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추가 핵군축 제안,
세계는 더 안전해질까?
[전쟁과 평화] 미국의 핵전쟁 계획, 여전히 진화 중....한반도는 시험 무대
    2013년 08월 02일 03:42 오후

Print Friendly

2013년 6월 19일 오바마 대통령은 베를린 연설에서 “우리의 전략핵무기를 최대 1/3 감축하면서도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결심하게 됐다”고 선언했다.

신전략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미국과 소련이 실전 배치한 핵탄두의 수를 1,550기로 제한했으나, 오바마의 새로운 제안은 그 상한선을 1/3 더 감축하자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미국 국가안보 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감축하며 세계 핵군축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맹세했다. 따라서 그의 이번 제안은 마치 핵군축을 향한 꾸준한 진보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얼마나 현실에 부합할까?

New START는 무엇이었나?

오바마의 새로운 제안을 평가하기 위해선 그에 앞서 체결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은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협정으로 2010년 4월 8일 서명되어 2011년 2월 5일 발효되어 2021년까지 효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핵-1

[표] 신전략핵무기감축협정이 규정한 핵무기 제한

 협정은 실전 배치된 핵탄두의 수를 1,550기로 제한했다. (하지만 실제로 배치된 핵탄두의 수는 1,550기 제한을 넘을 수 있는데, 폭격기 한 대에 탑재된 탄두는 그 수가 얼마든 간에 1기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또한 협정은 실전 배치되거나 배치되지 않은 발사체,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중폭격기(장거리전략폭격기)의 수를 800기로 제한하고, 그 중 배치된 미사일과 폭격기의 수를 700기로 제한했다. 협정은 검증을 위해 위성 원격 감시를 허용했고, 1년에 18회 현지 사찰도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이 감축하자는 상한선은 실전 배치된 핵탄두를 대상으로 하며, 여기에는 비축분은 제외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상당량의 핵탄두를 비축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현존 운반 체계에 4,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배치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많은 언론이 정확히 잘못 전달하고 있는 바다.

또한 협정은 전술핵무기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록히트 마틴의 F-35 라이트닝Ⅱ는 전술핵 운반체 역할을 하는 F-15E와 F-16을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나 어떤 제한도 가해지지 않았다.

실전배치 전략핵무기 감축 제안의 맹점

나아가 백악관은 핵무기 추가 감축이 미국의 일방적 조치로 취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즉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추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러시아의 협상 참여 여부에 운명이 달려 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를 협상에 참여하게 할 인센티브가 거의 없다. 러시아의 관점에서 볼 때 New START가 규정한 상한선이 1,550기냐 1,000기냐는 문제는 거의 중요성이 없다. 그 이유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같은 날 백악관이 배포한 <핵무기 사용 정책에 관한 새로운 지침>도 “기술적, 지정학적 위험에 대항하여 강건한 대비책(hedge)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비책이란 바로 핵탄두 비축량을 의미할 것이다.

설사 미국이 전략핵탄두 비축량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감축한다고 제안하더라도, 이 역시 러시아에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 현재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는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이나 재래식 타격능력, 우주의 군사화, 중국 핵전력을 견제하기 위한 다자간 핵군축 협상과 같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은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장래도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의 핵무기 의존도는 감소했나?

오바마 정부의 핵정책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의 베를린 연설보다는 오히려 같은 날 발표된 <핵무기 사용 정책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베를린

지난 6월 19일 베를린에서 핵 감축을 제안하는 오바마 미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은 핵무기 규모뿐만 아니라 핵무기의 역할도 축소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그 약속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부터 살펴보자.

2010년에 발표된 미국의 <핵태세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핵 비확산조약(NPT)에 가입했고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도 않고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위협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함으로써 장기적인 ‘소극적 안전보장’을 강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에 따라 보고서는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화학무기, 생물학무기 공격에 대해서는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미국이 안보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감축한다는 상징이라고 선전되었다. 즉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비상사태의 범위를 상당히 축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핵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그들이 재래식 무기나 생화학무기로 미국 또는 동맹국에 공격을 가한다면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의 ‘유일한 목적’은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에 대한 핵공격 억제라는 보편적 정책을 현재 시점에서는 채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새로운 지침>도 위와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전략 핵전쟁 계획은 6개의 적대세력, 즉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시리아, 마지막으로 9·11 유형의 대량살상무기 공격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중에 러시아, 중국과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란과 시리아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으나 핵비확산조약이 규정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미국의 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은 거의 변화가 없다.

냉전식 핵전쟁 계획의 재확인: 선제응징과 전략핵 대응발사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미국은 잠재적 적국에 대항하는 선제응징 능력(counterforce capabilities)을 유지하며, 결코 등가보복전략 또는 최소억지전략에 의존하지 않는다.

선제응징 전략은, 미국 전략사령부의 용어를 쓰자면 ‘예방적’, 또는 ‘공격적으로 반응적’(offensively reactive)이다.

이러한 미국 핵전쟁 계획의 재확인은 오바마 정부의 핵 정책이 프라하 연설에 밝힌 ‘냉전적 사고의 종식’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또한 선제응징은 전략핵 대응발사(launch under attack)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미국 정부의 <새로운 지침>은 냉전 이후로 기습 핵공격을 무력화할 필요성이 상당히 감소했기 때문에 국방부가 전략핵 대응발사의 역할을 축소하기 위한 새로운 옵션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미국은 전략핵 대응발사 능력을 상당 규모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극에 도달하는 데 약 30분밖에 들지 않기 때문에 전략핵 대응발사를 실행하려면 수백 개의 핵무기가 경계 태세에 있어야 하며 발사 명령을 접수한 후 수 분 내에 발사가 가능해야 한다.

선제응징이나 전략핵 대응발사와 같은 핵전쟁 수행 계획은 냉전과 거의 유사한 전쟁준비태세와 기술적, 운용적 요소를 요구한다. 이는 주요 핵보유국의 핵경쟁을 유지시키며 핵무기의 역할과 규모를 감축하려는 모든 노력에 장애를 초래한다.

오바마 등장 후, 세계는 핵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더 안전해졌는가?

오바마 정부는 실전 배치된 핵무기의 수를 감축하자고 제안할 뿐, 그 이상 어떤 의미 있는 진전도 이뤄내지 못했다.

냉전식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선제응징’이나 ‘전략핵 대응발사’ 개념을 고수하며, 주요 적대국에 대한 핵공격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나아가 핵무기 현대화 계획에 따라 실전에서 사용가능한 핵무기 개량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 핵전쟁 가능성이라는 실제적 위험을 의미한다.

2013년 7월 31일 미국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의 제임스 코왈스키 사령관은 서태평양 괌 기지에 B52 전략폭격기를 6대 이상 지속적으로 배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이 작전계획을 ‘폭격기의 지속적 배치'(Continuous Bomber Presence) 프로그램이라 명명하고 “6개월마다 새로운 B52 폭격기를 교대로 괌 기지에 순환배치하고 있으며 최소한 6대 이상의 폭격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3년 3월에는 B2 스텔스 전략폭격기 2대가 한·미 연합 독수리연습에 참여해 폭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3월 27일 출발한 폭격기들은 공중 급유를 받으며 10,500㎞를 비행했고 28일 정오 한반도 상공에 도착해 전북 군산 앞바다 직도 사격장에 훈련탄을 투하한 뒤 기지로 복귀했다. B52나 B2 폭격기는 양자 모두 (전술)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현재에도 진화하고 있는 미국의 핵전쟁 계획에서 한반도는 가장 중요한 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끝>

필자소개
임필수
사회진보연대에서 활동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