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파 사상, 폐기 또는 재정립되어야
    [김종식 인터뷰-②] 뉴라이트나 민주당386, 시민 눈에는 똑같이 보여
        2012년 06월 11일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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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1회를 보시려면 여기를

    정종권 :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빙산의 전체 모습은 뭐라고 할 수 있나? (통합진보당의 구 당권파 등의 행태에 대해)

    김종식 : 글쎄요, 저는 보수(적인 모습)라고 본다. 정체된 모습이 연속되다 보면 보수가 된다. 한나라당보다도 민심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변화의 모습이 없다. 정당정치가 국민과 시민이라는 물 속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또는 크게 바꾸어가는 것인데, 그런 함께 호흡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었나 싶다. 그런 노력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 사람들의 마음은 열정이고 애국일거다. ‘타오르는 얼음’ 같은 거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모순된 것이다.

    정종권 : 통합진보당의 구 당권파들과 학생운동 할 때의 인연은 없었나?

    김종식 : 이정희 의원이 제가 전대협 할 때 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인가 했었고 총학생회 간부로 있으면서 안면은 있다.

    정종권 : 뉴라이트와 구 당권파, 양 극단으로 나뉘어지는 이들에 대한 생각은?

    김종식 : 뉴라이트는 변화가 아니라 ‘변질’인 것이고, 구 당권파들은 변화하지 않고 ‘정체된’ 모습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정종권 : 과거의 운동권이 뉴라이트로 변질되는 이유와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김종식 : 뭐, 입신양명에 대한 욕망, 그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정종권 : 뉴라이트의 정치적 입신양명과 민주당 386들의 정치적 입신양명은 무슨 차이인가?.

    김종식 : 큰 차이 없다고 본다. 당으로 보면 시민의 입장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큰 차이가 있나? 없다. ‘도토리 키재기’이다. 특히 지금 말로 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말로는 새누리당이 더 나간다. 진짜 박근혜가 집권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그럴까봐 무섭다(웃음). 적어도 박근혜는 국민들의 변화와 민심의 무서움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말로는 그런 쪽으로 가겠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구조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정종권 : 정확한 지적 같다. 그래도 좌파가 볼 때는 이인영 같은 민주당 386과 극우 성향의 뉴라이트는 다르다고 판단하는데, 일반 시민들은 그 차이를 모르고 또 시민 입장에서는 두 부류를 똑같이 보는 것이 사실이다.

    김종식 : 안타깝지만 그 사람 본인들은,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악’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를 ‘선’이라고 생각한다. 자주파나 구 당권파 중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민주당과 연대하고 대선에서 연립정권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무섭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 환상이 있다. 새누리당을 20년전의 자신들이 싸웠던 군사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어떻게 저런 군사독재 정권의 후예들을 찍어주고 지지하겠느냐, 경제도 말아먹었고 악의 세력이고 이명박 정권의 지금 모습도 저렇게 찌질한데, 저들에게 어떻게 국민들이 표를 주겠는가, 우리를 지지할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자기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시절에도 박근혜가 천막당사 하면서 살아났고 이번에도 새누리당이 패배할 것이고 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선거 결과는 오히려 민주당이 죽었다. 새누리당과는 뭔가 다르다는 자기확신이 있는 것 같지만 한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면 민주당도 보수야당일 뿐이다.

    정종권 : 그런 자기 확신이,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확신이 오히려 대중들에게는 오만과 아집으로 보이는 것 같다.

    김종식 : 그러니까 지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파끼리 담합하고 자리나 나눠먹고 하니까. 임수경도 그런 과정이었고 저쪽 이석기씨 경우도 그런 과정이었던 같다. 제가 남 얘기하듯이 하니까 좀 너무 편안하게 얘기하는 것 같다.(웃음) 어차피 남 얘기인 것은 맞다. 물론 그 사람들 본인들이이야 나름대로 치열하게 사는 것 일게다.

