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와 배짱이'이야기의 그리스 버전
        2012년 06월 11일 10: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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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컵에서 그리스가 우승하면 경제 위기 끝?

    유럽 재정위기로 전세계가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월드컵 축구에 버금하는 유럽컵 축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축구팬들도 밤을 새우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에 열광하겠지요. 네덜란드 경제연구소에서 이번 유럽컵에 누가 우승하는 게 경제에 제일 좋은 지 조사를 해봤더니 그리스가 우승하는 게 제일 경제효과가 높다고 합니다.

    현재 구제금융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구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지만, 유럽컵에서 우승하면 국민들의 사기 진작과 국가 이미지 개선으로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촉매제 구실을 하게 될 거라는 거죠.

    축구팬들은 아시겠지만, 2004년에 그리스는 독일 출신 감독의 지휘 아래 강력한 압박축구로 결승에서 포르투갈을 꺽고 유럽컵을 따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리스가 우승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요. 도박사들은 1/81의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축구에선 독일 감독의 덕분에 유럽 정상에 올랐지만, 경제에서는 독일 경제전문가들의 조언 대로 지난 5년간 그리스 경제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강제했는데, 그리스 경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강만수, “남유럽은 배짱이, 독일은 개미”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경제인사를 꼽으라면 당연히 강만수 산업은행장일 겁니다. 그가 며칠 전 현재의 세계 경제 위기가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해서 화제였습니다.

    그는 이솝우화에 빗대서 “미국과 영국, 남유럽은 배짱이처럼 놀고 먹고, 독일과 중국, 일본은 개미처럼 일만 한다” 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유럽 국가들은 일을 하지 않고 정부재정이나 복지에 의존하는 불로소득 경제라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도 남유럽의 재정적자는 경제 실력에 걸맞지 않는 복지 탓이라며 요즘 한국 정치권이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복지공약을 내놓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유럽 나라들을 둘러 보면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아침 출근하면 점심시간도 없이 하루 여덜 시간을 바쁘게 일합니다. 그에 비해 남유럽 나라들은 오전에만 슬슬 일하고 오후에는 점심 식사를 두 시간 갖고, 여름에는 낮잠시간까지 있어서 상점들이 오후에 문을 닫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리스에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그리스 사람들은 참 복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도 아테네에서 저녁에 길을 나서면 시내 한 가운데 우뚝 솟은 아크로폴리스가 보입니다. 과거 그리스 문명의 전성기에 시민들이 모여 토론 하던 곳을 보려 매년 수 천만의 관광객들이 그리스를 찾으니 그리스 사람들은 조상 덕에 쉽게 돈 번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것이죠. 거기다 아테네에서 한시간만 차를 타면 가서 볼 수 있는 해질 녁의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아크로폴리스의 야경

     

    그러나 현재의 위기를 그리스 사람들의 게으름이나 복지 탓에 돌린다면, 하필 왜 지금 이런 문제가 생겼나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할 겁니다. 저도 강만수처럼 이솝우화의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를 통해서 현재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새로 쓰는 개미와 배짱이 이야기

    옛날 옛날에 한 숲 속에 개미들과 배짱이가 살았어요.

    개미들은 해가 떠도 비가 와도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데, 배짱이는 맨날 노래만 부르고 놀고 먹기만 하는 거예요. 그래도 배짱이는 제법 노래를 잘해서 지나가는 다른 벌레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쳐줘서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었지요.

    개미들은 그런 배짱이가 못마땅했어요. 그래서 개미들은 배짱이에게 말했어요.

    “배짱아, 그렇게 놀기만 하다가 겨울이 되면 뭐 먹고 살래? 그러지 말고 너도 일을 해봐!”

    배짱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어요.

    “나도 그건 알아. 하지만 나는 혼자고 힘도 없어서 일을 못해.”

    개미들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냈어요.

    “너도 우리 무리에 끼어 줄테니 함께 일하자. 니가 일해서 모은 음식은 니 창고에 따로 보관하고, 응?”

    배짱이는 좋아서 대답했어요.

    “좋아, 그렇게 하자.”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날, 개미들은 온 힘을 다해 일했고, 배짱이도 따라서 일을 했지만, 개미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어요. 개미들은 배짱이가 자기들처럼 일을 잘하는 벌레가 될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가끔은 배짱이에게 물었어요.

    “배짱아, 너 창고에 음식들이 잘 쌓이고 있지? 우리 창고는 꽉꽉 차고 있어.”

    배짱이는 난처했어요. 창고는 거의 비어 있었거든요. 그래도 배짱이는 개미들이랑 일하는 덕분에 더불어 같이 밥을 먹으니 그거라도 지키려고 거짓말을 했어요.

