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안태영, 그의 두 번째 이야기
[야구좋아] 야구에는 스토리가 있다
    2013년 08월 02일 02: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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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투수였다. 2004년에 지명 받았고, 이듬해 방출됐다. 입단 동기가 삼성의 박석민이다. 1군에 단 한 번도 그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사라졌다. 방출이 되자 그런 그를 원하는 팀은 당연히 없었다. 십 년을 넘게 그라운드에서 살았던 안태영은 그렇게 그라운드를 떠났다.

입에 풀칠은 해야 했다. 그러나 주말에는 사회인야구에서 간간히 글러브와 방망이도 들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그 당시 그랬는지 그 때는 잘 알지 못했다고 했다. 혹시 그라운드의 설렘, 방망이를 든 손 끝의 감촉에 대한 그리움은 아니었을까라고 되뇌여 본다.

그래서 ‘패자 부활전’ 고양 원더스가 창단했을 무렵, 자신의 마지막 인생을 걸기 위해 신발끈을 강하게 조였는지도 모른다.

자그마치 6년의 공백. 테스트도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된 동료, 혹은 정말 사회인들 틈바구니 안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트라이아웃 연습 게임에서는 빈타에 그쳤고, 성적만 보면 다시 그라운드에서 떠나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원래 투수였기 때문에 타격에 시원한 맛을 기대하기란 더욱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원더스 코치진과 김성근 감독은 그를 합류시켰다. 누구보다 강한 절박함이 눈에 보였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김성근 감독은 투수로 실패한 그가 베팅하는 모습을 보고 ‘어, 이 녀석봐라.’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고 했다. 그리고 원더스라는 외인구단에서 정말 오혜성처럼, 조상구처럼 최관처럼 온 몸을 던지며 온 몸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공백을 메우던 방법이었다. 김성근 원더스 감독은 “펑고를 받을 때 허리가 끊어질 만큼 아프다는 건, 아직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안태영 선수. 방송화면 캡처

안태영 선수. 방송화면 캡처

넥센 히어로즈, 두 번째 이야기

그리고 안태영은 원더스에서 훈련하던 어느 날, 히어로즈 관계자들 눈에 띄어 넥센 유니폼을 입기에 이르렀다. 히어로즈는 상대적으로 장타력이 있는 외야수가 부족했다. 안태영이 그런 히어로즈 입맛에 맞는 선수로 추천된 것이다.

프로에 진출한 고양 원더스 선수들을 보고 혹자들은 1군은 밟지 못할 거라는 말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들은 크게 의미 없어 보였다. 어쩌면 그런 불평을 하는 이들은 원더스 선수들만큼의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실제로 사실 교류전 정도에만 그친 원더스 시절 이후, 안태영이 넥센에 입단한 2군에서 보여준 성적은 눈부심 그 자체였다. 팀 내 유한준을 비롯한 외야수진들의 부진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2군에서 3할이 훌쩍 넘는 타격, 거기에 12개의 홈런은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고 2군에서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보였다.

이후에는 더 극적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눈에 들어 급기야 1군에 합류, 삼성과의 게임에서 4타수 4안타. 거기에 1홈런. 1-1로 맞선 상황에서 경기를 뒤집는 역전홈런을 쳐내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더 크게 각인시켰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최고의 마무리’ 오승환의 공을 안타로 만들었던 것은 하이라이트 필름으로 남아있다.

다시는 타의로 그라운드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그에게 다가온 기회. 신데렐라로 떠오른 그가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 것인지, 12시가 되어 마법에서 깰 것인지는 사실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의 인생역경과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타석에 선 모습에서 많은 야구팬들은 안태영을 숨죽여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팬들이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 중에서 많은 이유는 스토리가 있어서다. 다른 스포츠보다 긴 9회까지의 시간 안에 그라운드는 온갖 우여곡절과 그 것을 뛰어넘을 이야기들은 분명 있다. 그의 제 2막은 이미 열렸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할지 궁금하다. 백넘버 55 안태영, 그의 앞으로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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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좋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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