    정종권 : 요즘 ‘종북’ 얘기로 뉴스가 도배되는 것 같다. 주사파, 저는 자주파라고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흐름과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종식 : 제 의견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 있는데, 저는 CA(80년대 운동권 중 NL이 아닌 제헌의회 그룹)출신이다. CA다수파이고 이후에 자주파와 통합을 했다.(CA다수파는 자주파로 전환하여 통합했고 CA의 소수파는 이후 사노맹으로 발전한다-편집자) PD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CA그룹 출신 중에서 전대협 의장을 한 유일한 사람이다. 사실 제가 PD도 하고 NL도 한 경우이어서, 그걸 아는 사람들이 더 자주파에 대해 묻는 것 같다. CA다수파 논쟁할 때는 제가 대학교 2, 3학년시절이어서 CA다수파가 자주파로 전환할 때 선배들이 제기하는 방향으로 함께 따라갔다. 계속 학생운동을 하고 싶었던 탓이다. 저는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것은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우리가 구현해야 할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과제라고 본다. 그 화두는 우리의 숙제이고 목표라고 생각한다.

    ‘주체사상에 대하여’를 10페이지 정도 요약한 것은 읽어봤다. 제대로 본 것도 아니지만. 현대철학원론이라고 10권 정도 되는데 그것은 전혀 읽어보지도 않았다. 안기부에 잡혀갔을 때 이 책 저 책을 보여주면서 주체사상에 대해 읽었냐고 하는데, 안읽었다고 하니 그 사람들이 참 허탈해하더라. 내 출신과 처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니 왜 안 읽었는지를 그때야 조금 납득하더라. 그래도 명색이 전대협 의장인데, 현대철학(주체사상)에 대해 모른다고 하니까 좀 부끄럽더라(웃음). 그래서 감옥에 들어가서 현대철학원론으로 책 표지를 바꾸어 반입해서 읽었다. 다른 책들은 검열에 걸려 감옥으로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표지를 바꾸니 그냥 통과되었다.

    10권의 책을 2번 통독했다. 그런데 앞의 두 권까지 읽고 보니까 나머지 책들은 예술 등 분야만 다르지 1,2권의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사상에 대해 철학으로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람 중심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하나의 철학일 뿐이다. 그 자체는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황장엽씨가 자신의 수십년간의 철학 연구를 나름 집대성한 거라고 하니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학생운동의 주체사상 그룹이나 그 사상이 87년 6월 항쟁을 만들어 낸 것은 당연히 아니다. 물론 거기서 사상운동, 조직운동, 대중운동을 배운 것은 있다.

    그것을 차용한 것뿐이지 그 철학이 그대로 적용된 것은 아니다. 저는 그랬던 것 같다. 주체사상 안 읽어봤지만 열심히 했다, 감옥에서 책을 읽었는데 묻고 싶다.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주체사상 때문에 학생운동이 그렇게 한 것이냐? 아니다. 87년 이후에는 폐기되거나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 속에서 재정립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현실이 객관화되고 상식을 가진 사람의 눈으로는 다 보이는데, 그것에 아직까지 집착하고 정당에서도 관철시키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그것이 정당 내부에서, 볼세비키처럼 당 내부에 전위나 비밀결사가 실제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제가 알지도 못하고 제가 얘기할 부분도 아닌 것 같다.

    비대중적 운동을 계속 하고 했던 한총련 후배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왜 그럴까? 학생 조직도 망가뜨리고 비운동권들에게 다 내주고, 대중성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 그 사상 하나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 사상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사상 찾기 운동, 물론 사상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인데. 우리가 공부했던 러시아의 볼세비키 멘세비키, 일본의 전공투, 서구의 68운동, 그리고 이북 것도 우리 나름의 처지를 고려했지만 그것을 가져와서 차용한 것 아닌가? 우리가 그 정도로 학생운동을 치열하게 하고 그 정도의 힘과 영향력을 가졌다면 더 치열하게 했어야 한다고 본다.

    정종권 : 시대적 상황에 맞는 노선과 이념을 스스로 찾아가고 재정립했어야 했다는 말인가?

    김종식 : 그렇다. 그런데 그것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현장에서 찾아야 했다. 그런데 현장으로 가지 않고 어디로 갔냐는 것이다. 지금도 학생운동 열심히 하는 괜찮은 한양대 후배들이 많다. 그 친구들에게 ‘네 꿈이 뭐냐’고 물으면, 그 친구들이 대답이 그때는 민주노동당 지금은 통합진보당에서 정당운동 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정당 과잉’이라고 보는 것이다.

