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림천이 시끄러웠던 이유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축제!
        2013년 08월 01일 11: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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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구 신림역 부근의 도림천이 여느 주말보다 시끄럽다. 한쪽에는 다양한 부스가, 한쪽에는 무대공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우리들의 축제를 쳐다본다.

    아이와 함께 나온 한 아빠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안내데스크를 향한다. 물음에 답을 할 만한 ‘어른’을 찾지 못한 그는, “여기 어른은 안계시니?”라고 물었고, 한 청소년이 대답했다. “여기 책임자는 저니까 저에게 물어보시면 돼요^^”

    어리둥절하며 그가 받아든 리플렛에는 [관악 청소년축제, 관악 청성제]라고 적혀있다. 내용을 자세히 보니 이런 문구가 있다,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축제!’

    관악 청성제?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가보자. 3월 3일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사무실에서는 여러 명의 청소년들이 모였다. 탈학교 청소년, 관악구에서 지역 청소년 정치를 꿈꾸는 청소년, 청소년 문화사업에 갈망을 느끼는 청소년, 좀 더 신나는 축제에 관심 있는 청소년까지.

    다양한 생각를 가진 우리 청소년들이 모인 이유는, 우리 동네 관악구에서 청소년이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하고 책임지고 정리하고 평가하는 축제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청소년 축제가 그렇지 않는 축제에 비해 훨씬 즐거울 수 있다는 확신과 학교 축제에서는 감히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다 못해 흘렀던 첫 날이었다.

    그렇게 첫 날이 지나고 ‘청소년 축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서 매주 만나며 축제계획을 다듬어 나갔다. 우리 모두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축제를 준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놀랄 만큼 축제 준비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만큼 우리의 갈망은 컸다.

    부스나 무대공연이 청소년들로 구성되어야 할 뿐 아니라 모든 준비 절차와 정리·평가까지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점심 시간을 쪼개 참가그룹 모집 포스터를 붙이거나, 시간이 부족해 새벽에 홍보물을 붙이고 아침 첫차로 집에 들어가기도 했다.

    여러 관악 지역단체들을 만나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축제에 대해 설명드리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정말 고달팠던건

    밤새 천막 가격을 알아보고, 난생 처음 음향 장비 대여 계약도 체결해 보고, 좀 더 그럴 듯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고달팠던 것은, 우리가 만들고자하는 청소년 축제를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청소년 대부분은 학생 신분으로서 벅찬 입시교육을 감당해야 한다. 어느 날 부모님이 청성제라는 것을 함께 준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던 사람도 있었고, 학원과 학교가 주는 부담 때문에 처음의 의지와는 달리 함께 준비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 상당히 많았다.

    축제 홍보를 위해 거리에서 같이 전단지를 붙이던 준비위원이 멀리서 자신의 가족을 발견하고 곧장 숨어버릴 수 밖에 없었던 순간은 우리 모두를 긴장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준비위 회의 첫 날, 축제를 같이 준비하고자 모였던 청소년들이 축제 때 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고 속상한 일이었다. 예산과 기반도 크나큰 골칫거리였다.

    별다른 조직 없이 일단 한 번 해보자고 모였던 준비위원회 입장에선 홍보 포스터를 만드는 일도 없는 호주머니를 털어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청소년 당사자들의 모금과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축제를 준비해 보자는 처음 생각은 곧 한계에 직면했고,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지자체의 마을만들기나 축제지원 예산을 활용해 보자는 의견이 채택되었다.

    우리는 곧바로 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뛰어 들었고, 사업계획서를 완성하여 관악구청에 제출했다. 걱정과 달리 관악구청으로부터 500만원의 축제 지원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고, 뛸 듯이 기뻤다.

    우리가 책정한 예산은 총 600만원이었는데, 500만원이 확보되자 날개를 단 우리들은 당시 진보신당(지금은 노동당) 나경채 관악구의원의 페이스북 모금 호소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100만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나는 청성제가 이름만 ‘청소년’축제인 많은 다른 축제에 대한 대안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대안은 함께 상상하며 만드는 것이었다.

    통계, 그리고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

    관악구 인구 546,350명(2011년 통계)중에 10대 청소년 비율은 10%가 넘어가는 5만5천명이다. 예산을 한번 본다면 2011년 당시 관악구 총 예산은 3234억원 이었고 그 중에 노인청소년과 예산은 265억원이며 노인청소년과 청소년복지팀에 배정된 예산은 26억원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이 예산의 대부분은 청소년수련관 등 시설에 들어가는 예산이고 일부가 청소년지도위원회 등 청소년으로 구성되지 않은 단체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비율로는 총 예산의 0.8%정도 이다.

    10대 청소년 인구는 10%, 청소년 예산은 0.8%, 이 놀라운 불일치! 이것이 청소년 운동이 필요한 이유이며, 이것이 우리가 청성제를 통해서 ‘어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청성제 축제의 모습

    청성제 축제의 모습

    청성제에는 총 30팀의 부스와 공연팀이 참여하였다. 부스 혹은 공연에 직접 참여한 인원은 200명이 넘었다.

    행사의 기획과 실무적인 준비, 600만원이 넘는 예산의 수립과 집행, 행사의 홍보와 참가팀의 모집, 행사 당일 필요한 각종 물품들의 대여계약과 회계상의 정산과 청성제 준비위원회의 후속 사업을 고민하기 위한 평가총회까지 모두 우리들의 힘으로 진행하였다.

    행사에 참여하여 함께 우리들의 축제를 즐긴 사람들은 어림잡아 2,000명이 넘었다. 물론 이 행사를 하기까지 적지 않은 지역사회의 도움도 있었다. 다만 우리들은 그 도움조차도 우리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할 원군이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사실 청성제는 청성제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작년부터 청소년 운동의 지역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었고, 그 구체적인 고민의 일환으로 노동당 나경채 관악구의원과 지역의 청소년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가칭)청소년 의회 연구모임’을 운영했었다.

    이 고민이 청소년 지역운동의 주체형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번졌고, 이에 대한 좌충우돌의 고민이 관악청소년축제 ‘청성제(靑星祭)’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우리들이 원래 하려고 했던 관악구 청소년의회 설립운동에 나설 것을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청성제를 통해 그 수요를 확인한 청소년 대중문화운동에도 나설 것이며, 새로운 청소년 단체를 설립하는 것을 통해 도무지 청소년에게 인생을 고민하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에 맞서 우리들의 ‘여유’찾기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지켜봐 주시라! 청소년의 여유찾기 여정을.

    필자소개
    청성제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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