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도둑 간장게장
    [내 맛대로 먹기] 밥 같이 먹어야 친구이고 동지^^
        2013년 08월 01일 03: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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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방송작가가 쓴 영화평을 읽다가 인상적인 대목을 만났다. 가장 기본적인 것도 함께 나누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무리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우겨도, 결국엔 ‘또 하나의 가식’일 수밖에 없다.

    겸상을 불허하고 나눔을 외면하고서는 진짜 가족, 진짜 식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김세윤 “함께 밥을 먹어야 가족이다”, 한겨레 2013. 5. 11) 맞는 말이다. 힘들고 괴로운 때가 와도 같이 밥을 먹어야 가족이다.

    이 말을 조금 부풀리면 함께 밥을 먹어야 친구이고 동지이다. 서로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는 몰라도 일 년에 한번쯤 만나서 밥과 술을 나눈다면 친구라 할 수 있겠지만, 날마다 집회, 농성, 회의 등등을 함께 하면서도 밥 한 끼 나누지 않고 서로 동지라고 부르는 건 뭔가 어색하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동지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정작 식구들하고는 외식하자는 약속도 좀처럼 잡지 않는 주제에 집이 비어 있을 때면 무슨 음식을 차려 동지들을 불러 모을까 하면서 즐거워한다.

    꽤 오래 전부터 함께 밥을 먹으려고 일 년에 두 번은 만나는 동지들이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간장게장을 함께 만들자고 모여, 간장게장 국물을 끓이고 식을 때까지 한나절을 꽃게를 사면서 곁들여 준비한 해산물을 반찬과 안주로 만들어 먹고 마시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간장게장을 좋아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사먹는 것을 망설이던 동지들이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해서 생겨난 모임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간장게장 전문점에 가면 꽃게장 한 마리에 대체로 2만원 안팎이고, 서울에서 비싼 곳은 4-5만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간장게장은 참게, 꽃게, 돌게 등 살아있거나 신선한 게를 그대로 간장국물에 절인 음식이다. 간장게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밥도둑으로 일컬어진다. 간장게장 말만 들어도 입에 침부터 고이는 사람들이 많다.

    간장게장의 유래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갈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예전에는 민물 참게가 워낙 흔해서 봄에 참게장을 담그면 가을까지 훌륭한 반찬이 되었다고 하던데, 요즘은 섬진강 유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강물이 오염되어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시중에서 맛볼 수 있는 게장은 주로 꽃게이거나 전남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돌게(박하지)이다. 그 중에서 꽃게로 만든 게장이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

    지금이야 한여름이라 성수기가 지났지만 꽃게의 제철은 봄이다. 산란기를 앞둔 봄에 잡는 암게는 알이 꽉 차 있다.

    정부가 5월의 제철 웰빙 수산물로 지정할 정도로 꽃게는 4월이나 5월에 많이 잡히고 특히 맛이 좋다. 서해안 어항들의 수족관마다 꽃게가 그득하고 내륙의 수산시장에도 꽃게들이 꿈틀거리며 주인을 찾는다. 찜을 하든지, 탕으로 끓이든지, 그대로 무쳐내든지, 꽃게를 재료로 하는 음식은 누구나 식탐을 부릴만하다.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숫게가 더 맛있다고 한다. 실제로 가을에는 암게를 구입해도 알이 봄처럼 실하지 않다. 그러나 요즘은 꽃게를 잡자마자 곧바로 냉동하여 가정으로 배송하는 상품이 있어서 굳이 산 꽃게만을 찾는 게 아니라면 사시사철 게장용 암게를 신선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간장게장 만드는 것은 꽤나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코 어렵지 않다. 간장국물을 만들어 식히고, 꽃게 손질해서 준비된 국물에 담가놓으면 먹는 일만 남는다. 간장게장의 맛은 간장국물을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좌우된다. 집집마다 맛이 다른 까닭이다. 오늘 소개하는 간장게장 만들기는 봄과 가을에 동지들과 함께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이다. 짠맛과 단맛을 줄여 담백하고 감칠 맛이 탁월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미리 참고할 사항 몇 가지를 일러 둔다. 간장게장용으로 구입하는 꽃게의 크기는 1kg에 4마리 정도가 적당하다. 게장에는 몽고간장을 쓰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들 한다. 몽고간장을 쓰지는 않더라도 산분해간장 말고 반드시 양조간장을 쓰기 바란다. 양념 재료는 적당량 사용하면 된다.

    이 간장 게장은 짠맛을 워낙 줄여서 1주일 이내에 다 먹어치우는 것이 좋다. 1주일 이내에 먹을 수 없는 경우에는 꽃게를 따로 덜어내어 냉동하고 국물은 냉장해 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먹으면 된다. 참, 이 간장게장 만드는 방법은 충남 서천을 고향으로 둔 동지에게 배운 것이다. 지면으로나마 감사드린다.

    <재료>

    꽃게 3kg

    몽고생간장 1.8리터

    생수 1.8리터 2통

    청주 0.5리터

    양념 :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 계피, 감초, 당귀, 통후추, 황기, 대파 흰부분, 양파, 생강,

    마늘, 청양고추(3-4), 홍고추(3-4)

    <만드는 방법>

    1. 간장, 생수, 청주, 양념을 솥에 넣고 팔팔 끓이고 충분히 식힌다. 국물의 맛을 보고 짜다 싶으면 끓인 물을 더하여 입맛에 맞게 희석하면 된다.

    2. 꽃게를 흐르는 물에 솔로 빡빡 씻어 물기를 뺀다. 씻을 때 아가미 끝부분을 눌러 까만 배설물을 완전히 제거한다.

    3. 손질한 꽃게를 차곡차곡 용기에 넣고 식힌 간장국물을 넉넉히 부어 냉장한다.

    4. 만 3일 지나면 먹기 시작하고 1주일 이내에 다 먹는 것이 좋다. 마늘, 청홍고추 등을 썰어 게장국물에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

    01 간장국물 재료

    간장국물 재료

    간장국물 끓이기

    간장국물 끓이기

    간장국물 끓이기

    간장국물 끓이기

    꽃게 손질

    꽃게 손질

    꽃게 손질 끝

    꽃게 손질 끝

    게장 완성

    게장 완성

     

     

    필자소개
    이성우
    전 공공연맹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이다. 노동운동뿐 아니라 요리를 통해서도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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