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비정규교수 조직해야
    시간제 교육노동자로서의 대학 시간강사...8만여명
        2013년 07월 30일 03: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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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전 위원장의 비정규교수 문제 기고 글 세번째 주제이다. 이번 글도 2회에 나누어 게재한다. 지난 글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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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위장형 비영리조직인 대학의 구조조정과 (시간)강사법 대응

    필자는 앞에서 자본주의와 대학에 대해 간략히 다루었다. 자본의 노동분할 지배전략이 제도적으로 관철되는 공간이 대학이고, 자본주의 질서를 물질적‧이데올로기적으로 재생산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곳이 대학이다. 대학은 자본주의의 신전이다.

    한국에서 고등교육부문은 시장화되고 대학은 기업화하고 있다. 대학이 기업화되면서 이윤 획득을 위한 온갖 조치가 시행된다. 등록금 인상, 기숙사비와 식비 인상, 등록금 외의 교육비 발생, 펀드 투기와 부동산 투기, 각종 벤처회사 설립과 투자, 영리공간 확대 등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대학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호텔도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련 규정이 개정되었다. 학교는 확실하게 ‘위장된 비영리조직’으로 자신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대학은 ‘인건비 절감’에 초점을 둔 구조조정도 일상적으로 한다. 앞에서 언급한 속이기, 줄이기, 쥐어짜기, 책임 회피하기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 결과 정규직으로 뽑힐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거나, 정규직이 학교로부터 잔업을 강요받아 그 일을 하는 만큼 비정규직이 해고당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 덜 필요하게 만드는 조치도 수반된다. 학과통폐합, 졸업이수학점 단축 등이 대표적이다. 기관과 교과목 수가 줄면 그만큼 필수 교원과 교직원의 수가 줄어든다. 정부차원에서 진행되었던 대학통폐합과 국립대법인화는 큰 틀에서 진행되는 구조조정이기도 하다.

    언론과 정부에 의해 강요되는 줄세우기식 대학 평가는 국립대학에서조차 총액인건비제 등과 맞물려 대학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확대한다. 고액 연봉을 받는 교수를 만들어내고, 인건비는 슬림화했다고 포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늬만 정규직인 교원과 교직원의 수는 늘어나고 외주화 역시 가속화된다.

    대학평가에서 총장직선제 폐지를 대학평가에 5% 반영하겠다고 하자 90% 이상의 국립대학들이 1년 만에 총장직선제를 바로 폐지하였다. 이게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비정규교수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구조조정은 ‘(시간)강사법’이다. 최근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전에는 전체 강의의 35.1%를 비정규교수가 담당하였지만 지금은 30% 정도만 담당한다고 한다. 35.1%를 100%로 환산하여 계산하면 약 15%가 줄어든 것인데, 시간강사 8만 명만 가지고 계산해 봐도 1만 2천 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그만큼 일감이 줄어들었다고 추산할 수 있다.

    비록 비정규교수노조의 투쟁 덕분에 그 시행이 1년은 유예되었지만 2014년 1월 1일에 본격 적용될 (시간)강사법은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극단적으로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잔혹한 의자놀이처럼 정리해고를 가져 올 시간강사법으로 인하여 조만간 최대 4만 명 정도의 비정규교수가 설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급을 받는 강사를 교원으로 간주하여 교원확보율에 포함시키고 그 교원확보율로 대학을 평가할 것이기에, 대학들은 너도나도 정규교수를 강사나 그와 비슷한 처지의 존재로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시행령 초안에 따르면 교원확보율에는 1주일 9시간 이상의 강의를 하는 강사만 반영되므로 현재 평균적으로 1주일 4.5시간 정도 담당하는 비정규교수 간 강의몰아주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이러한 비정규교원 구조조정에 대하여 필자는 ‘시간강사법을 즉각 폐기’하고, ‘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하며,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교수로 법정교원 100% 확보 의무를 달성토록 대학에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정규교수가 100% 충원되어도 비정규교수는 일정 부분 존재할 수밖에 없으므로,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통합하여 2년 단위로 재임용심사를 받으며 일정 정도 요건을 달성하면 자동재계약되는 연구강의교수제를 도입하고, 정부가 그들에게 생활임금에 기초한 기본급을 책임지면서 국민의 교육권과 교원의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도록 하자’고 제안하였다. 상세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지금부터는 시간강사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구조조정과 대학의 기업화에 어떻게 조직적으로 맞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2. 정규교수와 정규교직원은 비정규노동자들의 적인가?

