부정 등 퇴행적 행태에 분개하고 군사대국화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인 전체에 대한 불신과 증오나, 과도한 민족주의적 대응은 단지 일본 내에서의 부정적 반응을 부를 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사회 내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분명하다. 또 우리 힘이 약하니 군사력, 경제력 등을 강화하는 내실을 키우자는 대기론 역시 당연히 비전을 가진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

총 GDP의 규모나 발전 가능성의 측면에서 볼 때 일본, 중국과의 군비증강 경쟁은 우리에게 도저히 승산이 없는 게임이다. 비단 능력의 한계뿐만 아니라, 민족주의의 폭주 끝에 총력전이라는 수렁에 끌려들어간 20세기 초의 유럽의 경험을 되풀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여의치 않아 보일지라도, 유럽인들이 냉전체제 속에서도 평화와 협력의 길을 갔던 헬싱키 프로세스와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발전시킨 경험을 배우고자 한다면 ‘동아시아 평화․공영 공동체’의 비전과 원칙을 분명히 견지해야 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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