    녹색친구들 사무실 내부 모습

    정종권 : 지금은 정당운동에 비해 다른 운동들이 약하고 쇠퇴하는 모습이 대비되어서 정당 과잉으로 보이는 것인데 애초의 출발은 반대였던 것 같다. 처음 정당운동이 제기될 때는 노동운동, 지역운동, 통일운동, 전국연합 등이 활동이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 정치는 오히려 민주당이나 보수정당들에게 의탁하고 있었던, ‘진보정치의 결핍과 과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운동들이 쇠퇴하고 부진한 상황에서 정당운동만 명백을 유지하고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것이 정당의 과잉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김종식 : 그래서 87년 체제의 아쉬움을 얘기하는 것이다. 87년 체제는 선거로 모든 것을 다하자는 것이고 그래서 선거로의 전환을 위한 대타협을 한 것이다. 민중의 탈을 쓰고 그들을 대변한다고 한 보수야당이 타협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운동이 무너지고 약화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갑자기 무너졌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 ‘제도정치’로 진출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왜 학생운동을 했던 그 수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다 거기로 가야만 했는가? 그런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당으로 과잉 집중하지 않았다면 민중운동이나 시민운동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과 부문과 계층을 화두로 하는 많은 후배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 활동을 근거로 정당과 좋은 파트너쉽을 가지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종권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김종식 : 에너지, 사회적 경제, 환경이 저의 화두이다. 그래서 평당원으로 녹색당에 가입했고 녹색연합 활동가들에게도 녹색당 가입을 많이 권유했다. 녹색의 가치를 계속 지켜나가고 확장하는 쪽으로 일을 할 것 같고 그것이 나의 가치에도 맞고 재미도 있다. 이런 가치를 담는 그릇도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의 형태로 대안적인 것을 모색하면서 제가 배우고 쌓아왔던 경험들과 접목시키고 싶다. 그게 꿈인 거다.

    정종권 : 그럼 녹색당에 가입을 했지만, 녹색당이라는 정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김종식 : 그런 생각은 없다. 한 10년 열심히 하고 녹색당에서 당수를 해달라고 하면 할 생각이다.(웃음)

    정종권 : 녹색당을 정당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녹색의 가치를 확장시키려고 하는 사람들, 동지들이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김종식 : 아시겠지만 굉장히 짧은 시간에 녹색당이 만들어졌다. 창당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선거라는 공간에 적극 개입하자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의기투합한 것이고, 창당한 것만 해도 의미 있고 성공이라고 본다. 진보신당과 녹색당을 합치자고 하자는 소리도 있는 것 같더라.

    정종권 : 저는 개인적으로 2011년 진보신당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진보통합이 부결된 이후에는 그나마 진보신당과 녹색당을 합쳐서 진보신당의 녹색화를 추진하는 것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었다.

    김종식 : 잘 했군요. 제가 생각하는 정당 구조의 바람직한 모습은 새누리당을 사라지게 하거나 자민련처럼 중소정당화 주변화시키고,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최소화시켜야 했는데, 역사와 민족에 죄를 지은 것이다. 하여튼 한국의 정치구조는 민주당이 보수당의 포지션을 하게 되고, 진보신당, 녹색당 등이 평화와 인권의 진보적 가치를 대변하는 진보당 역할을 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또 될 것이라고 본다. 10년, 20년 안에 그런 정치 지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 제주도 도의원하고 있는 이전에 제총협 의장했던 친구가 있는데, 내가 10년 후에 녹색당이 7% 이상의 지지를 얻을 거라고 얘기했더니, 무슨 꿈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고 타박을 하더라. 그래서 40만원어치 다금바리 내기를 했다. 그 때 초대를 하겠다.

    정종권 : 지금 동생도 KBS 기자로 언론노조 파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던데

    김종식 : 동생이 예전에 ‘길’이라는 잡지를 만드는 일도 했었고, 학생 때는 ‘연세춘추’ 활동도 했었다. 나하고는 조금 길이 달랐고 PD경향이었다.

    정종권 : 김종식씨처럼 전대협 의장을 했지만 사회적 기업이나 녹색 관련한 시민단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왜냐면 전대협,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일반 시민들은 ‘(부정적인 의미의) 정치하려고 하는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과거 모습에서 그렇게 이해될 수밖에 없는 행태들을 많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김종식씨처럼 열심히 학생운동을 했고 전대협 의장이라는 직위도 맡았던사람들이 정치적 출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많이 알려지고, 그래서 학생운동 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조금이라도 정정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생하셨다. <끝>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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