    * 인제대학교의 비정규교수 대량해고와 직원 동원 사건

    2013년 7월 14일에 경남 김해시 인제대학교 캠퍼스에서 비정규교수노조 인제대분회는 189명의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하려는 학교 측의 지침을 폐기하기 위해 총장 항의방문 예고 집회를 열었다.

    조합원들이 모여 간단하게 집회를 한 후 본관 앞으로 들어가려는데, 학교 측에서 직원들을 동원하여 출입구를 막는 일이 벌어졌다. 출입구를 막은 사람들 모두가 학교 직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심지어 학교 측은 경찰까지 불러 놓았다. 다른 투쟁 현장에서는 비교적 일상적인 일일지도 모르지만 비정규교수노조의 총장 항의 방문에 학교 측이 이렇게 반응한 적은 지금껏 없었다.

    형식적 민주화 이전인 1980년대쯤 악독한 대학 재단들이 그렇게 한 적은 있다지만, 2013년 백주 대낮에 선생들의 본관 출입을 막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해 문을 봉쇄하고 경찰이 그 곳을 감시하는 곳이 한국의 대학이 되어 버렸다.

    비록 최근 2~3년 동안 우리의 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학교 측이 총장실로 들어가는 복도 앞에 철문(셔터를 내려 잠글 수 있는 문)을 만들고(영남대), 우리가 항의 방문한다는 정보가 입수되면 총장실로 향하는 출입구를 잠그고 총장실이 있는 층에 엘리베이터조차 서지 못하도록 하여 직원들이 ‘셀프감금’ 당하며(부산대), 농성장 설치를 막으려고 정규교수 몇 명이 직접 ‘쌩쇼’(컨테이너 설치 예정 바닥면에 넘어져 있기, 자동차 주차하기 등)를 벌이기도 하지만(경북대), 직원들을 무슨 용역 부리듯이 배치하여 건물 옆을 지나는 사람에게 검문까지 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결국 진입을 시도하려는 측과 막으려는 쪽 사이에 약간의 몸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인제대 비정규교수들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

    인제대 비정규교수들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

    몸싸움과 공방은 총장이 밥을 먹는 식당 건물 앞에서도 계속 되었다. 그러다가 직원 한 명이 혼자 넘어져 놓고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이 밀어서 다쳤다며 바로 폭력을 행사하면서 욕지거리를 하였다. 경찰을 동원하여 그 앞에서 마치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만들어 노조를 파괴하려는 전형적인 ‘공작’이 인제대학교 안에서 벌어진 것이다(이 과정에서 필자 또한 약간의 상해를 입어 며칠간 제대로 앉을 수 없어서 이 시리즈가 늦게 끝나게 되었다.).

    교직원은 재단의 주구(走狗)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영혼 없이 지배층의 부당한 지시에 순응하는 자는 우리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수백 만 명의 유대인을 죽게 만들었으면서도 히틀러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 아돌프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이 비판적 사유를 하는 대학에서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 국민대 정규교수의 시간강사 10년간 착복 사건과 전국적 거마비 문제

