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과 새에 관한 매혹적 보고서
[책소개]《깃털,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쇼어 핸슨/ 에이도스)
    2013년 07월 27일 11: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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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진화 논쟁의 시작과 끝에 깃털이 있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논쟁은 19세기 독일의 바이에른에 있는 채석장에서 일하는 석공이 하나의 화석을 발견하면서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바로 시조새 화석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바로 시조새 화석을 발굴하는 채석공의 기침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저자가 시조새의 발견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시조새가 새인지 아니면 새가 파충류에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잃어버린 고리’인지를 두고 벌이는 토머스 헉슬리와 리처드 오언의 논쟁을 통해 생물학계의 진화논쟁에서 깃털이 차지하는 위치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깃털은 진화론과 창조론의 진화논쟁의 서막을 알린 장본인이자 지금까지도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깃털 달린 공룡? 깃털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시조새 화석 발견 이후 뜸했던 깃털 공룡 화석이 1990년대 중국 랴오닝 성에서 대량으로 발견됨으로써 진화논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중국에서 발견된 깃털 달린 공룡 화석은 깃털이 단지 비행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 아니라 구애와 과시, 보호 기능에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온혈 공룡 개념을 제시한 존 오스트롬은 깃털 달린 날개가 벌레잡이 주걱으로 사용되었다는 파격적 주장을 내놓기도 했지만 여러 화석의 증거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깃털이 오스트롬의 주장처럼 벌레잡이 주걱처럼 쓰였다거나 기능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비행 기능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깃털

중국 랴오닝 성에서 발굴된 여러 깃털 달린 공룡 화석은 공룡의 깃털이 나는 기능과는 별개로 보온이나 보호, 종족 번식을 위한 과시 기능을 담당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불어 이 책은 파충류의 비늘이 깃털이 되었다고 하는 기존의 주장을 뒤엎고 새로운 깃털 발달 모델을 제시한 리처드 프룸 그리고 ‘새는 공룡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앨런 페두차의 의견을 다채롭게 조망하면서 깃털 진화에 대한 균형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깃털의 기능들과 새들의 생태를 다룬 매혹적 보고서

현대 인류의 테크놀로지로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깃털의 공기 역학, 그 어떤 섬유로도 대신할 수 없는 깃털의 놀라운 보온 기능과 보호 기능, 자연의 걸작이라 할 만한 깃털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기능을 가진 것일까?

뛰어난 보온재인 깃털로 뒤덮인 새들은 아프리카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생존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새는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었을까? 땅에서 날아올랐을까, 아니면 나무에서 뛰어내렸을까? 새의 비행에서 깃털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맥락에서 깃털은 새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런 다양한 질문들 그리고 인간의 상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깃털의 놀라운 기능들과 새들의 생태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시부족 의례 그리고 낚시와 깃펜에 이르는 깃털의 문화사

책은 깃털의 자연사적 의미를 밝히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쇼베 동굴벽화에 칡부엉이 그림을 그렸던 원시인들의 마음속에서부터 깃털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특정한 의미를 가져왔다.

또한 전 세계에 걸쳐 있던 민족들의 설화와 신화 속에서 깃털은 영혼과 인간의 날고자 하는 욕망, 사후세계 등과 연결되었고, 위대한 문호들의 글에서 중요한 소재가 되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릴리엔탈 등과 같은 엔지니어들에게는 인간의 날고자 하는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동기였다. 깃털은 인간의 정신세계뿐만 아니라 장식과 패션 산업, 깃펜과 플라이낚시에서도 깃털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렇듯 깃털과 인류문명 그리고 정신세계는 밀접한 관련이 있었으며, 때로는 인간의 테크놀로지에 영감을 주면서 때로는 날고자 하는 욕망을 대변하면서 역사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 깃털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20세기 초 다이아몬드보다 값비싼 품목이었던 깃털 산업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설의 타조 바르바리타조를 찾아 대규모 사하라횡단 타조원정대를 보낸 남아공 정부, 여성이라면 누구나 깃털 장식을 하고 다녀 혹자는 여성을 ‘새의 세계를 파괴하는 거대한 괴물’로 묘사하기까지 했던 시대, 깃털로 십일조를 거둬들이고 대륙 전체의 새들을 모아 새장을 만들었다는 아즈텍의 전설 같은 이야기 등 인류 역사에서 깃털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읽는 재미를 돋운다.

아울러 번식깃이 50센티미터나 되는 기드림풍조의 깃털, 천국의 새라 불리는 극락조의 화려하고 매혹적인 깃털, 바이올린을 켜는 듯한 소리를 내는 곤봉날개마나킨의 깃털에서 나는 소리 등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자연세계의 이야기도 흥미를 자아낸다.

깃털과 망치의 동시낙하 실험과 같은 자명하고 사소한 실험마저도 손수 해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지은이의 괴짜 과학자 정신과 과학에 문외한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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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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