    “그럼, 너희들 덕에 창고 가득 음식이 쌓이고 있어.”

    마침내 겨울이 왔어요. 개미들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날 집에서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고 있었는데, 배짱이가 왔어요.

    “얘들아, 나 먹을 게 다 떨어졌는데, 음식 좀 줄래?”

    개미들은 놀랐어요. “니네 창고 가득 찼다며?” 배짱이는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미안해, 사실은 창고엔 음식이 별로 없어. 니네들한테 혼날까봐 창고가 꽉 찼다고 거짓말 했어.”

    개미들은 화가 났지만, 배짱이에게 빌려준 돈도 있고 해서, 일단 도와 주기로 했어요. 배짱이는 고맙다는 말을 계속 하며 내년에는 열심히 일해서 갚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일년이 지나 다시 겨울이 왔어요. 배짱이는 개미들처럼 열심히 일했지만, 음식을 많이 모으지 못해서 다시 개미들에게 손을 벌렸고, 개미들은 따지기 시작했어요.

    “너, 작년에 빌려간 것도 갚지 못했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먹여줘야 되니?”

    배짱이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리고 용기를 내서 말했어요.

    “일단 이번 겨울만 나게 해줘. 그럼 나도 내 살 길을 내가 찾아 볼 게. 옛날엔 일을 안하고 노래하고 춤만 춰도 좀 넉넉하진 못해도 먹고는 살았는데, 개미 니네들과 같이 일하니까 오히려 살림이 더 어려워 졌어. 나는 니네처럼 개미는 될 수 없나봐. 그냥 배짱이답게 살아야 겠어.”

    그 후로 배짱이는 자기의 노래와 춤 실력을 살리고, 자기 몸에 맞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서 개미처럼 넉넉하진 못해도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끝^^)

    좌파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그리스와 남유럽 문제의 구조적 요인은?

    좌파 경제학자들은 그리스의 현재 위기를 유럽 단일시장의 구조적 모순으로 봅니다. 왜냐면 독일은 계속 유럽 역내 시장에서 수출이 증가해서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나라들은 무역과 재정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고,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국채를 계속 발행하다 보니, 경제가 후퇴하게 되었고, 유로화에 묶여서 이를 타개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죠.

    유럽단일시장에 속한 나라들의 무역에는 관세가 붙지 않습니다. 결국 남유럽 나라들은 독일과의 경쟁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지요. 그렇다면 남유럽 나라들이 유로화를 버리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서 단일시장에서 빠져 나와야만 자국 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관광업을 봅시다. 유럽사람들이 바캉스를 즐기는 곳은 주로 지중해 연안입니다. 예전에 유로화가 없을 때는 이태리나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 물가가 쌌고, 관광상품도 쌌기 때문에 북서유럽의 중산층들은 주로 이들 나라로 관광을 갔었지요.

    하지만 유로가 도입된 이후 이들 나라의 관광상품이은 비싸졌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주로 터키나 크로아티아, 이집트 같은 나라로 몰리는 게 현실입니다. 물론 유로화 도입의 잇점도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가치가 통화가치가 높은 유로 덕에 많이 올랐고, 은행권과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들은 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류층의 부가 서민층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지요.

     

    2007~2011 그리스 경제. 빚은 증가, 생산량은 감소, 실업은 증가

     

     

    2011년 그리스 수출입 현황. 적자를 한화로 환산하면 약 24조원

    (2011년 그리스 수출입 상황이다. 수입이 677억 유로이고 수출이 517억 유로로 160억 유로 적자다. 적자액을 한화로 환산하면 약 24조원이다. )

    이제라도 그리스 시민들은 위의 이야기의 배짱이처럼 과감하게 유로를 버리고 과거의 드라그마르 통화로 바꾸고, 은행 국유화로 예금 대량 인출 사태를 막고, 경제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유일한 출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독일같은 채권국들은 반발하겠지요. 하지만 그리스가 지금처럼 유로권과 유럽단일시장에 묶여 있는 한 공황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데 아무리 구제 금융을 주어 봤자 그리스는 계속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합니다.

    6월 17일에는 그리스에서 총선이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급진좌파 정당인 시리자(Syriza)가 제 1당이 되면 그리스를 불황의 구렁텅이로 더 깊이 몰아넣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재협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벌써 열 번 이상 구조조정에 맞서는 총파업에 나섰던 그리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부자들의 이익을 위한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노동자와 실업자, 청년들을 위한 민주적 경제정책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기대해 봅니다.

    필자소개
    레디앙 네덜란드 통신원/ 개인 이메일 jjagal5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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