    국민대에서 한 예술계 시간강사가 정규교수에게 10년간 1억 원 정도를 상납했다는 기사가 여러 곳에서 나왔다. 시간강사로 일해서 번 돈 대부분을 정규교수 몇 명에게 바친 꼴이다.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현실이 잘 드러난 사건이다. 하지만 분노는 잠시뿐, 첫 회를 보면 끝을 알 수 있는 3류 드라마처럼 뻔한 결말이 눈앞에 그려진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학교, 동료 감싸기에 나설 정규교수들, 물타기와 프레임 바꾸기, 학교 구성원과 동창회를 동원한 고발자 압박, 폭로자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전방위적 보복 조치, 시간끌기 등을 하며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이왕 정규교수에게 돈을 바치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해 보자. 사실 더 보편적인 돈 문제는 ‘거마비’(논문심사위원들에게 주는 차비 또는 수고비 및 식비와 접대비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대부분의 대학과 전공에서 거마비는 음성적으로 존재한다.

    거의 모든 계열과 전공에 존재하지만 특히 체육계, 이공계, 의학계열 등에서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박사학위를 둘러싼 ‘거마비’는 제도적인 수탈에 다름아니다(물론 거마비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일부 있다. 다행히도 필자가 나온 학교의 학과는 거마비가 없다).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 논문심사를 빙자하여 내게 되는 거마비는 최하 300만원에서 수 천 만원에 이른다. 심사회수, 회당 금액, 인원, 해당 학과의 풍토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지만 거마비의 규모가 의학계열>이공계열>체육계열>인문사회계열의 순이라는 점은 맞을 것이다.

    거마비를 폐지하고 적정한 공식 논문 심사비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특히 학과 내의 정규교수는 논문 심사비를 받아서는 안 된다!). 음성적으로 존재하는 고액의 거마비는 학위를 둘러싼 ‘대가성 금품’을 학생과 심사위원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이기에 모두를 위해 전면 폐지하고 발각 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 정규교수는 귀족인가?

    박노자 교수는 얼마 전 “고려대 교수, 현대차 정규직…둘다 ‘귀족’이라구요? [현대차 희망버스 연속 기고 ②] 희망버스의 의미”에서, 대학의 경우에는 ‘노동자 계급’의 최상위가 이미 체제 안으로 완벽하게 편입되었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간강사에 대한 초과 착취로 얻는 잉여를 전임 교수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시간강사들의 노조 조직률이 1.8%에 불과한 이유로 그는, “시간강사는 그나마(그 월급이 시간강사 보수의 60-70%가 될까 말까 한 대학 청소 노동자 등 진지한 “최말단 비정규직”들과 달리) 그래도 언젠가 ‘귀족화’될 확률, 혹은 ‘귀족화’는 못 되더라도 정부 연구직 공무원이라도 될 확률이 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다.

    평소 시간강사 문제에 관심을 가져오신 박노자 교수가 쓴 당시 글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보충이 필요할 것 같아 몇 마디 첨언코자 한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 문제는 국가의 교육공공성 포기와 자본의 노동자분할지배전략이 맞물려 발생한 구조적 문제이다. 정규교수-비정규교수 간의 대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조중동이 툭하면 떠벌이는 ‘대학판 노동귀족론’에 우리가 굳이 동참할 필요가 있을까? 정규교수 일반을 적으로 돌려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될까?

    전국 대학에는 약 10만 명의 정규교수가 있다. 정규교수 중 절반 정도는 정교수(정년을 보장받은 교수)가 아니다. 박노자 교수가 언급한 고려대학교 정교수는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이고, 그들의 평균연봉이라면 호봉제가 적용된 50대 중반쯤 되는 사람들의 연봉이다.

    최근 교수연봉이 공개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가능한한 높은 급여를 주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의과대학 교수들 진료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평균연봉이 크게 인상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교원확보율 부풀리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임상교수들의 급여체계는 일반교수들과 다르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훨씬 높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2010년도 정교수 ‘평균’ 연봉은 8,611만 원이다. 2011년부터 반값등록금 투쟁이 불이 붙어 최근 몇 년간 교수 월급 인상률이 얼마되지 않으므로(임금이 줄어든 곳도 상당히 있다!) 지금도 큰 차이는 없다. 같은 기간 전국 전문대 2010년도 정교수 평균연봉(평균연령 약 55세)은 8,116만 원이다.

    정교수 다음의 직급은 부교수(평균연령 40대 후반)이다. 정교수보다 1,000~1,500만 원 정도 적다고 보면 된다. 그 다음 직급은 조교수(평균연령 40대 중반)인데 역시 부교수보다 1,000~1,500만 원 정도 적다. 정규교수의 가장 낮은 직급인 전임강사(평균연령 약 40세)는 4년제 국립대라 하더라도 5천만 원 수준이고, 전문대의 경우 4천만 원을 넘기는 곳이 많지 않다. <교수신문> 2013년 1월초 기사에 따르면 정규교수가 아닌 ‘무늬만 교수’인 초빙교수는 대부분의 4년제 대학에서 2~3천만 원을 받고 있었다. 겸임교수에게 연봉 1천만 원 이상을 주는 대학은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전임강사가 되는 평균 연령이 만 40세가 넘은 지 이미 오래다. 평균적으로 대학 졸업하고 15년 정도 대학원생이나 비정규교수로 생활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제는 정규교수로 뽑히더라도 상호약탈적 성과연봉제 적용을 하는 대학이 대부분이고, 저가에 초과강의(일종의 잔업)를 강요하는 대학이 널려 있다. 정규교수가 되는 사람은 거의 무급으로 적어도 10년 정도(학부 4년, 석사과정 2~3년, 박사과정 5~6년) 있어야 한다는 점과 시간강사로도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쯤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나이 50대 중반이 되어 8~9천만 원의 평균연봉을 받는 것에 대해 귀족으로까지 ‘격상’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학원과 시간강사 시절 동안 평균 연봉 1천만 원에 10년을 산 사람에게 10년간 6천만 원, 나머지 10년간 9천만 원을 주면 그 사람의 생애 평균 연봉은 얼마인가? 1억 원(1천만 원*10년)+6억 원(6천만 원*10년)+9억 원(9천만 원*10년)=16억 원이다. 이를 30년으로 나누면 약 5,333만 원이다. 즉, 만 30세 정도부터 만 60세까지 평균적으로 5,333만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대졸자가 3천 5백만 원 받는 직장에 들어가 호봉제를 적용받아 정년퇴임할 때까지 받는 임금 총액과 비교할 때 과연 교수가 ‘신분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같은 대학의 정교수라 할지라도 계열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한 양대 노총의 4인가구 표준생계비를 못 받는 정규교수도 전국적으로 수 만 명에 달한다. ‘짝퉁’ 전임교원은 더하다. 최근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기존의 전임강사보다 일은 더 하고 연봉은 1,000~1,500만 원 정도 덜 받는다. 3~4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이다.

    정규교수의 연봉에 대해 다룰 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받는 대학의 일부 교수 사례를 갖고 이야기하기보다 교수가 되기 전의 무보수나 저보수 기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 다른 기업체 근무자와 비교할 필요가 있다는 점,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교육권 보호를 위해 교육자를 우대하도록 하는 법률이 우리나라에 존재한다는 점, 생활임금조차 못 받는 처지의 정규 교수도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적이 자본과 국가라는 점을 잊는 순간 전선은 교란되고 노동자들은 ‘제로섬 게임’의 포로가 되기 십상이다. ‘정규직이 양보하라!’는 굿판을 벌여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건 자본과 국가이다. 그렇기에 자본에 학자나 교육자로서의 영혼을 팔아먹고 노동자를 탄압하는 일부 정규교수가 꼴보기 싫다면,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반드시 그들이 움직이도록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 잘못된 제도를 폐기하고 올바른 방향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시간강사를 착취한 잉여물을 정규교수에게 나누어주기 때문에 그들이 자본주의 체제에 포섭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착취가 불가능하게 시간강사제도를 철폐해야 한다. 그것이 정규교수도 해방시키는 길이다. 시간강사제도가 없는데 ‘시간강사를 계속 시켜줄테니 1억 원의 돈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정규교수와 비정규교수 간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고용도 이전보다 상당히 안정된다면 추악한 ‘정규교수직 거래’에 응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자기검열을 일삼으며 체제 수호의 나팔수로 연명하려는 사람도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다.

    대학 안에서 전선이 쳐져야 한다면 자본의 편에 서느냐 노동의 편에 서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연봉의 많고 적음이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임금노동자였던 것은 아니다. 임금노동자라고 다 노동계급의 편에 서는 것도 아니다. 7월 20일에 희망버스를 타고 온 고액 연봉 정규교수들이 우리의 적은 아니다.

    정규교수들이 승자독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배구조(사립대학에서 재단 이사회가 거의 모든 걸 결정하는 운영구조, 국립대학에서 정규교수들이 총장을 비롯해 요직을 장악하여 결정하는 시스템) 자체를 깨야 한다. 그걸 가로막는 자들이 자본의 편이고 우리의 적이다. 그 사람의 직접고용여부, 고용기간, 급여수준, 성별, 연령, 학력, 국적에 관계없이 말이다.

    3. 민주노총, 비정규교수 조직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 시간강사의 조직률이 낮은 것은 귀족화 가능성 때문인가?

    시간강사의 노조로의 조직률이 낮다고 하며 그 원인을 귀족화 가능성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인식은 조금 안이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본다면 시간강사는 조직될 수 없고, 이미 조직된 사람은 귀족화 경쟁에서 탈락한 퇴잔병에 불과하다. 귀족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조직화도 설명하지 못한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의 조직률이 낮은 핵심적 이유는 개인들의 정규직화에 대한 열망이나 약간의 추가 소득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시간강사가 시간제노동자라는 점, 즉 구조적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 시간강사들의 조직률이 낮은 원인을 고액 연봉을 받는 정규교수가 되기 위한 ‘영악함’에서 찾기보다 해고에 대한 ‘두려움’, 공부하는 사람들 다수가 갖고 있는 ‘유약함’, ‘경험 부족’, ‘교육자 이데올로기’ 등에서 찾는 것이 더 타당하다.

    우리나라 비정규직노동자 중에서 시간제노동자는 175만 명 정도이다. 이들은 비정규직의 30.6%, 임금노동자의 9.9%를 차지한다. 시간제 노동자의 2013년 1~3월 평균임금은 65만 1천 원으로 비정규직 평균(143만 2천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간제 노동자 중 12%만 퇴직금을 받고 있고 유급휴일 적용률은 8.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규직 임금노동자 조직률은 20% 정도인데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률은 1.9% 수준이다. 시간제 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0.4%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수는 전국적으로 7만 5천 명에서 8만 명에 이른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로 매월 조합비를 납부하는 조합원 수는 매년 1,500명~1,700명 정도이다. 조합원이 아닌 후원회원도 3~4백 명 쯤 있다. 겸임교수와 초빙교수가 일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원은 전업시간강사이다. 전업시간강사의 수는 전국적으로 약 4만 명이다.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의 비정규교수들을 시간강사와 합하면 약 10만 명이다.

    비정규교수의 노조 조직률은 곧 1.5~1.7% 정도이다. 시간강사만 따지면 2% 수준이다. 실제 혜택을 받는 전업시간강사만 따지면 4% 수준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시간제노동자의 노조가입률은 0.4%이다. 이런데도 비정규교수의 ‘귀족화 가능성 때문에’ 노조가입률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비정규교수노조 전남대분회의 파업 자료사진

    비정규교수노조 전남대분회의 파업 자료사진

    * 정규교원으로의 입직구가 막힌 ‘시간제’ ‘교육’ 노동자

    사실 비정규교수 상당수는 정규교수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40세가 넘어가면 임용될 확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비정규교수 절반은 40세가 넘는다. 남아 있는 30대도 앞에서 언급하였듯 과거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사람들 수는 줄어들고, ‘무늬만 교원’으로 살든지 아니면 시간강사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

    정규교수가 떠난 자리를 무늬만 교원제도로 메우고 있기 때문에 희망은 거의 없다. 정부 연구직 공무원 되기는 더 어렵다. 그 자리가 도대체 몇 개나 되길래 그런 희망 따위를 가지겠는가. 전공별로 그런 자리가 없는 곳도 많고 나이 먹어 들어가기는 더 어렵다. 그렇다. 애초에 대부분의 비정규교수에게 정규교수가 될 희망은 없다. 정규교수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과 동경만이 있을 뿐.

    미국과 유럽에서 스펙을 쌓아 귀국하여도 정규교수가 될 확률은 20%가 채 안 된다. 국내박사나 박사학위가 없는 이들에게는 그 확률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비정규교수 사회에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관찰된다. 돈 많은 집안 자손은 일단 외국에서 학위를 받아 오고, 미리 연결된 연줄을 활용하여 사회성 좋게 정규교수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이 추천하는 연구스펙을 쌓는다. 그 중 일부가 정규교수로 신분을 옮긴다.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시간강사에서 다른 비정규교수로 잠시 옷을 갈아입었다가, 프로젝트 어쩌다 한 번씩 한 뒤, 다시 시간강사 생활을 반복하다 소리소문 없이 배제된다.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의 조직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사실은 다른 직종 시간제노동자들보다 조직률이 훨씬 높지만!), 학문과 교육이라는 영역에서 맺어진 ‘도제관계 속의 시간제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고용이 불안한데 괜히 나섰다가 학계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라 매장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노동조합 가입을 꺼려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조가입과 혜택이라는 ‘보상’이 중장기적 생존 곤란이라는 ‘비용’을 능가하지 않는다고 보기에 가입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고액 연봉 교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노조 활동을 안 한다기보다 그나마 시간제노동자로도 존재할 수 없을까봐 못하는 것이다. 겁이 나서 말이다.

    정규교수나 안정적인 연구원이 될 수 있다는 자신의 ‘희망 고문’도 노조로 발길을 옮기는데 주저하도록 만들긴 하겠지만 주요 원인이라 보긴 어렵다. 비정규교수노조의 몇 개 분회에는 조합원으로 있다가 교수가 된 사람도 여럿 있다. 노조로의 조직이 힘든 더 큰 원인은 ‘소속감 부재’이다. 여기저기서 강의를 해야 먹고 살 수 있는데 근무하는 학교가 자주 바뀌다 보니 노동조합 결성에 필요한 네트워킹과 스킨십이 쉽지 않다. 수도권이 특히 그렇다.

    또 다른 핵심 원인으로 ‘교육자 이데올로기’가 있다. ‘선생이 무슨 노동조합을 하느냐’라는 생각은 전교조 결성 초기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도 대학 곳곳에서 정규교수든 비정규교수든 스스로가 ‘교육자나 학자는 노동자와 다르기에 노조를 만드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그 결과 교수노조는 아직 법외노조이다. 파업을 하면 ‘학생을 볼모로 잡고 밥그릇 챙긴다’고 학교 내외에서 비난을 가하는데, 비정규교수 중 그런 비난에 잠을 못자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미 가입하여 몇 년씩 산전수전 겪은 사람들도 교육자 이데올로기 앞에서 힘들어하는데 처음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 민주노총이 비정규교수를 조직해야 하는 이유

    비정규교수노조의 특징은 여러 학과 출신들을 결집하여 일단 분회를 만들고 나면 2~3년 지나 교섭과 투쟁을 거치면서 조직이 몇 배로 성장하는 것인데, 그 분회를 만드는 것이 무척 어렵다. 1인 분회를 만든다면야 당장 몇 십 개를 더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조직화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얻고, 투쟁을 지도해야 하고, 성과를 내며, 민주적으로 운영되면서, 교육을 강화해야 조직이 성장한다. 조직화도 투쟁이다. 한 두 명이 선두에 서서 깃발 꽂으면 되는 것처럼 착각해서는 비정규교수 투쟁을 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다른 비정규직노동자들이나 공단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만큼 비정규교수의 조직화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은 이제 전 국민이 다녀가는 곳이 되었다. 노동자들의 임금 상당액이 등록금으로 수탈된다. 대학에서부터 자본의 노동분할지배 전략이 관철된다. 친자본 반노동적인 이데올로기를 체계적으로 학습한 사람들이 노동자로 현장에 들어온다.

    여기에 맞서 노동계급의 이야기를 펼치고 재생산하는 주체들이 필요하다. 유명인사가 강연하는 것보다 정규강좌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 현장에서 투쟁하며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자본의 신전에서 이데올로기 전투를 수행해야 한다. 우리가 초기 전교조 결성에 열광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비정규교수 조직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 때 시간강사들은 ‘국가전복세력’으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이 상황을 정상적이라 보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조직화와 투쟁의 사회적 명분이 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임금인상뿐 아니라 교육환경과 연구환경 개선을 위해(그것이 비정규교수의 근로조건이기도 하다!), 대학 정상화와 교육공공성 확보를 위해 공세적으로 치고나갈 통로가 되는 것이다.

    셋째, 비정규교수는 유목민적 특성을 갖고 있다. 여러 군데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두 가지 함의를 갖고 있다. 한 군데서 짤려도 다른데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과 한 군데서 조직하면 다른 곳에도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이다. 비정규교수 10만 명 중 일부만 각 대학에서 골고루 잘 조직해도 300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과 매년 소통할 수 있다. 대학 교육은 중등교육과 달리 정치사상과 학문의 자유가 좀 더 보장되고 입시교육의 영향도 별로 받지 않으므로 다양한 이야기를 더 할 수 있다.

    네째, 각 대학에 임단협 승리를 통해 노조의 물적 토대를 갖추면 비정규교수노조는 ‘지역 운동의 허브’로도 활용할 수 있다(강단에 매몰되어서는 운동이 성장할 수 없다는 건 독자들이 잘 알고 있을테니 이와 관련한 사족은 더 달지 않겠다!). 비정규교수는 보수적이고 유약한 사람도 많지만 ‘반골’ 기질을 가진 전투력 높은 사람도 다수 있다. 우리가 집중적으로 조직해야 할 사람들은 후자이다.

    이 외에도 여러 근거가 있지만 여기서 더 언급하지는 않겠다. 1명을 조직하면 10명 아니라 100명의 파급 효과를 낼 수 있는 투쟁력 있는 비정규교수를 조직하여 300만 명 이상의 사람들과 소통하자는 기본 취지만이라도 잘 기억해주기 바란다.

    비정규교수노조는 1980년대의 전교조나 현재의 교수노조와 달리 법내노조(1994년 합법성 취득)이다. 이미 있는 합법노조를 확대시키는 것은 없는 노조를 만드는 것이나 법외노조를 법내로 포함시키는 것보다 쉽다. 비정규교수노조는 몇 개 학과에서 10여 명으로 분회를 만들어 투쟁을 통해 대학 전체로 확대되어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 불씨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조직한다면 몇 년 뒤 큰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단위는 민주노총이다.

    비정규교수노조의 자체 역량만으로는 다른 권역(예:전북, 충청, 대전, 강원, 경기 등)에 새로운 분회를 만들기 쉽지 않다. 얼마 안 되는 역량으로 강사법 개악 저지 투쟁, 5개 대학 파업, 구조조정 대응 투쟁 등을 하고 일정한 성과도 내고 있지만 최근 몇 년간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게 사실이다. 여러 노조들과 지역본부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민주노총이 전략적으로 비정규교수의 조직화에 나선다면 노동계급운동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계속>

    필자소개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전 위원장. 경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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